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선수들의 단 하나의 방향성, 팬들을 위해 뛰는 것 [스파이크노트]

화성/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1-08 16: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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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무엇인지는 아직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방향성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바로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이다.

흥국생명이 8일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1(25-23, 30-28, 23-25, 26-24)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김연경과 김나희가 컨디션 난조로 결장했지만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의 28점 활약과 김연경, 김나희의 빈자리를 준수하게 메운 김다은과 변지수의 분전으로 승리를 일궈냈다. IBK기업은행은 달리 산타나(등록명 산타나)가 24점을 올리며 공수 양면에서 고르게 활약했고, 육서영이 16점을 올리며 폭발적인 공격력을 선보였지만 리시브와 연타 수비에서 신연경의 공백을 실감하며 3연패에 빠졌다.

흔들린 김수빈, 예열이 길었던 김희진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김나희가 빠진 가운데 김다은과 변지수가 그 자리를 메꿨다. 주전들의 공백에도 흥국생명은 1세트를 기분 좋게 출발했다. 김희진의 공격을 연달아 디그하면서 김다은과 옐레나가 득점을 올렸고, 산타나의 범실까지 유도하며 4-1로 앞서갔다. 흥국생명의 서버들은 계속해서 김수빈을 집중 공략했고 김수빈이 이에 흔들리며 김다은의 다이렉트 득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흥국생명은 7-2까지 앞서가며 기세를 올렸다.

IBK기업은행은 높이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김하경의 서브 득점으로 8-11을 만든 IBK기업은행은 블로커들의 연이은 유효 블로킹으로 흥국생명의 공격을 무력화시켰고, 산타나의 오픈 공격과 김수지의 연속 블로킹까지 터지며 12-12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은 김희진 쪽에서의 결정력 부재에 시달렸고, 김수빈 역시 리시브와 2단 연결에서 연거푸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IBK기업은행은 역전에는 이르지 못했다.

세트 후반, 드디어 김희진이 깨어났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날카로운 공격을 퍼부으며 추격의 선봉장이 됐다. IBK기업은행은 김희진의 연속 득점으로 20-21까지 점수 차를 좁혔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의 추격은 계속 한 걸음이 모자랐다.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상황마다 정교함이 부족했다. 아슬아슬하게 앞서던 흥국생명은 이주아의 이동공격으로 24-22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고, 최정민의 서브 범실과 함께 25-23으로 1세트를 가져갔다.
 

김다솔의 배짱과 이주아의 책임감이 만든 30점
2세트 초반, 1세트를 자신의 서브 범실로 내준 최정민이 결자해지에 나섰다. 2-2에서 흥국생명 코트 1번 자리 구석에 떨어지는 서브 득점을 기록했다. 산타나는 블로킹 가담 이후 어택 커버까지 연결하는 투지를 연달아 선보였고, 득점까지 올리며 팀의 6-4 리드를 이끌었다. 한때 흥국생명이 김미연과 옐레나를 앞세워 8-7 역전을 만들기도 했지만, IBK기업은행이 최정민과 표승주의 블로킹에 이어 김하경의 서브 득점으로 응수하며 다시 11-8로 앞서갔다.

좋은 흐름을 이어가던 IBK기업은행은 세트 중반 급격히 흔들렸다. 옐레나의 빈 공간을 노리는 재치에 당하며 12-10 추격을 허용한 뒤, 최정민의 속공이 읽히고 김희진의 연타가 네트에 걸리며 12-12 동점까지 내줬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은 육서영과 산타나의 활약으로 역전까지는 허용하지 않았고, 이솔아의 패스 페인트로 16-15를 만들며 가까스로 리드를 지켰다.

불안했던 코트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꾼 것은 육서영의 백어택 한 방이었다. 16-16에서 이어진 긴 랠리, 어렵게 올라온 공을 과감한 백어택으로 해결하며 활짝 웃었다. 이후 IBK기업은행은 표승주와 산타나의 블로킹으로 20점에 선착했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변지수와 옐레나의 서브 득점으로 22-22 동점을 만들며 2세트의 향방은 미궁 속으로 빠졌고, 결국 2세트는 듀스를 향했다.

