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순위 경쟁에 몰두하느라 대부분이 잊고 있었던 선택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신중하게 고민을 이어가던 현대건설은 결국 몬타뇨를 선택했다.
지난 시즌부터 현대건설의 에이스로 맹활약한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는 지난해 12월 18일 페퍼저축은행전 이후 허리 부상으로 인해 코트를 밟지 못했다. 흥국생명의 추격이 거세지고, 야스민의 공백을 메우던 황연주도 지쳐가자 현대건설은 지난 2월 6일, 이보네 몬타뇨(등록명 몬타뇨)를 영입하며 야스민의 공백을 메웠다.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은 몬타뇨가 현대건설에 합류한 방식이 외국인 선수의 ‘교체’가 아닌 ‘대체선수’로의 합류였다는 점이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 중 외국인선수관리규칙 제12조(대체선수)에 따르면 외국인 선수가 리그 도중 4주 이상의 부상을 당한 경우 당해 트라이아웃 참가 신청 선수 중 선정된 선수에 한해 대체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참가 거부 선수/리그 시작 전 교체된 기존 선수 제외). 몬타뇨 트라이아웃 참가 신청을 했던 선수기 때문에 대체선수로 선발될 수 있었다.
중요한 점은 대체선수와 기존 선수 중 어떤 선수와 끝까지 함께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한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제12조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연맹 커미션닥터의 진단서 발행일부터 2개월 이내로 진단서의 기간이 종료될 시 구단은 대체선수와 기존 선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한 선수를 선택하는 순간 1회의 외국인 선수 교체로 간주한다.
<더스파이크>가 현대건설 관계자와 연락을 취해 확인한 결과 야스민의 부상에 대한 연맹 커미션닥터의 진단서 발행일은 2월 9일이었고, 진단서 상의 부상 기간은 ‘6주 이상’이었다. 이후 한국배구연맹(KOVO) 측에 진단서 상의 부상 기간이 규정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확인했고, KOVO 관계자는 6주 이상이라고 명시된 부상 기간은 규정 적용 시 6주로 간주됨을 확인해줬다.
즉 현대건설이 야스민과 몬타뇨 중 누구와 남은 시즌을 함께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마감 기한은 발행일로부터 6주 이후인 3월 22일이었다. 그러나 봄배구가 3월 21일에 시작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데드라인은 더 빠른 시기였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3개월 가까이 경기를 뛰지 못하고 있는 야스민보다는 점차 리그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몬타뇨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다만 현대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야스민은 아직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국내에 체류 중이었고, 상황에 따라 복귀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그러나 야스민이 포스트시즌 일정에 맞춰 실전을 소화할 몸 상태를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고, 결국 현대건설은 안전한 선택지를 골랐다.
몬타뇨를 선택한 순간 그것은 외국인선수 교체로 간주되기 때문에 현대건설의 야스민에 대한 재계약과 우선지명권 행사 권리는 상실됐다. 만약 야스민이 다음 시즌 트라이아웃 참가 신청서를 낸다면 적으로 만날 가능성도 생겼다. 현대건설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대신 몬타뇨는 정식 합류가 결정되면서 언제든 떠나야 한다는 불안감을 내려놓고 심적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더 좋은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대건설은 결국 몬타뇨를 선택했다. 어쩌면 팀의 운명을 정할 수도 있는 선택이다. 과연 이 선택의 결말은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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