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에 진심인 남자, 우리카드 송희채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꿈같아요"

이정원 / 기사승인 : 2022-02-15 13: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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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후 새로운 팀에서 든든한 국밥 같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우리카드 송희채다.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12사단에서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지난 11월 팀에 합류한 송희채. 합류와 함께 주전 자리를 꿰찼고, 공교롭게도 팀도 상승 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남자는 군대 다녀온 후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송희채는 이 말을 정말 공감한다고 한다. 송희채가 군대에서 보낸 1년 6개월은 배구의 사랑,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낀 시간이었다. <더스파이크>가 전역 후 사회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송희채와 만나기 위해 1월 20일 인천송림체육관에 다녀왔다. 송희채와 나눈 이야기를 지금부터 소개한다.

 


신영철 감독의 믿음
“신영철 밑에서 변했다는 말 듣게 해줄게”

Q. 전역 후,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는 데 어때요.
군대 가기 직전에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겹쳤어요. 입대 전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삼성화재에 죄송한 마음이 컸어요. 우리카드로 트레이드 된 이후, 일주일 있다가 바로 군대에 가게 됐어요. 함께한 시간이 없었잖아요. 그러다 전역 후 바로 준비하고 시즌을 치르다 보니 정신도 없고, 또한 지금이 꿈같아요. 대부분의 선수들은 국군체육부대(상무)를 가거나 사회복무요원, 상근예비역을 가니까 퇴근 후 어떻게 해서든 몸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군 생활 동안 배구공을 못 만졌어요. 전역하자마자 바로 코트에 들어가니 ‘이게 진짜인가’ 하면서 아직도 얼떨떨해요. 티는 안 내려고 하지만 꿈같은 느낌이고 지금도 현실 적응 중입니다.

Q. 입대 일주일 전에 팀이 바뀌었잖아요. 그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집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트레이드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구단에서는 저에게 더 좋을 기회일 거라고 하더라고요. 다치지 말고 몸 관리 잘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요. 사실 트레이드 카드가 될 거라고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벙쪘죠. 2019-2020시즌에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다 보니 보여준 게 없었잖아요. 그래서 더 복잡했어요. 몸 관리의 중요성, 복잡함이 떠올랐어요.

Q. 입대 전과 비교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요.
군대에 있으면서 느낀 게 ‘난 정말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운동했다’라는 거였어요. 제가 아직 배구를 정말 사랑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반복된 일상이 지겨운 날도 있었는데, 지금은 하루하루가 소중해요. 과거가 어쨌든 간에 지금 당장 모습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죠. 또한 군대 들어가니 배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배구 인기,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는 걸 실감했어요. 아직 경기를 하고 나면 나타나는 기록이 많이 부족해요.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해요.

Q. 신영철 감독님이 해준 말이 있다면요.
스파이크 스윙 부분을 많이 이야기해 주세요. 감독님이 보시기에는 감각도 있고, 센스도 있으니 스윙만 바꾸면 공격, 서브에서 범실이 안 나올 거라 해요. 저 자신을 믿으라고 하셨죠. 그리고 자신을 믿고 따라오길 바라셨어요. 그래서 저도 믿고 따르려고 노력합니다(웃음). 경기를 이기더라도 감독님께서 항상 스윙은 지적하세요. 다른 건 다 좋다고 하시면서요. 신뢰를 주시니 감사하죠.

Q. 말년 휴가 나오기 전쯤인 가요. 아내분, 감독님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다고요.

시즌 개막 전에 감독님과 식사를 했어요. 감독님께서 ‘어떤 배구를 하고 싶냐’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너는 스윙 교정이 필요할 것 같다. 나를 믿고 따르라’라고 했어요. 그리고 ‘신영철 밑에서 변해간다는 말 듣고 싶지 않냐’고 하시더라고요. 많이 의지하려고 합니다.

Q. 군 입대 전 가진 <더스파이크>와 인터뷰에서 “군 제대 후에는 믿을만한 선수가 되고 싶다.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겠다"라고 했어요. 스스로 봤을 때,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난다면 안정이 되고 범실도 줄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애초에 공을 만지지 않다가 왔잖아요. 체력도 중요하고, 경기 감각도 중요하고 긴장감 완화도 중요하고요. 지금은 하루하루가 폭풍이에요(웃음).

Q. 이전에 있던 팀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카드만의 특색이 있나요.

색다른 환경이죠. 일단 숙소랑 연습 체육관이 떨어져 있다는 게 색달라요. 분위기는 굉장히 좋아요. 선수들 모두 거리낌 없고요. 선배들은 후배들 챙기고, 후배는 선배들 존중하며 따르고요.


