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성장 중인 장보석·장은석 형제

송현일 기자 / 기사승인 : 2025-04-07 14:50:3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이현승(현대캐피탈)·이현진(삼성화재) 쌍둥이 이후 한양대에 또 형제 선수가 탄생했다. 2024년 차세대 왼손잡이 거포의 등장을 알린 장보석에 이어 그의 동생인 장은석도 올해 한양대 입학을 확정한 것이다. 이들을 지도하는 송병일 한양대 코치 겸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두 명 다 지닌 재능은 확실하다. 아직 갈 길이 머나 성장 여하에 따라 한국배구 발전을 이끌 선수로 클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U리그 득점왕X고교 최대어
한양대서 재회한 두 형제

한양대가 지난해 창단 첫 U-리그 우승을 차지한 데는 당시 신입생이던 장보석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1학년임에도 당당히 주전 아포짓으로 나서 플레이오프 득점왕(6경기·140점)을 차지했고, 마지막 인하대와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양 팀 최다 24점을 몰아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2025년 한양대는 또 한 명의 특급 신예를 품에 안게 됐다. 2년 전 한국에 30년 만의 세계유스선수권대회 동메달을 안겼던 202cm 미들블로커 장은석. 다름 아닌 장보석의 친동생이다.

한양대에서 다시 만난 소감이 궁금하다.
장은석
형과는 고등학교 때도 같이 운동했다. 함께한 시간이 워낙 오래되다 보니 같이 있으면 편하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존재다. 형 덕에 대학 생활도 남들보다는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형이 평소 잘 챙겨주는 편인지?) 직접적으로 해주는 건 없다(웃음). 내가 팀 훈련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럴 시간도 없었을 거다. 그래도 형이 같은 팀에 있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장보석 동생이 말한 것처럼 우린 고등학생 때도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형으로서도 동생과 함께 지내면 여러 좋은 점이 많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가족과 같을 순 없다. 심적인 부분에서 앞으로 동생에게 많이 의지할 것 같다. 동생에게 한양대 입학을 축하한다고 다시 한번 말해주고 싶고, 같이 여기서 잘해보고 싶다. 나도 엄밀히 따지자면 갓 막내 탈출한 신분이다. 아직 누굴 챙길 여력이 없다. 나중에 수강 신청 같은 것들은 꼭 책임지고 돕겠다.

형이 한양대 입학을 적극 권유했다고.
장은석
내가 고등학생일 때 형이 매일 같이 전화로 한양대에 오라고 꼬셨다. 학교 자랑을 엄청 많이 했다. (한양대가 마음속 1순위였는지?) 이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한양대만 생각했다. 배구하면 한양대 아닌가(웃음). 형의 존재도 있었고, 감독님과 코치님에 대한 칭찬도 자자해서 궁금했다.

장보석 동생과 평소에도 친하게 지낸다. 그래서 같은 팀에서 뛰고 싶었고, 내가 일 년간 다니면서 직접 겪은 한양대는 동생에게도 자신 있게 입학을 권유할 수 있는 학교였다. 동생이 고등학교에서 워낙 잘하니까 감독님과 코치님이 뽑아주신 게 아닐까. 동생이 대학교에서도 빨리 자리 잡길 바란다. 같이 주전으로 뛰고 싶다. 물론 나도 아직 한참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은석 선수는 지난해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준우승을 경험하기도.
장은석
2023년 세계유스선수권대회 때 얘길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처음으로 나간 국제대회에서 30년 만의 동메달을 따는 영광을 누렸다. 당시 나도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무엇보다 (이)우진이 형이나 (윤)서진이 형 같은 좋은 동료들이 있었기에 그런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당시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면 4강에서 이란을 못 잡은 것인데, 그게 이번 아시아대회에서도 이어졌다. 결승에서 다시 만나 최선을 다했는데 결국 이기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한이 맺혔다.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설욕하고 싶다. (준우승에도 기쁜 기색이 없어 보이는데?) 기쁨은 대회 내내 옆에서 잘해준 동료들의 몫이다. 나는 이란을 못 이긴 책임만 가져가겠다.

대회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장은석
당연히 일본과 준결승전이다. 사실 대회 개막 직전 연습경기 때는 우리가 일본에 압도당했다. 정말 잘하더라.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었다. 호흡이 점점 맞춰지면서 경기력이 올라왔고, 결국 준결승 때는 풀세트 끝에 우리가 일본을 이겼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가슴에 새겨진 태극기를 보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
장은석
여러 가지 감정이 섞였다. 나도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다는 자부심, 동시에 내가 정말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냐는 의구심. 나라를 대표한다는 벅참이 밀려오면서도 동시에 스스로 그에 걸맞은 사람이 돼야 할 필요를 깨달았다. 그리고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아직 부족함이 많다는 것도 스스로 느꼈다. 언젠가 태극기를 다시 마주할 때는 당당하고 싶다. 그때까지 힘도 기르고 실력도 쌓겠다.

