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우승이 팀 창단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이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흘렀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찬란한 내일이 오늘이 되어 왔다. 2022년 남고부 돌풍의 주역 순천제일고는 2022 춘계 전국남녀중고배구연맹전에서 우승컵을 차지했다. 정상을 위해 그동안 흘린 굵은 땀방울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촬영이었다. <더스파이크>가 우승의 기쁨을 사진과 이야기에 담아왔다.
정원의 도시
순천에 자리한 배구부
순천제일고는 2002년 문을 열었고, 2008년에 배구부 창단을 알렸다. 이용선 감독이 창단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다. 처음 시작해 기반을 다지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창단 첫해에는 1학년 학생들만 존재해 팀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해를 거듭할수록 팀의 전력은 강해졌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점차 존재감을 알렸다. 2011년 제66회 전국남녀종별배구선수권대회와 2012 태백산배 전국중고배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창단 5년 만에 제46회 대통령배 전국중고배구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우리카드 나경복이 주축으로 활약했다. 그는 대회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순천제일고는 김남중 감독-정청운 코치 체제로 총 15명의 선수가 있다. 3학년 김주영(193cm, S), 박세민(190cm, OP), 송지현(185cm, MB), 이태민(179cm, L)이 맏형 역할이다. 2학년 김현(176cm, OH), 임정식(185cm, OH), 정송윤(193cm, MB), 조현준(181cm, OH), 최보민(185cm, OH)이 팀의 허리다. 1학년에는 김혜성(165cm, L), 배준솔(194cm, S), 백수현(190cm, MB), 이세현(178cm, OH), 임태호(189cm, OH)이 있다.
유망주도 많다. 3학년 김주영은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다. 주 포지션인 세터를 비롯해 아포짓스파이커, 심지어 아웃사이드 히터까지 소화할 수 있다. 이번 춘계연맹전 예선에선 세터로 뛰었지만, 본선부턴 아포짓으로 공격을 책임졌다. 김남중 감독은 “주영이가 세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팀에서 타점도 제일 높고 공격력도 좋다. 리시브도 잘해서 전국체전 때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전시킬 생각이다. 여러 대학은 물론 프로팀에서도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라고 했다.
2학년 정송윤은 한국 남자 18세이하유스대표팀에 뽑혀 2022 제14회 아시아유스남자U18선수권대회에서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다. 빠른 발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 리시브를 흔드는 날카로운 서브를 아시아 무대에서 보여줬다.
1학년 배준솔 역시 장래가 기대되는 194cm의 장신 세터로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았다. 김주영이 잠시 공격수 포지션을 소화하는 동안 주전 세터로 좋은 활약을 보여줬고 2022 춘계연맹전 세터상을 받았다.
해체 위기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기까지
순천제일고가 지켜낸 씨앗
창단한 지 15년이 흐른 지금, 순천제일고는 우리카드 나경복을 비롯해 현대캐피탈 김명관, 최은석, 대한항공 박지훈, KB손해보험 손준영 등 프로무대에서 뛰는 선배들을 배출했다.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5년 전, 2017년 순천제일고 배구부에 단 한 명의 선수만 있었던 적이 있다. 현재 중부대에 재학 중인 박희철이 유일한 선수였다. 제자의 어려움을 스승은 외면할 수가 없었다. 현재 순천제일고 감독을 맡고 있는 김남중 감독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순천제일고 코치로 재직하다, 녹동초로 옮겨 유소년 선수들을 가르쳤다.
김남중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에게 맡아달라는 제안이 왔지만, 고사했다. 그런데 희철이가 휴가를 받아도 집에 가지 않고 녹동초에 와서 운동하는데 눈에 계속 밟혔다. 고민하다 가족들이랑 이야기하고 다시 고등학교로 올라왔다”라고 털어놓았다.
처음부터 다시 팀을 만들었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첫해에는 경기에 나설 선수 숫자를 채우지 못해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며 훈련하고 또 훈련했다. “첫 해 정말 힘들었다. 벌교상업고와 전국체전 평가전을 치러야 하는데 선수가 없어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다음 해부턴 항상 도 대표가 됐다. 녹동초에 있을 때 가르쳤던 아이들이 올라오면서 전력도 좋아졌다. 작년에는 8강에서 네 번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더라. 태백산배에서 예선 탈락, 종별선수권에서 8강에 그쳤지만 정향누리배에서 오랜만에 결승에 갔다. 그러고 이번 춘계연맹전에서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전남 배구의 명맥,
자존심 이어가려 한다
이번 춘계연맹전에서는 연령별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로 인해 경쟁 학교가 완벽한 전력이 아니었다. 그래서 순천제일고가 우승할 거라고 많은 이들이 전망했다. 하지만 기대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김 감독은 “주위에서 우승할 거라고 이야기하는 게 부담이었다. 우리 말고도 기회로 생각하고 나온 팀들이 많았고, 남고부는 선수들의 진학이 달려있기 때문에 더 중요했다. 이번 대회를 돌아봐도 4강 인하사대부고 경기를 비롯해 결승 송산고 경기까지 어렵게 치렀다”라고 털어놨다.
