여자 연령별 대표팀에 이어 남자 연령별 대표팀도 오랜만에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남자18세이하유스대표팀(이하 U18대표팀)은 세계선수권 티켓을, 남자20세이하청소년대표팀(이하 U20대표팀)은 메달을 따고 돌아왔다. 이들이 아시아 무대에서 보여준 활약과 얻은 수확은 무엇일까.
역시 높았던 일본과 이란의 벽
U18 대표팀은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배구연맹(AVC) 아시아유스남자선수권대회를 4위로 마무리했다. 비록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내년에 벌어지는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유스남자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동생들의 뒤를 이어 U20 대표팀은 바레인 리파에서 열린 제21회 AVC 아시아청소년남자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쉽게도 U20 대표팀에게 걸린 세계선수권은 2장 밖에 없었다. 결승에 오르지 못했기에 세계선수권 출전은 불발됐다.
두 대표팀에 뽑힌 선수 전원에게 태극마크는 처음이었다. U18 대표팀은 세터 김관우, 아웃사이드 히터 이우진-윤서진, 미들블로커 정송윤-이수민, 아포짓 송원준, 리베로 강승일을 주축으로 경기에 나섰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대회에 출전한 12명 모두가 코트를 밟았다.
U18 대표팀은 예선 1승 2패를 기록, 8강에서 중국을 만나 세트스코어 3-2로 이겼다. 5세트 마지막 점수를 속공으로 따내며 기나긴 혈투를 마친 뒤 포효했다. 4강은 예선에서 만난 일본과의 재경기였다. 예선에서 2-3으로 패했기에 설욕전을 기대했다. 1세트를 치열한 접전 끝에 39-37로 따냈지만, 이후 집중력이 아쉬웠다. 결국 1-3으로 역전패 당하며 결승 무대에 올라가지 못했다. 3위 결정전 상대는 예선에서 만난 인도였다. 예선에 이어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패한 경기마다 눈에 보이는 공격이 너무 많았다. 이 때문에 상대 블로커에 자주 가로막혔다. 중요한 순간마다 나온 범실도 뼈아팠다. 상대의 높이를 압도할 스피드가 기술이 부족했다.
U20 대표팀은 세터 한태준, 아웃사이드 히터 이윤수-서현일, 미들블로커 이준영-정현빈, 아포짓 장보석, 리베로 강선규가 주로 나섰다. 최준혁도 미들블로커로 자주 출전하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대표팀의 출발은 좋았다. 예선에서 카타르와 쿠웨이트를 연달아 3-0으로 이기며 조 1위로 본선에 올라갔다. 12강에선 파키스탄에 세트스코어 3-1, 8강에선 방글라데시를 3-0으로 격파하며 순조롭게 4강에 올라갔다. 하지만 4강전 상대는 아시아권의 최강자 이란이었다. 1-3으로 패했다. 이 바람에 결승행과 세계선수권 티켓 획득은 무산됐지만, 태국과의 3위 결정전에서 셧아웃으로 이기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강수영 U20 대표팀 감독은 “파키스탄의 신장은 이란보다 낮았지만 세트플레이가 많이 좋아졌다. 확실히 달라졌다. 이란은 신장 차이가 상당했다. 블로킹 높이뿐만 아니라 서브도 굉장했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아쉬움 속에 확인한 희망과 숙제
두 연령별 대표팀은 나란히 4강에 올라갔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U18 대표팀은 일본, U20 대표팀은 이란의 벽을 넘지 못하며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다. 아쉬운 성적을 남겼지만, 그 가운데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을 확인할 수 있었다.
U18 대표팀은 리베로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의 신장이 190cm를 넘었다. 주전으로 뛴 선수들의 평균 신장은 194.3cm였다. 김장빈 감독 역시 “세터를 비롯해 공격수까지 장신 선수가 있다는 게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U20 대표팀은 자신보다 높은 신장의 팀을 상대로 이기는 방법을 찾아냈다. 상대의 정밀 분석을 피하려고 예선 때는 아껴뒀다 4강전부터는 사용한 시간차 공격의 효과를 확인했다. 미들블로커를 활용해 이란 블로커의 타이밍을 뺏은 다음 아웃사이드 히터의 시간차 공격을 자주 썼는데 이 변화가 통했다. 이란에게 한 세트를 따내는 성과를 가져왔다.
눈여겨볼 만한 유망주도 있었다. U18 대표팀의 아웃사이드 히터 이우진과 윤서진은 매 경기 안정된 리시브와 함께 공격에서 많은 활약을 했다. 이우진이 큰 공격에 강점을 드러냈다면, 윤서진은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공격으로 득점을 했다.
리베로 강승일은 리시브와 디그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빠른 발을 활용해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했고 위치 선정이 좋아 여러 차례 반격 기회를 만들었다. 김 감독은 “아웃사이드 히터를 비롯해 리베로, 세터까지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 견줘봐도 뒤지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U20 대표팀에선 세터 한태준이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주전으로 기회를 잡았다. 강수영 감독은 “아이들과 단시간에 효과를 내기 위해 더 잘 맞는 세터 한태준을 선택했다. 공격수들과 전체적으로 잘 맞았고 안정적으로 해줬다”고 칭찬했다. 대학교 1학년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서현일, 이준영을 비롯해 대학 무대에서 선배들에 밀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이윤수와 강선규까지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윤수는 국내에서보다 훨씬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베스트 아웃사이드 히터상을 받았다. 강 감독은 “이윤수가 국내에서 훈련할 때보다 대회에서의 기량이 훨씬 좋았다. 서현일과 팀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했다. 이윤수는 “상을 받으면서 충분한 동기부여와 자신감을 얻었다”고 대회를 되돌아봤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장신 선수들이 주축이 된 U18 대표팀을 통해 확실하게 큰 공격을 해결할 아포짓, 중앙에서 중심을 잡아줄 장신 미들블로커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U20 대표팀에선 낮은 신장의 선수들이 상대의 높이를 이길 기본기, 탄탄한 조직력을 더 갖춰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항상 국제대회를 마치고 오면 나오는 레파토리의 반복이지만 장신의 미들블로커 유망주의 발굴이 절실했다. 김장빈 U18 대표팀 감독은 “우리에게는 장신의 미들블로커가 없다. 다른 나라에는 2m가 넘는 선수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고 중앙에서 차이가 났다”고 분석했다. 강수영 감독도 “2m가 넘는 상대 블로커가 있는 상황에서 낮은 신장의 우리 선수들이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면 뚫을 방법이 없었다. 결국 서브와 리시브, 다음엔 신장이 관건이다”라고 강조했다.
글_김하림 기자
사진_AVC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0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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