군대 썰 풀은 송희채
#혹한기 #라면 #PX

Q. 군대 가기 전 직전 시즌 성적이 부진했어요. 이유는 어디에서 있다고 보나요.
심적인 문제, 몸 관리가 잘 안됐다고 생각해요. 상무를 포기하고 군대를 미룬 상태에서 한 시즌 더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시즌 전 몸 상태가 굉장히 좋았어요. 그런데 시즌 개막 두 달 전에 폐렴에 걸려 아예 아무것도 못 하고 쉬었어요. 가볍게 뛰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러다 퇴원하고, 2주 운동하고 시즌에 들어갔어요. 그전에는 어리다 보니 몰랐는데 몸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그때 느꼈어요. 대부분 저를 보면 잘 안 다치고 튼튼해 보인다고 해요. 그때도 주변에서 ‘너는 쉬다 왔어도 곧장 경기력 끌어올릴 수 있을 거야’라고 했는데 저는 물론이고 대부분 선수들은 휴가 한 달을 다녀오면 몸 만드는 데 2~3개월은 걸려요. 저는 아무 것도 안 하고 두 달간 병원에만 있다가 나왔잖아요. 근육이 다 빠졌죠. 푹 쉬다가 시즌에 투입되려 하니 힘들었죠. 그때를 계기로 지금 코어운동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나 싶어요.

Q. 군대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현역병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한 희채 선수에요. 근데 공교롭게도 입대일이 상무 선수들과 같습니다.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아마 상근, 사회복무요원이 아닌 현역병 제대 후 선수 생활을 하는 이어가는 배구 선수는 제가 처음일 겁니다(웃음). 코로나19 때문에 입대 시기가 계속 미뤄졌어요. 원래는 4월에 가고 싶었어요. 그러면 10월에 전역해 2021-2022시즌을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계속 미뤄지더라고요. 그러다가 상무에 입대하는 선수들이랑 같은 날에 가게 됐죠. 지금 한국전력에서 뛰고 있는 (이)민욱이랑 친해요. 민욱이도 같은 날 상무 입대였는데, 옆에 없지만 그나마 위안이 됐어요. 민욱이가 문자로 ‘형, 우리 어떡해요’라고 하는데 듣기 싫었어요(웃음). ‘야, 그래도 너는 선수들이랑 같이 가잖아. 나는 혼자 가는데’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하지는 않았죠(웃음).

Q. 12사단 신병교육대를 거쳐, 12사단에서 군 생활을 하셨어요. 군 생활하면서 많은 추억이 있을 거라 봅니다.

행군도 그렇지만, 혹한기 훈련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사단 본부 소속이었거든요. 혹한기 훈련에 전시를 대비해 큰 운동장에 넓은 철조망을 올려야 해요. 안 움직이려면 제 신장과 비슷한 기둥을 망치 같은 거를 이용해 땅에 박아야 하는데 연결할 수 있었죠. 그리고 혹한기 훈련할 때 시간 안에 해야 되기 때문에, 훈련 한 달 전부터 연습을 계속했어요. 또 강원도는 엄청 춥잖아요. 영하 10도, 20도까지 떨어지고 체감 온도는 더 추웠고요. 그 추운 날 쇠 들고 때리는 데 땅은 얼어서 박히지도 않고요. 겨우 한 개 박고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 이제 하나 마친 거예요. 40개를 더 박아야 하는데(웃음).

Q. 군대에서 많은 것을 배웠을 것 같아요.
군대 가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고 하잖아요. 정말 많이 만났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나이는 저보다 한두 살 어린데 벌써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도 있고, 야구 선수도 있고, 제 친구의 아는 지인도 만났고요. 또한 대부분의 병사들이 저와 적게는 6살, 많게는 8살까지 차이가 나더라고요. 세대 차이를 조금 느꼈어요. 그들이 저를 어른으로 보는 게 신기했어요. 또한 저는 결혼까지 했잖아요. 나이 많은 걸 신기하게 보더라고요. 이제 저도 어린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어린 친구들이 저로 인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고 했어요.

Q. 군대에서 몸 관리는 어떻게 했나요.
상무 갔다 온 선수들은 모를 겁니다(웃음). 코로나19때문에 사단 내 체육 시설을 쓰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생활관 안에서 코어 운동하거나, 주말에는 축구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또한 수건으로 스윙 연습도 하고요. 아, (서)재덕(한국전력)이 형이 130kg까지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나도 관리 안 하면 그렇게 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전역 6개월 남았을 때는 러닝머신 맨날 뛰었고요. (최대 몇 kg까지 나갔나요?) 입대 전에는 103kg, 105kg 정도까지 나간 것 같아요(웃음). 지금은 돌아왔고요.

