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남자부 신인드래프트 사상 첫 고졸 1순위.
지난해 10월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얻은 대한항공은 천안고 세터 김관우의 이름을 불렀고, 19살의 김관우는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며 새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한 시즌간의 짧은 웜업을 마친 그는 이제 꿈을 향한 본격적인 비행길에 오르고자 한다.
“대한항공의 영구결번이 되겠다.”
10점짜리 첫 시즌, 영구결번 향한 첫 발걸음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은 늘 완벽주의자였다.’ 본지의 경험상 그랬다. 2024~2025시즌 자신의 활약을 “10점”이라 답한 김관우. 그에게서 2007년의 한선수가 겹쳐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데뷔 후 첫 비시즌을 맞았다.
휴가 내내 배구만 생각했다. 물론 아예 안 쉰건 아니다(웃음). 최근 어머니와 단둘이 필리핀 보홀로 여행도 다녀왔다. 복귀 후에는 7월 단양 실업대회 준비를 위해 차근차근 몸을 만들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볼 운동도 시작했다.
비시즌 대한항공은 코치진 전면 교체를 단행했다.
감독님을 포함해 코치진이 전부 바뀌었다. 성향도, 추구하는 배구 스타일도 달라 적응 중이다. 새 코치진의 공통점은 선수들의 열정과 의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 그 점에 집중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브라질 출신 세터 코치님 덕분에 최근에는 기본적인 토스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중이다. 얼마 전 합류한 황동일 코치님은 첫 만남부터 열정적이셨고, 많은 걸 가르쳐주시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지난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여러 경기에 교체로 투입됐지만 역시 처음 세트 선발로 나섰던 OK저축은행과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아쉬웠던 기억이자 가장 가슴 뜨거웠던 순간이다. 지금까지 배구를 해오는 동안 제일 간절했던 자리였다. 잘 하려 열심히 했지만, 돌아보면 마음이 너무 앞섰던 것 같다. 경기 후 세터 형들과 코치님들이 덕담도 건넸지만, 동시에 더 많이 배워야겠다는 조언도 해주셨다. 나에게는 성장통 같은 경험이었다.
우상으로 꼽았던 한선수를 비롯해 세터 선배들과는 얼마나 친해졌는지?
처음 팀에 들어왔을 때보다는 정말 많이 편해졌다. 이제는 형들과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다. 가까이서 함께 연습하고 경기를 뛰면서 왜 이 형들이 최고의 세터인지 직접 느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현역 최고 자리를 지키는 이유를 보며,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한 노력과 고통을 떠올리며 나 자신을 많이 돌아봤다.
신인임에도 챔피언결정전에 나섰다.
확실히 정규리그와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양 팀 팬들의 응원 열기, 긴장감, 모든 게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들어가면 반드시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지는 못했다. 아쉬움이 남는 순간 중 하나다.
역대 최초 고졸 1순위라는 수식어에 부담은 없었나?
처음엔 정말 부담이 컸다. 최초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오히려 생각이 많아졌고, 스스로를 조이게 됐다. 지금은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내가 1라운드 1순위였으니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랬더니 마음도 가볍고, 플레이도 더 잘되는 것 같다.
천안고 시절, 모두가 인정했던 전체 1순위였다.
그 시절은 배구가 얼마나 어려운 운동인지 절감하며 동시에 큰 성취감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함안중 시절부터 은사였던 김종일 감독님은 항상 겸손하라고 말씀하셨다. 덕분에 흔들리지 않고 기반을 잘 다질 수 있었다.
김종일 감독은 김관우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3까지 긴 시간을 함께했다. 내게 가족 같은 분이다. 감독님의 지지와 조력 없이는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이다. 배운 가르침을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며 프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프로에 온 뒤로는 김종일 감독에게 어떤 얘기를 들었나.
축하 인사와 함께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넌 아직 유망주일 뿐이고, 지금부터가 시작이다”고 하셨다. 그 말이 마음가짐을 다잡는 데 큰 힘이 됐다.
대한항공에서 등번호를 천안고 시절 3번이 아닌 15번으로 택한 이유는?
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달았던 번호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로 15번을 골랐다. 대한항공에서 오래, 즐겁고 재미있게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 번호는 바꾸고 싶지 않다.
스스로 지난 시즌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10점. 아직 해보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를 줄 수는 없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담긴 점수다(웃음).
다음 시즌 목표는?
