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의 주장 전광인이 자리를 비운다. 이 자리를 어떻게 메울지에 현대캐피탈의 운명이 달려 있다.
전광인은 9일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경기 도중 블로킹 후 착지 과정에서 서재덕의 발을 밟아 발목에 부상을 입었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던 전광인은 다행히 들것 없이 동료들의 부축을 받아 코트를 빠져나갔지만, 방송 화면에 잡힌 부상 장면을 봤을 때 부상은 가볍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현대캐피탈은 10일 구단 공식 SNS를 통해 “전광인은 금일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우측 발목 내번염좌로 인한 전거비인대, 종비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고 전광인의 검사 결과를 밝혔다. 예상 치료 기간은 3~4주라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대한항공이 정규시즌 우승까지 승점 1점 획득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 사실상 정규시즌 2위가 유력한 현대캐피탈은 남자부 플레이오프가 진행되는 3월 24일부터 봄배구 여정을 시작하게 될 예정이다. 시기상으로 봤을 때 전광인의 봄배구 출전 가능성은 희박하다.
팀의 주장이자 공수 양면에서 역할이 컸던 전광인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우승을 노리는 현대캐피탈로서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 상황에서 전광인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수기용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홍동선‧김선호를 전광인의 자리에 기용한다
현 상황에서 가장 무난하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홍동선과 김선호는 주전으로 나서지 않았을 뿐, 이번 시즌 적지 않은 출전시간을 소화했다. 홍동선은 28경기 60세트, 김선호는 33경기 88세트에 나섰다. 실전 감각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전광인과 달리 두 선수는 아직 공수 밸런스가 완벽하지 않다. 홍동선은 높이와 서브에 강점이 있지만 리시브가 불안해 목적타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선호는 탄탄한 리시브와 기본기를 갖췄지만 신장이 작아 공격과 사이드 블로킹에서 아쉬움이 있다. 만약 이 방법을 선택한다면 상대 팀에 따라 두 선수를 번갈아가며 기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리시브와 수비에서는 불안이 커지지만, 높이와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허수봉이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를 소화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구상해볼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전광인은 기량뿐만 아니라 팀의 주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는 선수였다는 점이다. 전광인의 리더십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단연 문성민이다. 실제로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의 6라운드 경기에서 3세트에 문성민이 선발로 나서는 순간 어수선했던 코트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지기도 했다. 다만 수비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점, 1986년생인 문성민이 봄배구 내내 풀타임 출전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 등은 불안 요소다.
▲이시우를 OH로 기용한다
이시우는 시즌 직전까지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를 소화했다. 순천 도드람컵에서 국군체육부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모습을 지금도 보여줄 수 있다면 현대캐피탈에는 천군만마와도 같다.
그러나 이시우는 시즌이 시작한 이후 줄곧 원 포인트 서버로만 활약했다. 29경기에 출전했지만 리시브 시도 횟수 자체가 없다. 가장 중요한 무대인 봄배구에서 리시버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모든 방법이 현실성이 높지는 않다. 또한 어떤 방법을 골라도 전광인의 존재감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최선의 대안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그래야 이 고비를 넘고 우승에 다가설 수 있는 현대캐피탈이다.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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