보석 선수도 지난해 값진 경험을 쌓았다.
장보석
1학년 때부터 뛸 기회를 받아 감사한 마음이었다. 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감독님과 코치님이 믿어주신 덕이다. 그리고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 옆에 동료들이 잘해줘서 티가 덜 났다(웃음). 신입생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건 큰 행운이자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할 수 있게끔 앞에서 끌어준 팀에 감사하고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냥 우승이 아니다.
장보석
한양대가 U-리그 우승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U-리그는 대학 배구에서 가장 큰 대회로 꼽힌다. 그런 영광스러운 순간을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절로 자부심이 생기는 기분이다.

득점왕인데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
장보석
그렇지 않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일 년 동안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옆에 기량이 출중한 동료들이 있어서 내게 기회가 열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득점왕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도 일단 놀라웠다. 하지만 숨길 수 없이 기쁜 건 사실이다(웃음).

보석 선수도 청소년 대표팀 출신이다.
장보석
2022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대표팀에 발탁됐다. (한)태준이, (최)준혁이, (이)준영이 형, (이)윤수 형, (서)현일이 형 등과 호흡을 맞췄다. 3위를 해서 이듬해 세계대회 출전은 아쉽게 불발됐다.



“가진 게 많다, 악착같이 기량 다듬으면 큰 재목 될 것”
올 시즌 전관왕을 외치는 한양대의 겨울나기는 이미 한참 전 시작됐다. 신입생 장은석도 12월 말 팀 훈련에 합류해 형 장보석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올해 멤버구성에 여념이 없는 프로 선수·지도자 출신 송병일 코치도 이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은석 선수의 어떤 잠재력을 눈여겨봤는지.
송병일
한양대에 데려올 때 우선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어린 나이에 국제대회 경험도 착실히 쌓았다. 그리고 2m가 넘는다. 이 정도면 프로에서도 경쟁력 있는 수준이다. 물론 배구에 키가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팀에 확실한 옵션이 될 수 있단 건 부정할 수 없다.

짧은 시간이지만 직접 지도했다.
송병일
팀 훈련에 합류한 지 이제 2주 정도 됐다. 솔직히 개선해야 할 게 산더미다. 선수 본인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지금 정도로는 자신의 재능을 만개하기 어렵다. 내가 보기엔 한국배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커 줘야 하는 선수인데, 아직은 잠재력이 발휘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최근 본 2m 넘는 학생 선수 중 가장 민첩하다. 이미 가진 게 많다는 얘기다. 그걸 살려서 악착같이 기량을 다듬으면 필시 큰 재목이 될 거라 본다.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보나.
송병일
아직 한창 성장하는 단계라 특정 부분을 꼽기보다는 성격적인 부분을 얘기해 주고 싶다. 좀 더 뻔뻔하고 대범해졌으면 좋겠다. 형의 성격이 꼭 그렇다. 그래서인지 형은 코트에서도 늘 자기 실력 이상을 발휘하고, 일 년 동안 많이 늘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코트에 오를 기회를 얻을 거고, 그게 선순환이 돼서 실력이 쭉쭉 늘 거다. 대학에서도 경기에 많이 뛰는 선수들은 기량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지금 대학에 있는 선수들이 유념했으면 한다.

말마따나 보석 선수는 지난해 최고의 데뷔 시즌을 보냈다.
송병일
동생과는 반대 스타일이다. 점프도 높고 운동신경이 아주 좋다. 말라보여도 탄탄한 근육을 갖추고 있다. 다만 배구를 늦게 시작해서 섬세함이나 기술은 확실히 떨어진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게 대학에선 통할 텐데, 기본기가 지금과 같은 수준이면 나중에 프로에선 힘들 거다. 더구나 왼손잡이 공격수가 프로에서 살아남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에 있는 동안 안주하지 않고 계속 발전해야 한다. 그리고 1학년 때 잘했다고 2학년 때도 주전이란 보장은 없다. 정체되는 순간 그대로 동료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거다.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프로에 가면 이게 일상이다. 지금부터 습관화해야 한다. 지난 일 년은 선수 본인이 정말 많이 노력했고 그만큼 실력도 확 늘었다. 인정한다. 올해는 또 다른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흡수력이 좋은 편이니 스스로 부족한 점을 계속 찾고 채워나가면 이 성장세가 지속될 거다.

그래도 두 형제 덕에 송 코치도 든든할 것 같다.
송병일
그랬으면 좋겠다(웃음). 아까도 말했다시피 올해 한양대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 무한 경쟁을 시킬 계획이다. 두 사람도 알고 있겠지만 팀에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러니 부단히 노력해서 팀과 자신 모두에게 의미 있는 대학 시절을 보내길 바란다. 보석이와 은석이 모두 계속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다 보면 어느 팀에서도 탐낼 인재로 성장할 거다.