개인적으로는 코트를 더 많이 밟고 내 배구를 더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고졸 신인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 귀엽게 보거나 아기처럼 보는 시선을 깨고, 당당히 프로 선수로 인정받고 싶다.
여전히 영플레이어상에는 욕심이 없나?
전혀 없다. 특별한 자격이나 보상이 주어지는 상도 아니고, 상은 내가 잘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보상이라 생각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받고 싶은 상이 있다면?
‘역대 Best 7’에 선정되고 싶다. 지난 4월 V-리그 시상식에서 (한)선수 형과 (곽)승석이 형이 그 상을 받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정말 멋있었다. 그 순간, 언젠가 나도 그 무대에 서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정말 감명받은 나머지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두기도 했다. (40주년 기념 Best 7 세터를 노리는 건가?) 10년 뒤든, 20년 뒤든 시기는 상관없다(웃음). 단지 언젠가는 ‘레전드’라는 말을 듣는 선수가 되고 싶다.
본지와는 이번이 두 번째 인터뷰다. 다시 만날 날을 그린다면.
‘유망주에서 최고의 선수로 자리 잡은’ 김관우이길 바란다.
미래의 김관우가 지금의 김관우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지금 네가 그리는 자리에 있을 거야.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지름길은 없다. 노력한 만큼 나아갈 수 있고, 마음으로 버틴 만큼 목표에 가까워질 거야. 그러니 오늘도 최선을 다해.
김관우에게 대한항공이란.
나의 출발점이자 종점. 이 팀에서 영구결번이 되는 게 꿈이자 목표다.
코트 밖 김관우에게 추구미를 묻다 “남성미를 어필하려 했는데…괜찮나요?”
인터뷰 당일, 사복 차림으로 등장한 김관우를 본 취재진은 하나같이 속으로 외쳤다. ‘와, 오늘 사진 정말 잘 나오겠다.’ 196cm의 큰 키에 훈훈한 외모, 센스 있는 패션 감각까지. 이날 김관우를 실제로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감탄을 내뱉었을 것이다.
오늘 착장 콘셉트는?
진지하고 남자다운 분위기를 내보려 했다. 시크한 느낌을 의도했는데, 원하는 분위기가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웃음). 평소엔 스타일을 고정하지 않고 다양한 분위기를 시도한다. 하나에 얽매이기보다는 입어보고 싶을 때마다 전부 입어보는 거다. 힙한 스타일도, 이른바 ‘남친룩’도 그날 기분에 따라 입는다.
최근 최원빈과 함께 SSG 랜더스 시구에 나섰다.
영광스러웠다. 어릴 땐 농구, 탁구, 배드민턴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지만 야구는 거의 처음이었다. 접한 자체도 거의 처음이었다. 야구를 잘 모르는 상태라서 걱정도 됐지만, 막상 경기장에 가보니 너무 즐거웠다. 야구가 흥미로워졌고, SSG 팬이 된 것 같다. 대한항공을 대표해 그런 자리에 설 수 있어 감사했다.
지난 시즌 도중 성인이 됐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대보단 두려움이 컸다. 성인이 된다는 건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막상 성인이 되어보니 생각보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웃음).
영어 공부에 빠져 있다고 들었다.
영어는 배울수록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느끼게 한다(웃음). 간혹 영어를 배우지 않는 형들이 “어때?”라고 물으면, 늘 “배우면 배울수록 작아지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현재는 전화 영어로 회화 중심 수업을 듣고 있다. 동시에 부족한 문법도 함께 보완 중이다. 최근 필리핀 여행에서도 써보고 싶었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에 말을 거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시도는 해봤다. 말을 걸고 대답을 들은 후, 이어나가지 못했을 뿐이다(웃음). 일상적인 대화나 소통에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게 목표다.
대학 생활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
거짓말은 못 하겠다. 대학 축제를 지나가다 본 적 있는데 재밌어 보였다.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길 대신 지금 이 자리에 왔고, 지금에 만족한다. 대학생이었다면 음악을 했을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음악과 악기에 관심이 많았다. 피아노도 치고, 노래도 자주 불렀다. 부모님 말씀에 따르면 내가 어릴 때부터 그렇게 노래를 많이 불렀다고 하더라(웃음). 배구가 아니었다면 음악 쪽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MBTI는 여전히 ISTP인가?
