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선수’ 표승주, “늘 성실히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해 주세요”

김예진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8 1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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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했던 선수,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지난 17일 진주실내체육관에서는 한국과 체코의 2025 코리아인비테이셔널 진주국제여자배구대회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기 전 특별한 행사가 진행됐다. 바로 표승주 대한체육회 선수 위원의 여자배구 국가대표 은퇴식이었다.

경기가 모두 끝난 뒤 만난 표승주의 표정에선 여러 감정 속 후련함을 엿볼 수 있었다. 표승주는 이날 진행된 은퇴식에 대해 “은퇴식까지 치르고 나니 정말 은퇴한 게 실감도 난다. 한편으론 ‘내가 이 정도 은퇴식을 해야 하는 선수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다들 좋은 기회로 은퇴식을 열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가 정말 열심히 배구를 했구나 싶다”며 웃었다.

표승주는 이날 은퇴식 중 소감을 말하다 잠시 울컥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은퇴식에서 절대 울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내려왔다”며 웃은 표승주는 “그런데도 얘기를 하다 보니 울컥하더라. 어쨌든 내가 코트에 설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란 생각에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걸 보니 난 참 행복한 선수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2013년부터 시작된 표승주의 국가대표 생활.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표승주는 2020 도쿄올림픽을 꼽았다. “당시 대표팀이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많았는데도 어떻게든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 같이 배구 하나만 바라보고 그 시간을 버텼다. (김)연경 주장님을 필두로 모든 선수가 하나 돼서 그 시간을 이겨냈기에 잊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 표승주의 설명.

이어 그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분투하는 후배들에 대해서는 “뭉클한 마음도 들고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크다. 사실 누구보다 힘든 건 코트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이다. 그 고생을 잘 알고 있지 않나”라며 “사실 작년보다 올해 더 좋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밖에서 많이 믿어주고 응원해 준다면 선수들이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 표승주는 코트를 떠난다. 대한체육회 선수 위원으로서 활동을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2025-26시즌부터 KBSN 해설위원으로 합류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 유소년에 관련된 업무에도 뛰어들고자 한다.

표승주는 “은퇴를 번복할 생각은 없다. 언제 관둬도 아쉬운 마음은 들 수밖에 없다. 물론 선수로서 뛰는 배구에선 멀어졌지만 가까운 곳에서 관련된 활동을 이어갈 테니 거기서 어떻게 여자배구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하다 보면 그렇게 아쉽진 않다”며 웃었다.

이어 “어릴 때부터 프로 선수가 될 때까지 가족들의 응원과 희생이 참 많았다. 남편은 물론 시댁 식구들도 내가 운동을 잘할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이제 배구에선 멀어졌지만 가족들과는 좀 더 가까워진 것 아닌가. 남은 인생이 너무 행복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받은 만큼 돌려드리고 싶다”며 가족들을 향한 감사함을 전했다.

또 팬들에게도 “늘 변함없이 찾아와주시고 항상 같은 마음으로 응원해 주셔서 선수 생활을 잘 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저는 물론 한국 여자배구 선수들을 향해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는 인사를 남겼다.

마지막으로 표승주에게 ‘국가대표 표승주’, ‘배구선수 표승주’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물었다. 표승주는 잠시 고민하다 “항상 성실했던 선수, 최선을 다한 선수”라는 답을 전했다. “난 특별한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서 코트 위에선 후회가 남지 않게 모든 걸 쏟았다. 그런 선수로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한 뒤 인터뷰실을 나섰다.

누구보다 성실했던 ‘국가대표 배구선수’ 표승주의 페이지가 넘어가고 ‘사람 표승주’의 새로운 페이지가 펼쳐졌다. 표승주는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이야기를 써 내려갈 준비를 마쳤다.

사진_진주/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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