김 감독의 우려와는 달리 순천제일고는 2022 춘계연맹전을 전승우승으로 마무리했다. 한창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로 배구를 향한 열기로 순천이 후끈 뜨거웠을 때, 순천제일고는 우승컵과 함께 돌아왔다. 순천제일고가 우승을 차지한 다음 날부터 학교 주위를 비롯해 순천 일대에는 우승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렸다.
학교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겨울 방학부터 체육관 바닥과 벽 보수 공사와 함께 선수들이 체육관에도 쉴 수 있도록 부대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여기에 순천시의 노력도 더해진다. 비록 연고 팀은 없지만 순천은 초등학교부터 지역연계 육성이 가능한 곳이다. 대석초-순천팔마중-순천제일고로 이어진다. 2019 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를 통해 호남권에서 최초로 프로배구대회를 열었고, 올해 3년 만에 컵 대회를 또 개최했다. 순천제일고 선수들은 이번 KOVO컵 남자부 경기에서 마퍼와 볼 보이로 활동했다.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가까이서 접하는 것만큼 값지고 뜻깊은 배움의 기회로 다가온다.
10년의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 속 있었던 우여곡절 끝에 순천제일고는 정상에 올라섰다. 이젠 정상의 자리를 지키려고 하는 순천제일고에게 <더스파이크>도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순천제일고 장신 세터 듀오
김주영&배준솔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김주영 안녕하세요, 순천제일고 3학년 세터 김주영입니다.
배준솔 순천제일고 1학년 배준솔이라고 합니다.
Q. 두 선수 모두 고등학교 입학 이후 첫 우승을 했는데 소감은 어떤가요.
주영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어요. 정말 기뻤어요.
준솔 우리가 10년 만에 우승을 한 주인공이 됐잖아요. 놀랍고 행복했습니다.
Q. 자신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주영 세터로 들어갔을 때 높이가 있기 때문에 타점 높게 공을 줄 수 있고, 네트를 넘어가는 공도 잘 잡아요. 공격수로는 웬만한 공격수보다 더 잘 때릴 자신 있고, 서브가 좋다고 생각해서 경기할 때 편하게 할 수 있어요.
준솔 저도 형처럼 키가 크다 보니깐 공격수한테 공을 전달할 때 타점 높게 줄 수 있고, 블로킹에도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Q. 롤모델이 있나요.
주영 브라질 국가대표 세터 브루노 헤젠더요. 배구하는 스타일이랑 센스를 닮고 싶어서 평소에도 플레이를 자주 봐요.
준솔 대한항공 한선수 세터요. 우리나라 최고 세터잖아요. 저도 최고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많이 보고 배우고 있어요.
Q. 주영 선수는 세터와 공격수 포지션을 모두 소화하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포지션을 더 선호하나요.
주영 공격수로 공격을 할 수 있어서 좋지만, 세터가 공을 더 많이 만질 수 있어서 좋아요.
Q. 앞으로 남은 고교 무대에서 어떤 활약 보여주고 싶나요.
주영 남은 대회에서 이전 대회보다 항상 성장하는 모습 보여줄 수 있는 세터 겸 공격수가 되겠습니다.
준솔 주전 세터로 코트에서 많은 모습 보여주고 존재감을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Q. 어떤 선수로 성장하고 싶나요.
주영 세터로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앞으로 더 많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겠습니다.
준솔 고등학교에 있는 동안은 제일 잘하는 세터가 되고 싶고,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배 나경복이 후배들에게
사랑하는 순천제일고 후배들아 안녕, 눈부신 우승 정말 축하한다!
선배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이대로 더 열심히 해나가면 배구선수로서 꿈을 가진 후배들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거야. 나도 곧 다가오는 정규리그에서 최선을 다할테니 너희들과 언젠가 코트에서 만날 수 있도록 기대할게!
글. 김하림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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