여전히 ISTP이긴 하다. 해석을 직접 찾아보진 않았지만 결과는 본 적 있다. 절반쯤은 맞는 것 같다. (여전히 MBTI를 믿지 않는 듯한데?) 사람의 성격은 스펙트럼처럼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딱 잘라서 분류하긴 어렵다.
‘끼누’라는 별명의 유래는?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불러주신 별명이다. 정확한 유래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지어주신 별명이니 좋아한다. 다만 조금 아기 같다는 느낌이 있긴 하다. 대한항공 입단 후에는 (이)준이 형을 닮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듣는다. 이제는 익숙하다. 잘생긴 형 닮았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팀 유튜브에서 장 보는 모습이 나왔다. 좋아하는 간식은?
군것질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과자, 초콜릿, 젤리보다는 빵이나 떡을 좋아한다. 이른바 ‘아재 입맛’이다(웃음). 특히 백설기를 좋아하고, 빵은 다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 치즈 케이크를 가장 자주 찾는다.
게임 실력이 약하다는 제보가 있다.
고3 때 게임을 아예 안 했다. 흥미도 별로 없었고, 다른 걸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점수가 낮은 건 단지 재미없어서 중간에 끄기 때문이었다. 진심으로 하면 팀 내 1등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웃음). (팀 내 2위로 알려진 한선수도 제칠 수 있나) 답변을 수정하겠다(웃음). 1등은 모르겠고, 상위권까진 가능하다. 배구 외적으로도 동료들에게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믿는다(웃음).
사람 김관우가 궁금하다.
자주 자신을 돌아본다.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고, 발전을 위해 늘 노력한다. 무엇보다도 겸손을 잃지 않으려 한다.
김관우가 바라본 한선우·유광우
“넘보기 힘든 레전드죠”
“댓글이 엄청 많네요.” 본지 SNS 게시물을 확인한 김관우는 “제가 뭐라고 다들 이렇게까지…”라며 수줍게 웃었다. 팬들의 애정 어린 질문에 그는 어떤 답변을 남겼을까.
@y_eoo1 경기 전 루틴은.
특별한 루틴은 정하지 않는다. 정해두면 오히려 거기에 얽매일 수 있어서다. 실력보다 사소한 습관에 승패를 맡기고 싶지 않다. 그래도 하나 꼽자면, 신발 끈의 조임 정도는 꼭 양발이 같아야 한다. 이븐한 조임이 필요하다. 대칭으로 조임이 만들어져야 마음이 편하다. 평소 대칭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신경을 쓰는 스타일이다.
@hy.ul7 세터가 아니었다면 해보고 싶은 포지션이 있나.
세터를 하기 전엔 아웃사이드 히터를 꿈꿨다. 여전히 매력적인 포지션이다. 하지만 지금은 세터일 때 가장 멋있다고 느낀다(웃음).
@kms_1100 챔피언십 포인트는 누구에게 맡기고 싶은지.
누구에게 올려도 잘 마무리해 줄 거라 본다. 하지만 꼭 한 명을 꼽자면 (최)준혁이 형. 입단 동기라 의미가 크다. 실력 역시 믿을 만하다. 그런 순간에 함께할 수 있다면 의미도 더 클 것 같다. 물론 그런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조건이 전제돼야 하겠지만 말이다.
@yxuosxj 막내가 뽑는 대한항공 최고의 ‘금쪽이’는?
이걸 말해도 되는 건가 싶긴 한데. 기사가 나간 뒤 내 안전이 보장되는 건가(웃음). 딱 한 명을 고르긴 어렵다. 그럼에도 TOP 3를 꼽자면 (강)승일이 형, (김)민재 형, (임)재영이 형. 승일, 민재 형은 고정이다. 그 두 명은 정말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금쪽이들이다. 승일이 형은 보이는 그대로 금쪽이고, 민재 형은 하루도 장난을 안 치는 날이 없다. 그리고 재영이 형도 이유 없는 농담과 장난을 많이 한다.
@donghahaha 한선수와 유광우에게 배우고 싶은 점은.