Q. 냉동 음식도 많이 먹었나요.
정말 많이 먹었어요. 제가 사회에 있을 때에는 라면을 안 먹었어요. 그런데 군대에 PX가 있잖아요. PX 가서 냉동 사 먹고 라면도 맨날 먹었고요. 평생 먹을 라면 군대에서 다 먹은 것 같아요. 육개장 사발면에 빠졌어요. 라면이 그렇게 맛있는 줄 몰랐어요(웃음).

Q. 남자는 군대를 다녀오면 달라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제는 희채 선수도 그 말을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굉장히 공감해요. 단체 생활을 한 저도 군대라는 곳은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합숙 생활을 했어도, 군대는 규율이 있고 거기서 행해지는 무언가가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에 감사해요. 남들이 인정하는 선수 생활을 했다는 걸 느꼈고요. 지금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꿈같아요. 건강하게 복귀해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다만 아직 감독님의 기대에 충족시키지 못한 것 같으니 더 노력해야죠.


“고등학교 2학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석진욱 감독님은 지금도 나의 롤모델”

Q. 배구 공은 초 3 때 잡은 걸로 알고 있어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 키 크신 분들이 와서 ‘키 몇이냐’, ‘나이는 몇 살이냐’ 등 이런저런 거 물어보시더라고요.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인가 ‘배구 한 번 해볼래’라고 해서 갔는데 거기서부터 시작이었어요. 그때는 ‘배구 안 해’라고 했는데 감독님, 코치님께서 부모님을 설득하셨어요. 원래 6학년 때까지만 하기로 했는데, 하다 보니 재밌더라고요. 또 승부에서 이기면 느끼는 희열이 좋았어요.

Q. 배구가 재밌었을 때도 있고, 싫었을 때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배구는 항상 재밌었어요. 스스로 연구하는 재미도 있었고, 실력을 인정받는 거 자체가 좋았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준우승만 네 번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조금 힘들었고, 정말 미칠 거 같았어요. 슬럼프가 왔어요. 공은 네트에 다 걸리고, 쉬운 공도 다 놓치니 자괴감과 허탈함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이 저에게 2주 휴식을 준 적이 있어요.

Q. 경기대 시절 이야기도 자주 회자되곤 합니다. 이민규, 송명근 선수와 함께 경기대 3인방으로 불렸잖아요.

지금도 민규, 명근이랑은 연락을 자주 해요. 군대 휴가 나왔을 때도 연락했고요. 그때는 정말 재밌었죠. 경기대 3인방이라 불리면서 우승도 많이 하고, 나름 자부심도 있었고요. 좋은 친구들, 좋은 선수들과 배구했어요. 지금도 만나면 그때 이야기 많이 해요. 힘들 때 의지가 많이 됐죠.

Q. OK저축은행(現 OK금융그룹) 시절에는 두 번의 우승도 경험했고, 무엇보다 롤모델이었던 석진욱 당시 수석코치님과 함께 생활했잖아요. 배운 부분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많았죠. 석 감독님도 저랑 키가 비슷한데 뼈가 굵어 체중이 많이 나가셨나 봐요. 그래서 항상 ‘너는 나랑 비슷하니 체중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그래야 선수 생활 오래 한다’라고 하셨어요. 감독님께서는 항상 리시브, 디펜스를 강조하셨어요. 또한 공격과 수비 자세, 블로킹 노하우, 배구를 대하는 마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셨죠. 코트 안에서 밝은 모습을 보여야 동료들이 시너지를 받을 수 있다고 하셨어요.

Q. 지금도 롤모델이 석진욱 감독님인가요.
그렇죠. 유튜브 알고리즘 때문에 감독님의 예전 경기 영상이 뜨는데 냉정해 보이고 열정도 있어 보였어요. 그리고 누가 봐도 배구를 잘 한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지금도 존경하죠.


아내에게 전한 고마움
“덕분에 군대에서 스타 됐다”

Q. 3년 전인 2019년 5월에 결혼을 했어요. 아내는 어떤 사람인가요.
본받을 점이 많아요. 항상 미리미리 준비하면서 제가 놓치는 부분은 모두 이야기해 줘요. 많이 배우기도 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에요. 저도 어른들에게 싹싹한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아내에 비하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사람이에요.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요. 너무 동안이고 제가 귀여운 사람을 좋아하는데, 거기에 부합되지 않나.

