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는 흥국생명과 정관장이 2024-25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2차전이 열렸다. 그런데 1세트 정관장이 흥국생명에 24-23으로 앞선 상황, 해당 랠리 종료 후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정관장 정수지가 서브를 넣었고 흥국생명 김연경이 리시브했다. 공은 네트 근처로 향했고 전위에 있던 흥국생명 세터 이고은 공을 세팅하기 위해 점프했다. 네트 건너편에 있던(전위에 위치) 정관장 미들블로커 정호영도 점프를 했다.
주심은 이때 정호영의 손이 이고은의 손을 건드렸다고 오버넷(오버네트) 판정을 내렸다. 24-24 듀스가 됐고 흥국생명 선수들은 환호했다. 삼산체육관을 찾은 홈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전광판에 들어오는 점수는 다시 23-24로 조정됐다. 정관장 벤치에서 오버넷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창했기 때문이다.
판독 결과는 이고은의 오버넷으로 나왔다. 정관장이 점수를 얻게 돼 25-23으로 1세트 종료가 선언됐다. 그러자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과 코칭스태프, 김연경을 비롯한 흥국생명 선수들 모두 판독 결과에 대해 항의했다. 현장 취재진들도 포털사이트를 통해 중계되고 있던 해당 장면을 되돌려 보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판독 번복은 없었다. 그리고 이날 경기 종료 후 인터뷰실에 김세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본부장이 직접 찾아와 당시 상황과 판독 결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장 취재진 요청에 따라 아본단자 감독 인터뷰가 끝난 뒤 김 본부장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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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촬영 류한준)
그는 "사실판정이라 문제될 건 없다. 이고은 선수의 오른손이 네트를 넘어갔다. 공하고 상관없이, 공이 기준이 아니라 손을 비롯한 신체 부위가 오버넷 판정 기준이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정이 그렇다. 판독은 정확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직접 노트북 화면을 현장 취재진에 보여주며 "해당 상황에 대한 영상 캡처를 했다"며 "이고은 선수 오른손이 백태(네트)를 가렸다. 그래서 오버넷 판독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본단자 감독과 김연경이 항의를 한 내용에 대해서도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고은 선수가 두손으로 패스(토스)를 보냈는데 그게 왜 오버넷이냐고 항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이 오기 전 현장 취재진과 인터뷰했던 이본단자 감독은 당시 판독 상황에 대해 "여전히 이해를 할 수 없는 판정"이라며 "경기 영상을 다시 보고 확인할 것"이라고 불만을 내비쳤다.
오버넷은 네트를 중심으로 상대 코트로 손이나 팔 등 신체 부위가 넘어갈 경우 반칙 선언된다. 물론 이런 상황이 모두 반칙 선언되는 건 아니다. 블로킹을 시도할 때 손이나 팔이 넘어가는 경우 정상적인 플레이로 인정된다. 다만 리시브나 디그를 통해 올라오는 공에 대 블로킹 시도시 네트를 넘어가면 오버넷 판정이 선언된다.
배구 경기 중 가장 자주 일어나는 오버넷 상황은 수비측 코트에서 리시브나 디그로 연결된 공이 네트 바로 위로 넘어가는 경우다. 수비측 전위에 있던 세터는 이를 처리하기 위헤 공을 수비측 코트쪽으로 공을 띄우려고 한다. 이럴 경우 세터의 손이 네트를 넘어가기 때문에 오버넷 반칙이 지적될 수 있다. 김 본부장 설명에 따르면 이고은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중계방송 화면을 통해 볼 때 카메라 각도에 따라 애매한 부분이 있고 이런 상황이 자주 생길 수 있다. 중계방송 화면에 잡힌 이고은의 손 위치(사진1)와 김 본부장이 보여준 캡처 화면(사진2)에서 다소 차이가 나는 이유다.
오버넷은 비디오 판독에서 논란이 자주 있었다. 그래서 비디오 판독 대상에서 제외됐다가 지난 2022년 KOVO는 오버넷을 비디오 판독 규정에 다시 넣는 새로운 경기 규칙을 마련했다. 컵대회에서 시범 적용했고 2022-23시즌 정규리그부터 재도입됐다.
김 본부장은 "플레이를 할 때 공하고 상관없이 손이 네트를 넘어가는 경우가 생긴다. 그게 바로 오버넷"이라며 "캡처 화면을 보면 이고은의 손이 먼저 네트를 확실하게 넘어갔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김 본부장이 현장 취재진에게 보여준 해당 캡처 화면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김 본부장은 앞서 오른손이 백태를 가렸다고 언급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네트를)넘어간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백태를 일부 또는 전체를 가린 것으로만 오버넷 판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김 본부장은 "정확하게 규정에 따라 판정을 내린 것이라서 논란이 될 것도 없다"면서 "정심이 맞고 정규리그때도 같은 규정으로 판정하고 있다. 다만 챔피언결정전 세트가 끝나는 점수가 이렇게 나와 (흥국생명 벤치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흥국생명이 정관장에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그런데 만약 경기 결과가 반대로 끝났다면 1세트 오버넷 판정에 따른 논란은 더 커질 수 도있었다.
글_인천/류한준 기자
사진_KOVO·네이버 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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