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새 역사 내게도 큰 의미, 상 아닌 승리 위해 뛰었다"

송현일 기자 / 기사승인 : 2025-04-08 17: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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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통산 세 번째 챔피언결정전(챔프전) MVP.

V리그 남자부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레오(쿠바·35)는 최근 소속팀 현대캐피탈의 정상 등극을 견인한 공로로 이 같은 영광을 안았다. 기자단 투표 결과 31표 중 23표를 득표해 선수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상, 챔프전 MVP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이번 시즌 레오가 주축이 된 현대캐피탈은 11년 만에 컵대회 우승컵을 탈환한 것을 시작으로 정규리그에서 V리그 남자부 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1위를 확정했고, 5전3선승제인 챔프전에선 지난 시즌 통합 4연패를 달성한 대한항공을 스윕으로 돌려세우는 기염마저 토하며 창단 첫 '트레블'을 이뤄 냈다.

레오는 특히 챔프전 3경기에서 69점을 뽑아내는 남다른 존재감으로 삼성화재 시절이던 2012~2013·2013~2014시즌 연속 수상에 이어 11년 만에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레오는 이로써 팀 합류 첫 시즌 만에 구단과 자신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선물을 남겼다. 더욱이 앞서 현대캐피탈이 통합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5~2006시즌이 마지막으로 무려 19년 만의 동시 석권이었다.

현대캐피탈이 트레블의 위업에 도달한 직후 우승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레오는 "시즌이 시작할 때부터 계속 기다려 온 순간이다. 팀의 첫 트레블을 함께해 기쁘다. 현대캐피탈 합류 첫 시즌에 같이 역사를 쓰게 돼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챔프전 MVP는) 정말 마음에 드는 결과다. 하지만 나는 상이 아닌 팀의 승리를 위해 지금껏 열심히 달려 온 것"이라며 "챔프전 MVP를 받게 돼 의미 있고 기쁘다. 정규리그 MVP는 허수봉이 가져가도 된다"고 활짝 웃었다.

챔프전 MVP 수상으로 가장 높은 곳에 오른 레오는 우승의 공을 자신이 아닌 동료들에게 돌렸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현대캐피탈이 나를 지명했을 때 좋으면서도 의문이 있었다. 국내 에이스가 이미 두 명(허수봉·전광인)이나 있는 이 팀에서 나를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했다"는 그는 "허수봉의 존재로 상대 블로킹이 나눠지면서 나도 더 다양한 공격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현대캐피탈 이적은 결과적으로 '백전노장' 레오 자신에게도 탁월한 선택이 됐다. 이미 선수 생활 황혼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팀의 새 사령탑이자 프랑스 출신 명장인 필립 블랑 감독(65)을 만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다.

레오는 "(현대캐피탈에 오면서) 블로킹이 많이 발전한 것 같다"며 "컵대회 때까지만 해도 리시브가 엉망이었다. 공이 나를 향해 날아오면 무서워하는 지경까지 갔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감이 넘친다. 공격이 잘 안 될 때면 내가 리시브를 하고 허수봉에게 풀어주는 역할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삼성화재에서 뛸 당시 레오는 빼어난 기량에도 불성실한 훈련 태도로 잦은 구설에 휘말리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실력뿐 아니라 프로 의식까지 두루 갖춘 진정한 의미의 베테랑이 됐다.

레오는 "예전엔 웨이트 트레이닝을 따로 하지 않아도 경기를 치르는 데 문제가 없었다. 점프력도 좋았고 공도 세게 때릴 수 있었다"며 "지금은 나이가 들면서 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훈련 시간에 지각도 안 한다"고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글, 사진. 송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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