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가 신영철 감독과 이상현, 한태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리그 1위 대한항공을 꺾었다. 세트스코어 2-1에서 4세트를 내주며 5세트로 끌려갔지만 듀스 접전 끝에 극적인 승리를 일궈냈다.
우리카드가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2(22-25, 26-24, 25-22, 22-25, 21-19)로 꺾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영철 감독과 이상현, 한태준이 자리를 비웠음에도 좋은 경기력으로 소중한 승리를 거뒀다. 리버맨 아가메즈(등록명 아가메즈)는 팀 내 최다인 25점을 올렸고, 이상현을 대신해 선발 출전한 김완종은 81.82%의 공격 성공률로 13점을 올리며 맹활약을 펼쳤다. 대한항공은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가 경기 최다인 44점을 터뜨리며 공격을 이끌었지만 국내 선수들의 공격력 빈곤에 시달리며 시즌 4패째를 당했다.
우리카드는 이상현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블로킹으로 초반 흐름을 잡았다. 4-4에서 링컨의 두 차례의 백어택을 김지한과 박준혁이 연달아 가로막으며 6-4를 만들었다. 이후 나경복이 세 명의 블로커를 뚫는 오픈 공격을 성공시킨 데 이어 조재영이 속공 범실을 저지르며 우리카드는 8-5의 리드를 잡았다.
이후 양 팀은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했다. 대한항공은 링컨의 퀵오픈을 앞세워 8-8 동점을 만든 뒤, 11-11에서 나경복을 공략하는 링컨의 강력한 서브로 역전에 성공했다. 질세라 우리카드도 황승빈과 박준혁의 연속 블로킹으로 14-13 재역전을 이끌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14-15에서 정지석의 퀵오픈과 나경복의 범실로 또 다시 역전을 만들며 16점에 먼저 도착했다.
접전 양상에서 또 한 번 링컨이 대한항공의 해결사로 나섰다. 19-19에서 서브 라인에 선 링컨은 2연속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대한항공 팬들을 열광시켰다. 21-20에서는 속공과 다이렉트 공격을 모두 실패한 김민재가 블로킹으로 랠리를 마무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우리카드는 박준혁의 블로킹으로 22-22 동점을 만들며 반격했지만, 정지석과 한선수에게 연속 블로킹을 내주며 22-25로 1세트를 내줬다.
중요할 때 빛난 김지한
대한항공이 4-5로 뒤진 상황, 2세트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팀 공격을 주도하던 링컨이 갑자기 흔들렸다. 우리카드 블로커들을 의식한 나머지 2연속 공격 범실을 저질렀다. 여기에 김완종의 서브 득점까지 터지며 우리카드는 8-4로 점수 차를 벌렸다.
대한항공은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추격을 이어나갔다. 링컨의 백어택과 김지한의 서브 범실로 7-8 1점 차까지 점수 차를 좁힌 대한항공은 꾸준히 우리카드의 서브를 단번에 끊었고, 9-10에서 조재영 대신 투입된 김규민이 들어오자마자 블로킹 득점을 올리며 10-10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양 팀은 또 다시 리드를 뺏고 빼앗기는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점수 차는 좀처럼 2점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오랜만의 2점 차를 만든 것은 또 한 번 링컨의 서브였다. 16-15에서 나경복의 리시브를 무너뜨리는 서브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카드도 서브로 반격에 나섰다. 김지한이 날카로운 서브로 박준혁의 다이렉트 득점에 기여한 뒤, 직접 서브 득점까지 터뜨리며 19-18 역전을 이끌었다. 20점 이후에도 양 팀은 계속해서 리드를 주고받는 혈투를 벌였고, 2세트는 듀스를 향했다. 정지석의 2단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며 25-24 세트 포인트에 도달한 우리카드는 김지한의 퀵오픈으로 세트스코어 1-1 균형을 맞췄다.
맹활약하던 링컨, 통한의 공격 범실
3세트, 양 팀의 외국인 선수들이 마치 1:1 대결을 펼치는 듯 활약을 주고받았다. 아가메즈는 4-3에서 곽승석의 퀵오픈을 가로막은 뒤 포효했고, 링컨은 4-5에서 날카로운 퀵오픈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아가메즈가 6-5에서 서브 득점을 올리자, 링컨도 6-7에서 서브 득점으로 응수했다. 링컨이 12-13에서 직선 공격을 터뜨리자, 아가메즈도 곧바로 직선 공격으로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15-14로 대한항공이 앞선 상황, 대한항공의 엄청난 수비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김지한의 오픈, 박준혁의 블로킹, 박준혁의 다이렉트 공격을 링컨, 박지훈, 정지석이 차례로 디그했다. 링컨이 백어택으로 방점을 찍으며 대한항공은 16-14를 만들었다. 이후 나경복이 16-16 동점을 만드는 블로킹 득점을 만든 뒤 왼쪽 어깨를 부여잡으며 코트 위에 쓰러지는 아찔한 상황이 나왔다. 다행히 나경복은 다시 일어나 경기를 소화했지만, 계속해서 어깨를 만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양 팀은 20점 이후까지도 아슬아슬한 1점 승부를 이어갔다. 먼저 결정적인 점수를 만든 쪽은 우리카드였다. 23-22에서 경기 내내 맹활약을 펼치던 링컨이 한 명의 블로커만을 앞에 두고도 공격 범실을 저지르며 우리카드의 세트 포인트가 됐다. 이어진 24-22, 한선수의 후위 경기자 반칙이 지적되자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곧바로 부심에게 항의하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판독 결과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우리카드가 3세트를 가져갔다.
