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입니다, 근데 이제 ‘국대’를 곁들인" 205cm 대한항공 미들블로커 최준혁

송현일 기자 / 기사승인 : 2025-06-11 18: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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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V리그 남자부 신인드래프트는 최준혁 뽑기가 최대 화두 중 하나였다. 205cm 장신에다 국가대표 경력까지 갖춘 새 얼굴의 등장에 전 구단이 시선을 집중했다. 7개 팀의 구슬 전쟁 끝에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게 된 그는 “가장 오고 싶었던 팀”이라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인하부중, 인하부고, 인하대 출신의 ‘인천의 아들’이 드림 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Chapter 1. “아들 당장 안 데려오고 뭐 해”

“아버지도 나와 같은 인하부고 출신이시다. 고등학생 때까지 육상 선수로 활동하셨다”라는 최준혁의 몸에는 ‘인천의 피’가 선명히 흐른다. 그는 중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운동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오래가지 않았다. 중학생 때 신장이 이미 190cm에 육박한 그를 주변에서 가만히 둘 리 없었다. 부모님은 물론, 학원 배구에 몸담고 있던 아버지의 지인들까지 “아들 당장 우리 학교로 안 데려오고 뭐 해”라며 적극적인 선수 제안에 나섰다.

 

당시 이런 관심이 귀찮았던 최준혁은 ‘이번 딱 한 번만 하고 치우자’라는 마음으로 한 중학교 배구부 테스트에 임했는데, 이는 그와 배구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 됐다. 그는 “배구공을 잡자마자 딱 느낌이 왔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일단 재밌었다.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했다. 원래 운동을 싫어해서 3년 넘게 부모님의 권유를 거절했었다. 테스트받은 날을 계기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라고 그때를 돌이켰다.

 


Chapter 2. 롤 모델과 함께한 프로 첫 시즌

선수 생활을 막 시작한 중학생 최준혁은 여느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롤 모델을 찾아 나섰다. 비교적 배구를 늦게 시작한 그에게 주변에서는 “블로킹은 신영석, 속공은 김규민”이라고 귀띔했다. 이때부터 이 두 명을 보며 꿈을 키워 온 그는 마침내 2024년 프로 입단에 성공, 동료와 적으로 롤 모델과 마주했다. 대한항공에서 김규민과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된 최준혁은 대표팀에서 현재 ‘신영석(한국전력)의 후계자’가 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Chapter 3. “너 왜 경기 뛸 생각 안 해”

최준혁은 인하대 1학년이던 지난해 성인 대표팀에 처음 승선했다. 한국 배구사를 통틀어도 몇 없는 ‘학생 국가대표’의 탄생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대학생이 성인 대표팀에 소집되는 일이 적지 않나. 처음 뽑혔을 때 기쁘면서도 얼떨떨했다”라는 그는 “TV에서나 보던 선수들과 같이 뛸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설렜다. 몬차에서 뛰는 (이)우진이까지 포함하더라도 프로가 아닌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걱정했는데, 다들 잘 챙겨줘서 적응이 수월했다. 형들이 서로 ‘나중에 우리 팀 오라’며 장난치기도 했다. 청소년 대표팀 때부터 알고 지낸 (한)태준이의 존재가 특히 컸다. 대표팀에 같이 있으면서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가 있어 많은 힘이 됐다. 내가 처음 배구를 시작할 때 1년 유급을 해서 학년으로는 태준이보다 후배인데, 대표팀에서 태준이한테 말 거니까 ‘후배가 선배한테 반말하기로 돼 있나’라면서 웃으며 장난치더라”라고 전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지난해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에 참가, 최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준혁은 “처음에는 형들 옆에서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컸는데, 라미레스 감독님을 만나고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다. 감독님이 일대일 면담에서 나더러 ‘너는 왜 배울 생각만 하고 경기 뛸 생각을 안 해. 충분히 경쟁력 있으니까 한 번 제대로 해봐’라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큰 동기부여가 됐다. 덕분에 열심히 해서 정말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라고 얘기했다.

 

 

Chapter 4. 다시 새긴 태극마크, 휴가까지 ‘자진 반납’

2024-25시즌을 마친 대한항공 선수단은 곧바로 휴식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체육관 조명은 얼마 안 가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올해 또 한 번 성인 대표팀에 뽑힌 최준혁이 휴가를 자진 반납한 까닭이었다. 5월 8일 대표팀 첫 소집을 앞두고 홀로 훈련에 나선 그는 “작년 대표팀 때 100%를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곱씹을수록 아쉬웠다. 지난 시즌에도 사실 소속팀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건 아닌데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나를 다시 뽑아 주셨더라.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고 싶어 남들보다 조금 일찍 휴가에서 복귀했다. 올해 AVC 챌린지컵뿐 아니라 선수라면 누구나 참가를 꿈꾸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예정돼 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주전 경쟁에 임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Chapter 5. ‘골드’ 최준혁과 ‘브론즈’ 한태준

평소엔 뭐하면서 쉬나.

요즘엔 태준이랑 ‘롤’을 자주 한다. 태준이는 모든 재능을 배구에 몰아넣은 게 분명하다. 아무리 해도 ‘브론즈’ 위로는 못 올라가더라. <더스파이크> 독자들에게도 꼭 알려달라. 참고로 나는 ‘골드’다. (이후 한태준은 기자에게 최근 '실버'로 승급했다며 기사 정정을 요청했다.)


대문자 ‘T’라고 들었다.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다. 공감 능력이 조금 부족하다. 누가 옆에서 아프다 하면 병원에 가라는 식으로 조언해 준다. 전체 MBTI는 ESTJ.


소속팀 동료 김민재와 닮았다는 얘기가 있다. 

전혀 안 닮았다. 솔직히 얼굴은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웃음). 하지만 배구에 있어선 많이 닮고 싶은 형이다. 특히 그 말도 안 되는 점프력이 부럽다.


등번호 18번을 고집하는 이유는.

처음 배구를 시작할 때부터 단 번호다. 다른 번호도 달아 봤는데, 주변에서 다들 18번이 나와 가장 잘 어울린대서 계속 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애정도 많이 생겼다.


대한항공은 본인에게 어떤 팀인지.

집도 인천인 데다 우승 DNA까지 있는 팀이라 가장 오고 싶었다. 진심이다. 


-20cm vs +20cm.

205cm라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문에 안 부딪히게 조심해야 한다. 숙여야 해서 불편하다. 혼자만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것도 내심 죄송하다. 그리고 밖에 나가면 일단 시선을 너무 많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괜히 부끄럽다. 그리고 어르신 분들은 꼭 키가 몇인지 물어보시더라. 처음에는 사실대로 말했는데 2m가 넘는다고 하니 다들 너무 놀라셔서 요즘엔 198cm라 한다(웃음). 20cm 늘일 바에는 차라리 줄이고 싶다.


헤난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라미레스 감독님과 같은 브라질 출신 감독님이다. 느낌상 스타일이 토미 감독님과 다를 거 같아서 적응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새로운 배구를 배울 생각에 설레는 것도 있지만, 인상이 강해서 일단 말을 잘 들을 생각이다(웃음). 

 


글. 송현일 기자
사진. 선수 제공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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