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이 두 가지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원정길에 오른다.
홈팀 정관장은 남은 정규리그 두 경기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준플레이오프를 건너뛰고 플레이오프로 직행하는 것이 확정됐고, 그렇다고 2위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
따라서 이번 경기에서는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 쌍포는 물론 염혜선‧정호영‧박은진 등의 주축 선수들이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메가의 자리에는 이예솔이 나설 수 있고, 지아의 자리에는 곽선옥과 이선우가 출격 가능하다. 염혜선을 대신해서는 안예림과 김채나가 출전을 준비할 수 있고, 미들블로커 자리에는 한송이와 이지수가 나설 수 있다. 어떤 선수들이 소중한 기회에서 자신의 역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다만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의 경우 마냥 백업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자리로 쓰기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다한 이소영이 정밀 검진 결과 인대 파열 진단을 받은 상황에서, 봄배구에서의 날개 조합과 로테이션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 큰 무대에서 이소영을 대체할 후보로는 박혜민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박혜민이 이 경기에 나선다면 다른 선수들과는 또 다른 목표 의식을 갖고 경기력과 감각을 조율해야 할 것이다.
원정팀 페퍼저축은행은 직전 경기에서 흥국생명에 알싸한 후춧가루 세례를 날렸다. 1세트를 내주고도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는 38점을 퍼부으며 공격을 견인했고, 박정아도 16점을 보탰다. 1세트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이고은에게 자리를 내주기도 했던 박사랑은 2세트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정관장이 총력전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현 상황은 페퍼저축은행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창단 이후 아직 연승을 거둔 적도, 정관장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적도 없는 페퍼저축은행이 두 가지의 역사를 한 번에 쓸 수도 있는 경기다. 경기장 안팎에서의 여러 잡음으로 어수선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페퍼저축은행이지만, 새로운 역사를 쓰는 승리를 하나 추가한다면 분명 선수들과 팬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물론 상대가 힘을 아끼는 것만으로 승리를 거둘 수는 없다. 페퍼저축은행이 좋은 배구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직전 경기는 공격적인 부분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다. 다만 굳이 흠을 잡자면 하혜진이 전위일 때 중앙에서의 득점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과 공격적인 서브 공략이 득점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를 개선하는 데 힘쓴다면 새로운 역사를 쓸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관장과 페퍼저축은행이 전혀 다른 목적과 마음가짐을 갖고 대전에서 맞붙는다. 그 과정과 결과가 모두 궁금하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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