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의 2024시즌은 완벽할 ‘뻔’ 했다. U-리그 전반기를 깔끔하게 최상위권에서 마무리한 뒤, 방학에 치러진 1-2차 연맹전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트레블을 향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그러나 U-리그 결승에서 한양대에 패하면서 아쉽게 트레블의 꿈을 접었다. 그리고 인하대는 반강제로 대대적인 리빌딩에 돌입했다. 서현일-이재현(이상 OH), 최준혁-서원진(이상 MB), 배해찬솔(S)까지 지난 시즌 베스트 7 멤버 중 다섯 명을 프로에 진출시켰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최천식 감독은 “2월 초에는 국내에서 3박 4일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2월 말에는 일본 전지훈련에 다녀왔다. 일본 배구의 시스템도 체험했고, 우리가 보완해야 할 점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개강 이후에는 오전-오후는 개인 운동으로, 야간에는 팀 훈련으로 시즌을 준비하는 중”이라며 팀 근황을 소개했다.
인하대는 다섯 명의 신입생을 선발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단연 남성고 출신 윤경(OH)과 여오현의 아들로 유명한 송산고 출신 여광우(L)다. 최 감독은 “(윤)경이는 아시다시피 고교 때 성적도 좋았고, 청소년 대표팀도 다녀온 검증된 선수다. 다만 대학 무대에 적응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하다. 잔부상들도 좀 있어서, 지금은 몸 관리에 집중하는 중이다. 포지션은 아웃사이드 히터로 고정할 계획이다. 한국 남자배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윤경같은 피지컬과 공격력을 갖춘 선수가 아웃사이드 히터로 자리를 잡아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광우는 고교 때 폐 쪽에 종양이 생겨서 1년 정도 운동을 쉬었다. 지금은 전혀 문제없이 건강하지만, 그래도 이 부분에 대한 체크는 정기적으로 해야 해서 병원을 꾸준히 다니고 있다. 아직은 너무 강한 훈련은 삼가는 중이다. 백업 리베로로 이번 시즌을 준비할 계획인데, 볼 컨트롤 같은 부분에서는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게 느껴진다”고 두 선수를 소개했다.
이어서 최 감독은 다른 신입생 세 명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임인규(MB, 수성고)는 신장이 좀 아쉽긴 하지만, 기량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좋은 선수다. 지금은 속공 스텝이나 블로킹 스텝 같은 자잘한 부분들부터 다듬는 중이다. 서브 범실도 좀 많은 편이라 범실을 줄이기 위한 교정에 들어가고 있다. 김정환(OH, 인하부고)은 신장이 조금 아쉽다. 하지만 스텝도 좋고 기본기도 좋다. 경이가 왔으니 공격의 부담을 덜고 리시브와 디그에 집중해준다면 좋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박경빈(S, 인하부고)은 아직 갈 길이 멀다(웃음). 폼부터 경기 운영까지 많은 걸 뜯어고쳐야 한다”고 세 선수를 설명했다.
주전 일곱 자리가 얼추 정해진 한양대와 달리, 인하대는 아직 무한 경쟁 중인 자리도 있다. 최 감독은 “아포짓은 (김)민혁이, 세터는 (이)한샘이,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는 경이가 들어간다. 미들블로커는 포지션 변경 중인 (손)유민이가 한 자리에 먼저 들어간다. 리베로는 광우-(박)규환이-(선)주성이가 경쟁한다. 경이와 유민이의 대각 한 자리씩은 미정이다.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현재까지의 주전 경쟁 상황을 밝혔다. 주장을 맡게 된 박규환에 대해서는 “배구적으로는 물론이고 주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선수다. 걱정하지 않는 선수”라며 신뢰를 드러냈다.
인하대의 다가오는 시즌을 이끌어야 할 키 플레이어는 배해찬솔의 빈자리를 메울 세터 이한샘이다. 지난 시즌 U-리그와 연맹전에서 각종 프로팀 관계자와 배구인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을 정도로 재능이 넘치는 이한샘이지만, 최 감독에 의하면 그는 지금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 감독은 “자신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굉장히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물론 이것 또한 성장통이기에 이겨내야 한다. 지금 코트 위에서 한샘이는 빠른 배구가 아니라 급한 배구를 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가 잘 안 풀리면 ‘이게 왜 안 되지?’ 하면서 흔들린다. 일종의 슬럼프 기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최대한 이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노력 중이다. 해법을 찾는 순간은 분명히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말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지금 날개 플레이는 공격수들이 한샘이의 타이밍에 맞춰주도록 하고 있다. 또 속공 같은 패턴 플레이는 조금 더 볼을 잡았다가 볼끝을 세워주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지시하는 중”이라며 이한샘을 적극적으로 케어하고 있음을 전했다.
끝으로 최 감독은 “우리 팀에 많은 변화가 있지만, 목표는 언제나 우승이다. 아마추어 스포츠긴 하지만 그래도 엘리트 스포츠 선수다. 우승이 아니면 2등이든 꼴등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승은 결국 엄청난 노력이 있어야 이룩할 수 있는 성취다. 이 사실을 선수들에게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며 리빌딩 시즌이어도 목표는 변치 않음을 역설했다. 최 감독과 인하대 선수들은 지난 시즌 같은, 혹은 그 이상의 성과를 이룩할 수 있을까.
사진_인하대학교, 더스파이크DB(문복주,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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