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더 잘해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온 이유가 있다’라는 이야기를 꼭 듣고 싶습니다.”
우리카드 한태준은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고등학생 신분으로 얼리 드래프티로 나왔다. 그리고 2022-2023 남자부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프로에 입단했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고등학생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났다. 키가 작아 블로킹에서 단점이 있지만 공을 다루는 능력이 좋다. 황승빈이 다친다면 즉시 전력감이라고 생각해 지명했다”라고 밝혔다.
한태준이 수성고에 재학하는 동안 팀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나가는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기록하며 8연속 대회 우승, 47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2020년 당시엔 선배 세터가 자리하고 있었고, 1학년이었기에 많은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지만 2021년부턴 확실한 주전으로 거듭났다.
주전으로 활약한 2021년, 고등학교 2학년을 세터로의 터닝포인트로 꼽았다. 한태준은 “내가 돋보여야 한다는 생각보다 형들을 잘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오히려 형들이 나를 이끌어주고 격려해준 덕분에 좋은 성적을 이룰 수 있었고, 그 해가 나에게 터닝포인트로 다가왔다”라고 했다.
3학년에 올라가선 더 많은 경험을 쌓았다. 팀의 주축이 되어 나선 첫 대회인 태백산배에서 준우승을 기록하며 오랜만에 패배의 쓴맛을 맛봤다. 하지만 더 내일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았다. 한태준은 “그 당시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할지 눈에 다 보였다. 예선전이랑 똑같이 경기를 풀어간다는 느낌을 내가 먼저 받을 정도였다. 힘들었지만 코치님이 많이 위로해주셨다. 오히려 태백산배에서 준우승한 게 앞으로 더 팀이 되기 위한 발판이 됐다”라고 돌아봤다.
3학년 여름방학에는 남자청소년배구대표팀에 선발돼 태극마크를 달고 제21회 아시아청소년남자U20선수권대회에 다녀왔다. 대표팀에서 생활하는 동안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담았다. “청소년 대표팀에 생활하는 동안 보러 간 챌린저컵 8강 경기가 지금까지 봤던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라를 위해서 뛰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스러웠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자극제로 다가왔다”라며 새로운 자극제도 얻었다.
첫 번째 목표였던 세계선수권 티켓은 따내지 못했지만, 3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는 “감사하고 좋았던 한 달이었다. 합숙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전부 기억날 정도로 행복했고, 값진 경험이었다”라고 전했다.
이후 대학을 선택하지 않고 곧장 프로에 나왔다. 고등학교 무대를 평정했지만 프로의 벽은 높아도 너무 높았다. 2라운드 현대캐피탈 경기. 한태준은 세트스코어 0-2 상황에서 3세트 선발로 나서서 프로 데뷔를 맞이했다. 하지만 데뷔전은 혹독했다. 팀은 셧아웃으로 졌고, 한태준은 아쉬움에 경기 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최악으로 남아 있어요. 형들이 많이 안 풀리는 상황에서 들어갔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경기 들어가기 전에는 떨린다는 것보다 설레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배구하면서 오랜만에 느꼈거든요. 그런데 나만 욕심내고 팀한테는 나빴던 경기 운영을 보여줬더라고요. 그래서 ‘나만 더 잘했으면’ 하는 자책이 밀물처럼 몰려오면서 팬들한테 인사드린 이후에 터지고 말았어요.”
“경기 내용이 완전 엉망이었다. 패스가 안 될 때마다 영상을 돌려보면서 자극제로 삼고 있다. 형들이랑 이야기하면서 팀을 위한 경기 운영을 더 생각하게 됐다. 내가 폼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상대편에 있는 베테랑 형은 다 파악하는 것도 느꼈다”라고 배운 점도 이야기했다.
이후 원포인트 서버로 코트를 밟는 기회를 밟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세터로의 기회도 많아졌다. 5라운드에 이르런 황승빈-리버맨 아가메즈(등록명 아가메즈), 한태준-김지한 더블 스위치로 후위 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불렸던 신영철 감독 밑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배우고 있다. 한태준은 “감독님은 정말 완벽한 배구를 추구하신다. 하나하나 자세하게 알려주신다. 어깨 수술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쉽게 이해하지 못할 땐 직접 시범도 보여주신다. 그럴 때마다 죄송하면서 더 잘하고 열심히 해서 감독님이 시범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감독님이 나한테 많은 걸 알려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스승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본인의 데뷔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시즌 후반, 우리카드는 봄배구를 향한 치열한 3위 싸움을 하고 있다. 팀은 봄배구를 위해, 한태준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구슬땀을 흘린다.
한태준은 “배구 선수로 기술들이 정교하고 열심히 한다,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온 이유가 있다도 듣고 싶다. 그만큼 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진_더스파이크DB(유용우 기자), 김하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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