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까지 생각했던 13년차 정성민… “방송사 인터뷰 한번은 해보고 싶어요”

박혜성 / 기사승인 : 2023-01-26 11: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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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선수 생활을 13년째 하고 있는데, 아직 경기 종료 후 방송사 인터뷰를 한 번도 못 해봤다."

대한항공 정성민은 2010-2011 V-리그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리베로 최초로 1라운드에 지명되며 많은 기대를 받았던 정성민이다.

데뷔 시즌부터 29경기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기 시작한 정성민은 LIG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을 거쳐 2017-2018시즌부터 대한항공의 유니폼을 입었다.

곧바로 대한항공 주전 리베로 자리를 차지한 정성민은 34경기 130세트에 출전해 리시브 효율 36.92%, 세트당 디그 1.923개를 성공시키며 팀 수비를 책임졌고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경험했다.

이후 2020-2021시즌에는 팀은 통합우승을 기록했지만 정성민 본인은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며 9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다음 시즌 다시 돌아왔고 22경기, 84세트에 출전하며 2년 연속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3년 연속 통합우승을 노리던 정성민이지만 2022-2023시즌을 함께 시작하지 못했다. <더스파이크>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정성민은 “10년 전에 왼쪽 발목 인대를 다쳤는데 당시는 젊어서 근력으로 버텼고 그 상대로 계속 운동해왔다. 그러다 지난 9월에 훈련 도중 발목을 접질려서 병원에 갔는데 운동을 계속하려면 수술해야 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정성민은 과거 허리 디스크로 자리를 비웠던 경험이 있었다. 허리 수술 이후 두 번째 수술이지만 느낌은 전혀 달랐다. “허리 수술할 때는 도전하는 느낌이었다. 다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이어 “이번에는 ‘은퇴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처음에 들더라. 그래도 주변에서 할 수 있으니까 팀에 도움 될 수 있게 준비해보자고 얘기해 줘서 마음잡고 다시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도 정성민이 최대한 빨리 코트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왔다. “감독님도 고등학생 때 허리 부상으로 일찍 그만두셨던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운동을 오래 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라며 “사실 병원에서는 한 달 정도 치료해보고 안 되면 수술하자고 했는데 감독님이 그냥 수술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복귀하자고 말씀해 주셔서 바로 수술을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수술 이후 정성민은 팀 경기를 현장이 아닌 TV로 홀로 지켜봐야 했다. 본인이 뛰지 못한다는 아쉬움보다 오은렬, 박지훈 리베로 동생들의 걱정이 앞섰던 선배 정성민이다.

정성민은 “은렬이랑 지훈이가 잘해줬지만 가끔식 경기력이 좋지 않았을 때는 도와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했다. 사실 대한항공은 예전부터 리베로가 약점으로 꼽혔다. 지금도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후배들한테 내가 뛸 때도 들리던 말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정성민은 본인의 자리를 메꾼 박지훈을 조금 더 신경 썼다. “시즌 초반에 지훈이가 찾아와서 너무 힘들고 배구가 어렵다고 토로하더라. 그래서 그거 참고 넘기면 성장할 수 있다. 우리 팀 리베로가 힘든 건 다 알고 있는 거다. 하지만 우리가 잘하면 우승할 수 있으니까 열심히 해보자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정성민은 길었던 재활 끝에 지난 24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4라운드 KB손해보험전에서 이번 시즌 첫 경기이자 복귀전을 치렀다.

좋은 흐름을 이어오고 있던 대한항공이기에 오히려 부담감을 느낀 정성민이다. “체력이 떨어질 타이밍이었다. 최부식 코치님은 내가 들어가서 분위기를 바꿔주길 바라셨다. 하지만 잘 나가고 있다가 내가 합류해서 지면 나 때문에 졌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부담감은 많았다”라며 솔직한 감정을 나타냈다.

정성민이 불안해했던 상황은 현실로 일어났다. 이날 대한항공은 KB손해보험에 0-3으로 패하고 말았다. 정성민은 “오랜만에 경기하니까 설렘은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과 엉키거나 겹치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얼른 적응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복귀전을 떠올렸다.

비록 복귀전에서 패한 정성민이지만 “속상하긴 했는데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하려 한다. 최대한 빨리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라며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정성민이라는 베테랑 리베로가 합류한 대한항공은 올스타전 브레이크 이후 다시 고공비행을 시작하려 한다. 정성민은 “이번 시즌 목표는 당연히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FA(자유계약) 욕심은 없다. 그저 남은 기간 동안 안 다치고 마무리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정성민은 한가지 목표가 더 있다고 알렸다. “프로 선수 생활을 13년째 하고 있는데, 아직 경기 종료 후 방송사 인터뷰를 한 번도 못 해봤다. 한국전력 (신)영석이 형이 방송사 인터뷰하면 선물 사주겠다고 하더라.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 꼭 한번 해보고 싶다”라고 말한 정성민이다.

사진_더스파이크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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