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으로서 할 말이 없는 경기였습니다. 팬 여러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인터뷰실을 찾은 석진욱 감독은 어두운 표정으로 팬들에게 미안함을 먼저 전했다. OK금융그룹이 4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KB금융그룹에 세트스코어 0-3(23-25, 21-25, 22-25)으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에서 다시 아포짓으로 자리를 옮긴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는 25점‧공격 성공률 50%로 제몫을 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의 득점 지원이 부실했다. 석 감독은 “선수들의 불안함이 해결이 안 된다. 길어지는 연패의 영향이 있다. 한국전력이 9연패를 했을 때의 모습과 비슷하다. 특히 20점 이후에는 불안함이 더 커진다”며 경기력 저하의 원인을 분석했다.
석 감독은 계속해서 다소 강한 어조로 아쉬움을 표했다. “우리 팀의 강점이 없어졌다”고 입을 뗀 석 감독은 “레오 혼자만 좋은 서브를 구사하다보니 연속 득점이 나오지 않는다. 특히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서브에서 중심을 못 찾고 있다”고 선수들의 서브 불안을 지적했다.
“훈련은 하던 대로 하고 있다. 심리적인 문제가 크다. 선수들의 실력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 그게 잘 발휘가 안 되고 있을 뿐이다. 서브 훈련을 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오히려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어서 답답하다”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석 감독은 선수들의 동선이 겹친 몇몇 장면에 대해서도 “팀 컨디션이 좋지 않다보니 그런 장면들도 나왔다. 연습 때는 나오지 않던 실수들이다. 감독으로서 많은 책임을 느낀다. 팬 여러분들에게 죄송하다”며 다시 한 번 팬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후 감독은 최근 “황택의가 원하는 템포와 한성정, 황경민이 원하는 템포가 조금 다르다. 맞춰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황택의와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호흡은 완벽에 가까웠다. 후 감독은 이에 대해 “경기를 계속 치러가면서 세터와 공격수들은 계속해서 맞아가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는 공격수들의 컨디션도, 황택의의 토스도 좋아서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후 감독은 이날 맹활약을 펼친 한성정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후 감독은 “한성정이 시즌 초중반에는 자신감이 좀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보니 제 경기력도 나오지 않았다. 힘들겠지만 연습량을 조금 늘렸는데, 오히려 그게 한성정의 자신감을 살려준 것 같다. 최근 경기들에서는 모든 부분에서 경기력이 향상됐다. 지금의 흐름을 유지한다면 시즌이 끝날 때까지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라며 한성정을 치켜세웠다.
KB손해보험의 다음 경기는 9일 한국전력과의 홈경기다. 후 감독은 “최근 경기 양상을 보면 OK금융그룹이나 우리카드는 경기력이 좀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반면 우리 팀과 삼성화재, 한국전력은 치고 올라가고 있다. 충분히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 한국전력전이 중요하다는 걸 선수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승점 3점을 얻는다면 봄배구 희망이 충분하다”며 다음 경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사진_의정부/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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