은석 선수의 짧은 팀 훈련 후기도 들어보고 싶다.
장은석
힘들긴 한데 아직은 따라갈 만하다(웃음). 팀에 특출난 형들이 모이다 보니 매일매일 배울 점이 새로 보인다. 훈련 시스템 같은 것들도 고등학교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부지런히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할 것 같다. 팀 적응은 아직 100%는 못 했다. 새롭게 만난 사람들이 많아서 맞춰가야 할 게 많다. 운동 외적인 것도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그래도 형이 있어서 의지가 많이 된다.
장보석 동생은 금방 적응할 거라 믿는다. 조금만 다듬으면 조만간 경기에 뛰지 않을까 싶다. 같이 코트에 오를 날이 기대된다.



배구선수 꿈 위해 나란히 속초로,
이제는 프로 맞대결·동반 국가대표 꿈꾼다

두 형제가 나란히 배구공을 잡게 된 것은 장보석이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엘리트 배구에 입문하면서다. 장보석은 배구를 배우기 위해 남양주에서 속초로 전학을 택했고, 그 과정에서 이미 농구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던 장은석도 가족의 권유에 따라 형과 함께 떠나게 됐다.

형제가 나란히 배구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한데.
장보석
중학교 3학년 때 배구를 처음 시작했다. 아버지가 육상선수 출신인데, 나도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다. 남들보다 늦었지만 잘할 자신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당시 동생은 이미 농구를 시작한 상태였는데, 같이 속초에 가서 배구하자고 내가 꼬셨다(웃음).
장은석 원래는 농구를 정말 좋아했고, 농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엘리트 농구에도 이미 뛰어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형이 배구를 시작하게 되면서 가족들이 형과 같이 배구하지 않겠냐고 권유하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한 번 해보기나 하자 하고 놀러 가는 식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하니 오히려 농구보다 잘 맞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농구도 좋아하지만, 배구가 정말 재밌더라. 지금은 되려 배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 같이 나온 건가.
장보석
맞다. 설악중, 속초고 한양대 전부 동생과 같이 나왔다. 동생과 나는 중학생 때부터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한 사이 아닌가. 사실 동생이라기보단 가장 마음 맞는 친구 같은 느낌이다.

둘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
장은석
정말 많이 싸웠다. 싸운다기보단 형이 나를 많이 괴롭혔다. 어릴 적 눈물이 많은 편이었는데, 그걸 두고 형이 날 더러 울보라며 시비를 걸곤 했다.
장보석 어릴 때 동생과 많이 티격태격하긴 했다. (지금 싸우면 누가 이기나?) 내가 무조건 진다. 그래서 요즘엔 안 괴롭힌다(웃음).

서로 성격은 비슷한 편인지.
장보석
많이 다른 것 같다. 나는 ISTP다.
장은석 나는 INFJ다. (사실상 정반대인데?) 실제로 그렇다(웃음).

좋아하는 선수도 다른가.
장은석
아무래도 서로 포지션이 다르다 보니 좋아하는 선수도 안 겹친다. 나는 국내 선수 중에서 신영석을 가장 좋아하고 닮고 싶어 한다.
장보석 서재덕. 나와 같은 왼손잡이기도 하고, 나도 서재덕처럼 공수 균형이 좋고 다재다능한 선수가 되고 싶다. 아포짓과 아웃사이드 히터 모두 소화하는 게 목표라 받는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다.

훗날 프로에 가서도 같은 팀에서 뛰고 싶나.
장보석·장은석
그때는 서로 다른 팀에서 뛰고 싶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같이 나왔으니, 프로에서는 적으로 상대해 보고픈 마음이다. 서로 포지션이 날개 공격수, 미들블로커다 보니 제대로 맞붙을 수 있을 것 같다. 기대된다.

누가 이길 것 같나.
장보석
솔직히 자신 없다. 질 자신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동생한테는 절대 안 막힐 것 같다.
장은석 내가 이길 것 같다. 형이 때리는 건 다 막을 수 있다.

형제 프로선수에 이어 형제 국가대표는 어떤가.
장은석
당연히 그렇게 되고 싶다. 지금은 갈 길이 멀지만 노력하면 언젠간 기회가 오지 않을까. 사실 현재로선 형과 함께 한양대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벅차다. 프로에 가면 또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만약 언젠가 정말 형과 함께 나란히 국가대표가 된다면, 그때가 바로 내 꿈을 이룬 날이다.
장보석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내가 아는 선에서는 남자배구에 형제 국가대표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더 위로 올라가면 있을 수도 있다. 그걸 우리가 하게 되면 정말 기쁠 것 같다. 갑자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이번 시즌 목표는.
장보석
지난해엔 창단 첫 U-리그 우승을 거머쥐었으니, 이번엔 트로피 개수를 더 늘려보고 싶다. 작년에 라이벌 인하대가 2관왕을 했으니 우린 그걸 뛰어넘어 3관왕을 목표로 하겠다. 지난 시즌 우리의 날개 공격수는 1, 2학년 위주였던 반면 인하대는 다 베테랑급이었다. 그러니 올해는 우리가 강세이지 않을까(웃음).
장은석 신입생인 만큼 거창한 목표보다는 우선 경기에 많이 뛰고 싶다. 그리고 기회가 닿는다면 형처럼 1학년 때부터 우승 경험을 해보고 싶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