이준과 정한용, 잠재력을 만개시키다
두 세트 연속 승리로 기세가 오른 우리카드는 거세게 대한항공을 몰아 붙였다. 1번 서버 박준혁의 서브 차례에 대거 5득점을 올리며 5-0으로 앞서갔다. 대한항공은 정지석과 한선수 대신 정한용과 유광우를 투입하며 변화를 시도했지만, 흔들린 흐름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았다. 우리카드는 김완종의 날카로운 속공과 나경복의 서브 득점으로 8-2로 크게 앞서갔다. 대한항공은 곽승석까지 빼고 이준을 투입하며 앞선 세트들과는 완전히 다른 라인업을 구축했다.
대한항공은 추격을 노릴 때마다 서브 범실에 발목을 잡혔다. 정한용과 링컨의 연속 블로킹으로 4-8까지 점수 차를 좁혔지만 정한용과 김규민이 연달아 서브 범실을 저지르며 다시 흐름을 잃었다. 계속해서 밀리던 대한항공의 기회는 우리카드의 범실에서 찾아왔다. 6-10에서 아가메즈가 3단 처리를 실패하는 실수를 저지르며 7-10이 됐고, 이어서 이준이 연속 득점을 올리며 점수 차는 9-11까지 줄어들었다. 여기에 링컨의 공격이 비디오 판독 결과 블로커 터치아웃으로 확인되면서 대한항공은 13-14 1점 차까지 우리카드를 압박했다.
결국 대한항공은 역전까지 해내고야 말았다. 교체 투입된 정한용과 이준이 역전을 합작했다. 정한용이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15-15 동점을 이끈 뒤, 이준이 아가메즈의 퀵오픈을 블로킹으로 가로막으며 16-15 역전을 만들었다. 링컨은 2연속 서브 득점으로 20-18을 만들면서 활약을 이어갔다. 계속해서 끌려 다닌 우리카드는 원 포인트 서버 정성규의 서브 차례에 나경복의 블로킹과 김민재의 속공 범실로 22-23까지 추격했지만, 정성규의 세 번째 서브는 범실이 됐고 김규민의 블로킹이 터지며 25-22로 4세트가 끝났다. 경기는 5세트를 향했다.
모든 것이 걸린 5세트, 양 팀의 서버들이 부담감을 느꼈다. 나경복은 지나치게 범실을 의식한 서브로 정한용의 퀵오픈을 허용했고, 정한용은 서브 범실을 저질렀다. 그러나 김완종은 부담감을 이겨냈다. 날카로운 서브로 아가메즈의 득점을 이끈 뒤 서브 득점까지 터뜨렸다. 김완종의 활약으로 우리카드는 4-2로 앞서갔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곧바로 반격했다. 정한용의 백어택과 이준의 오픈 공격으로 4-4를 만들었고, 정한용이 또 한 번 백어택을 터뜨리며 5-4 역전까지 이끌었다. 세트 초반 최대 고비가 될 수 있었던 아가메즈의 서브도 서브 범실로 넘긴 대한항공은 링컨의 서브 득점으로 7-5를 만들며 점점 승리에 다가섰다.
우리카드는 7-8에서 정성규가 원 포인트 서버로 나섰지만, 정한용이 퀵오픈으로 단번에 정성규의 서브 차례를 끊었다. 그럼에도 우리카드는 포기하지 않고 대한항공의 뒷덜미를 노렸고, 나경복과 김완종이 연속으로 링컨의 공격을 가로막으며 10-9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황승빈의 서브 범실로 점수는 다시 10-10 동점이 됐고, 양 팀의 처절한 끝장승부는 결국 듀스까지 이어졌다. 듀스에서도 정한용과 링컨, 김지한과 이준이 쉴 새 없이 활약을 주고받으며 V-리그 역사에 남을 명승부가 펼쳐졌다. 결국 20점까지 돌입한 듀스의 마지막은 박준혁이 장식했다. 다이렉트 득점으로 21-19를 만들며 명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_장충/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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