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휩쓴 '빨간 스카프' 부대…'2전3기' 선명여고의 치열했던 첫 우승 여정

통영/송현일 기자 / 기사승인 : 2025-08-06 1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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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여고가 한봄고를 제치고 2025 대통령배 전국중고배구대회 정상에 섰다.

선명여고는 6일 경남 통영체육관에서 끝난 대회 결승전에서 한봄고를 세트스코어 3-2로 눌렀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 안으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고, 빨간 스카프를 목에 맨 학부모 응원단은 두 팔을 번쩍 들며 코트가 떠나가도록 "자랑스럽다 선명"을 연호했다.

이날 이들이 이토록 기쁨을 숨기지 못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오랜 시간 고교배구 명문의 자존심을 지켜온 선명여고지만, 올해는 유독 승운(勝運)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즌 첫 대회였던 3월 춘계연맹전 때는 충격의 예선 탈락까지 겪으며, 선명여고는 그 체면을 완전히 구겨야 했다.

그러나 이번 여정에서 선명여고는 그간의 아쉬움을 시원하게 씻어냈다. 예선 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조직력을 보이더니, 기어코 전승 우승을 거둔 것이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특히 한봄고와의 마지막 경기가 가장 큰 고비였다. 우승 문턱에서 만난 사이답게 양 팀은 서로 양보 없는 격전을 벌였다. 선명여고가 짜임새 있는 배구로 상대를 괴롭혔다면, 한봄고의 무기는 높이와 힘이었다.
 

 

경기 내용도 치열했다. 첫 두 세트는 선명여고가 먼저 수월하게 가져갔지만, 이어진 한봄고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다음 두 세트를 한봄고가 잇달아 잡아내면서, 양 팀의 승부는 벼랑 끝 5세트로 향했다.

역 스윕 위기에 몰린 선명여고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리베로 김효임이었다. 다 잡을 경기를 놓칠 수도 있었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홀로 악을 써가며 팀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한 번은 수비 과정에서 그대로 가벽과 충돌해 보는 이들의 걱정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런 김효임을 보며 동료들도 다시 힘을 냈다. 그렇게 선명여고는 한봄고를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그토록 바란 시즌 첫 우승컵을, 마침내 품에 안는 순간이었다.


 

김효임은 "경기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다들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다 같이 빨리 정신을 붙잡은 덕에 이렇게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3번의 도전 끝에 어렵게 우승한 거라 그런지 기분이 더 좋은 것 같다. 첫 대회였던 춘계연맹전 때는 예선 탈락을 했고, 다음 대회였던 종별선수권 때는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다. 그런 상황 속에서 다들 간절한 마음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는데, 노력한 만큼 결과가 좋게 나와 너무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김효임의 롤모델은 GS칼텍스 리베로 한수진이다. 우상과 함께 V리그 무대를 누빌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라 드래프트 생각을 아예 안 할 순 없지만, 당장은 팀 성적에만 집중하려 한다. 전국체전 우승이 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가장 큰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김효임은 대회가 끝난 뒤 열린 시상식에서 리베로상을 수상하며 기쁨을 더했다.


사진. 통영/송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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