듀스의 승자도 쉽게 가려지지 않았다. IBK기업은행에서는 표승주가, 흥국생명에서는 옐레나가 공격을 이끌었다. 최후의 순간, 김다솔의 배짱이 빛을 발했다. 29-28 세트 포인트에서 듀스 내내 옐레나를 향하던 패스를 기습적으로 이주아에게 올렸다. 이주아가 날카로운 속공으로 이를 해결하며 2세트도 흥국생명의 승리로 돌아갔다.

‘3세트에만 7점’ 두려움을 모르는 육서영
3세트는 앞선 두 세트보다 더 치열한 초반이 전개됐다. 흥국생명이 옐레나의 재치 있는 공격으로 앞서가면 IBK기업은행이 육서영의 서브 득점과 표승주의 퀵오픈으로 응수했다. 팽팽한 접전에서 육서영이 또 한 번 과감함을 드러냈다. 6-6 동점에서 다소 낮게 올라온 공을 날카로운 라이트 백어택으로 처리했다. IBK기업은행은 산타나의 퀵오픈까지 터지며 8-7로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선착했다.

육서영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9-9에서도 겁 없는 퀵오픈으로 팀의 리드를 지켰고, 연달아서 다이렉트 득점까지 기록하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은 수비 상황에서 집중력 부족에 시달렸다. 특히 첫 디그가 이뤄진 후의 후속 처리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결국 아쉬운 실점이 누적된 IBK기업은행은 옐레나에게 서브 득점을 내주며 12-13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양 팀은 1점 싸움을 이어갔다. 역전과 재역전을 주고받았지만 점수 차는 좀처럼 벌어지지 않았다. 20점 이후에도 양 팀의 1점 랠리는 계속됐고, 결국 집중력 싸움이 승부처가 됐다. 집중력을 더 끌어올린 팀은 IBK기업은행이었다. 육서영의 재치 있는 연타로 24-23 세트 포인트를 만들었고, 옐레나의 공격을 최정민이 블로킹으로 가로막으며 3세트를 끝냈다.

빛바랜 산타나와 육서영의 맹활약
3세트 승리로 기세가 더 오른 육서영은 4세트 초반에도 그야말로 ‘인생 경기’급 경기력을 선보였다. 강력한 공격들을 연달아 상대 코트에 내리 꽂았고, 서브 득점까지 올리며 팀을 견인했다. 육서영의 연속 서브로 IBK기업은행은 7-4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그러나 또 한 번 IBK기업은행의 리시브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김다은에게 연속 서브 득점을 헌납하며 순식간에 8-9 역전을 허용했다.

세트 중반, 계속해서 뒤처지던 IBK기업은행을 산타나가 구원했다. 산타나는 11-14에서 날카로운 퀵오픈을 터뜨린 데 이어 효과적인 서브로 김주향의 득점에 기여했다. 이후 김해란의 리시브를 무너뜨리는 서브 득점까지 올리며 14-14 동점을 이끌었다. 여기에 육서영도 계속해서 맹활약을 이어가며 IBK기업은행은 다시 경기의 균형추를 맞추는 데 성공했다.

세트 후반, 산타나와 육서영도 지치기 시작했다. 17-18에서 산타나가 이원정의 블로킹에 가로막힌 데 이어 육서영이 공격 범실을 저지르며 흥국생명에 먼저 20점 고지를 내줬다. 그러나 두 선수는 마지막까지 힘을 쥐어짰다. 18-21에서 함께 2연속 득점을 합작했다. 여기에 김하경의 서브 득점이 나오며 점수는 21-21 동점이 됐고, 산타나가 또 한 번 퀵오픈을 터뜨리며 22-21 역전을 견인했다. 그러나 위기에서 변지수가 날았다. 23-24에서 표승주의 공격을 가로막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결국 또 한 번의 듀스 접전이 이어졌고, 승자는 흥국생명이었다. 육서영의 범실에 이어 김다은이 퀵오픈으로 26-24를 만들며 경기를 끝냈다.

사진_화성/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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