선수 형에게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과 경험에서 나오는 볼 배분을 배우고 싶다. 듀스 상황은 물론이고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항상 특유의 멘탈을 기반으로 형만의 배구를 펼치시지 않나. 그런 모습이 존경스럽고 닮고 싶다. 시간이 쌓인다면 나 역시 볼 배분에 능숙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수 형만의 시각과 분석이 담긴 볼 배분을 내가 똑같이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유)광우 형에게는 빠르고 정교한 토스 기술을 배우고 싶다. 경기장에서나 훈련 중에 가까이에서 볼 때면 광우 형의 토스 질을 보고 매번 감탄하게 된다 토스의 질이 좋은 것뿐만 아니라 볼의 스피드 역시 빠르다. 두 분 모두 감히 넘보기 힘든 레전드다. (언제쯤 넘볼 수 있을 것 같나?) 패스하겠다(웃음).
@roseline_0521 키 크는 비결이 있다면.
많이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부터 주위에서 항상 나를 많이 먹였던 것 같다. 아주 어릴 땐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는데 그때부터 그랬다. 매번 건강한 음식들을 주셨던 기억이 난다. 내가 커 오면서 만났던 그 누구보다 먹을 것을 많이 챙겨주신 분이 바로 할머니와 할아버지다. 그리고 중학생 때에는 김종일 감독님이 함께 생활하면서 잘 챙겨주셨다. 어릴 때 그렇게 먹은 것들이 다 키로 가서 이렇게 커진 게 아닌가 싶다. 또 먹는 게 아닌 다른 비결을 말하자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kkdsed111111 가방에 늘 가지고 다니는 필수 아이템은.
지금 가방이 옆에 있지 않아서 잘 기억나진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목적지에 맞게 필요한 것들을 챙기는 편이다. 예를 들어 체육관에 갈 땐 운동할 때 필요한 물품을 챙긴다. 다만 어딜 가든 꼭 챙기는 건 아무래도 일기장인 것 같다. 매일 일기를 쓰는 편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된 버릇인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다. 이 습관 역시 학창 시절에 감독님께서 일기를 쓰는 게 좋다고 하셔서 처음으로 시작했던 일이다. 그런데 하다 보니 그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건지 원래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도 한다. 예전에 쓴 일기를 돌려보는 것도 참 재밌는 것 같다.
@tpstlxl6_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아마추어 시절부터 많은 팬을 봐왔고 한명 한명 모두가 소중하다. 하지만 한 명을 꼭 꼽아야 한다면 천안고 1학년 때 전국체전에서 처음 사진을 찍은 팬이 있다. 이후 3학년이 되어 또 찾아와줬다. 첫 팬이라 그런지 유독 기억에 남는다.
196cm 장신 세터 김관우는 완성형 세터가 될 수 있을까
가장 밝은 햇빛 아래 가장 어두운 그림자가 진다. 갓 성인이 된 김관우의 운명은 어찌 보면 가혹할지도 모른다. 1985년생의 한선수와 유광우가 주축인 소속팀 대한항공뿐 아니라 한국 남자배구 전체가 세대교체 갈증에 시달리는 시기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사상 첫 고졸 1순위를 향한 기대 섞인 시선은 19살 소년에게 곧 부담으로 다가왔다. “최초라는 타이틀에 매몰돼 오히려 생각이 더 많아졌다”며 애써 미소 짓는 김관우의 말은 분명 무거웠다.
혹시 새 얼굴이 간절해 빚어낸 어른들의 설레발은 아닐까. 본지의 이 같은 오지랖에 한 배구인은 “불필요한 걱정”이라며 껄껄 웃었다. 현역 시절 현대캐피탈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기도 한 그는 “김관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호언했다.
장신 세터는 출발선부터 다르다는 설명이다. 신영철 OK저축은행 감독은 “세터가 신장이 크면 전위에 설 때 특히 빛이 난다”고 했다. 강민웅 한국전력 수석코치도 같은 의견을 냈다. 세터들의 고질적 약점인 사이드 블로킹에서 이점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김관우는 고교 시절부터 강서버로 이름 날린 바 있다. 토스 구질 또한 “나이에 비해 힘과 운동 능력이 좋아 볼 꼬리가 예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다만 폼 개선은 필요할 수 있다. 한 국가대표 세터 출신 고교 지도자는 “김관우는 고등학교 2학년 때만 해도 완벽에 가까운 토스 자세를 구사했다. 그런데 3학년 때부터 조금씩 동작이 커지더라. 욕심은 줄이고 힘은 키워야 한다. 이미 한 번 도달한 적 있는 경지라 약간의 시행착오만 거치면 금방 폼을 되찾을 거다. 지금은 성장을 위한 과도기라고 본다”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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