Q. 군대에 있을 때는 아내와 떨어져 지냈잖아요.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훈련소에 있을 때 편지를 정말 많이 썼어요. 훈련소에서 스타가 된 계기가, 관물대가 철로 되어 있잖아요. 아내가 거기에 붙일 수 있는 사진이랑 편지를 정말 많이 보내줬어요. 그래서 동기들이 ‘와 결혼사진이다. 형수님이 다 준비해 주셨어요?’라고 하는데 괜히 어깨도 으쓱으쓱했고요. 손 편지도 매일 왔고, 인터넷 편지도 하루에 몇 장씩 써줬고요. 그리고 손으로 직접 다 쓰고 그려서 스도쿠나 가로세로 퀴즈 같은 것도 보내줬어요. 그런 걸 보면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면회도 자주 왔나요.
코로나19 때문에 면회가 막혀 있었어요. 원래 분기별로 외박을 나갈 수 있잖아요. 저는 외박을 나간 적이 없었어요. 면회도 말년 휴가 나가기 전에 아내가 장인어른, 장모님 모시고 딱 한 번 온 게 전부였어요. 외박을 못 나가는 대신 휴가로 보답을 받았죠. 그래서 휴가는 상무 선수들보다 제가 더 많이 나가지 않았을까(웃음).


송희채의 바람
“언제나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길”

Q. 군대 가기 전에는 20대였다면, 지금은 30대잖아요. 마음가짐에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20대에는 ‘이제는 하루하루가 다르다. 몸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라고 말하는 30대 형들의 말을 공감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공감해요. 나이가 들다 보니 더 관리해야 하고 준비해야겠다는 걸 느껴요. 30대지만, 마음은 20대라는 생각으로 사려고 합니다. 그러나 가정에서는 30대의 모습을 보여줘야죠. 냉철하고 많이 생각하고, 또한 최근에 아버지가 환갑을 맞이하셨어요. 우리 가족도 나이가 있다 보니 제가 더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Q. 이젠 어린 선수가 아니잖아요. 후배 선수들에게 어떤 선배 선수가 되고 싶나요.
어렵지 않고, 궁금한 게 있을 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선수 생활하면서 희로애락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후배들이 가끔 물어봐요. ‘우승할 때는 어땠냐’, ‘몸이 안 좋았을 때는 왜 이렇게 힘들 수밖에 없냐’라고 물어보는 데 그럴 때는 제가 해줄 말이 있잖아요. 믿고 기댈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Q. 희채 선수가 생각하기에 자신과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선수가 있나요.
제가 섣불리 말하기에는 그럴 수 있지만, OK금융그룹 박승수 선수가 떠올라요. 석진욱 감독님이 박승수 선수를 지명한 이후 ‘송희채 같다’라는 기사를 봤어요. 보니 체격도 비슷한 것 같고 오버 리시브하는 빈도수나 팀에서 하는 역할이 저와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Q.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요. 올 시즌 종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게 되네요.
FA는 별로 신경 안 써요.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와요(웃음). 제 목표는 팀 우승이죠. 또한 우리카드라는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변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스윙을 시즌 끝나기 전까지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요. 설령 그게 잘 안되더라도 팀에 기여하고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복귀한 만큼 이 마음가짐이 쭉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안 다치고 잘 해볼게요.

Q. 국가대표 욕심은 없나요.
20대 때 몇 번 가긴 했는데, 후배들 하는 거 보니 제 자리는 이제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불러주시면 감사하죠. 국가대표보다는 지금은 팀이 이기는 경기를 하는데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우리카드는 감사한 팀이에요. 군대에 가야 하는 선수임에도 트레이드를 하면서 기다려줬잖아요. 감사해요.

Q. 배구 인생에 있어 목표가 있다면요.
상은 바라지도 않아요. 예전에도 잘 했으면 받았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이제는 못 받더라도 팀이 이긴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경기에 투입되어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또한 제 역할을 계속할 수 있는 거에 감사해요.

Q. 배구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부모님이죠. 티는 안 내시지만 학창 시절이나 프로에서 우승했을 때 저를 보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어릴 때는 몰랐는데 자식이 운동을 잘하고 있고 TV에 나오는 것을 뿌듯해하시더라고요. 더 잘 해야죠. 지금은 와이프에게 많은 힘을 얻어요. 힘들 때 만나서 군대도 기다려줬고요. 힘들 때 무너질 수도 있었을 텐데 지지해 주고 힘을 낼 수 있게해줘 감사하죠.

Q. 배구 인생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 본다면요.
아직 모르겠어요. 그래도 몸의 큰 이상 없이 코트에 모습을 비출 수 있는 꾸준함을 가지고 싶어요. 최근 2~3년은 힘들게 지냈잖아요. 선수로서 인정받는 지금 이 순간이 감사하고 꿈같아요.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고 싶어요.

Q. 어느덧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에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나를 아는 것이 자랑스러워지도록 노력하자’라는 말이요. 부모님에게 살가운 아들은 아니었어요. 어릴 때 송희채는 부모님에게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지금부터라도 많이 챙겨드리려고 합니다. 와이프는 힘든 시기에도 제 옆을 지켜줬는데, 앞으로는 항상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요.

글. 이정원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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