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찬이 형은 미친 거죠.” “제가 욕을 많이 합니다. 카메라 안 돌 때 심한 말 많이 해요.”
언제나 밝게 선수들을 다독이던 정민수가 인터뷰실에서 폭탄 발언(?)을 내놨다. 과연 어떤 사연이 있을까.
KB손해보험은 현재 6위에 올라 있다. 3위 혹은 승점 차에 따라 4위까지만 갈 수 있는 봄배구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입장이다. 최선을 다한다 해도 남은 시즌이 길지 않기 때문에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러나 후인정 감독은 경기 전부터 “봄배구 희망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이에 선수들도 화답했다. 4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한성정은 20점을 올린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3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정민수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날렵한 디그를 선보였고, 리시브 효율도 52%를 기록하며 팀에 안정감을 더했다. 두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KB손해보험은 세트스코어 3-0(25-23, 25-21, 25-22)의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경기 내용과 결과가 모두 훌륭했기 때문일까. 정민수와 한성정은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실을 찾았다. 정민수는 “우리는 아직 봄배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승점 3점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덕분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는 짧은 소감을 전했다. 이어서 한성정 역시 “이기면 3위와의 승점 차를 한 자릿수로 줄일 수 있는 경기였다. 이겨서 기쁘다”는 소감을 덧붙였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팀원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해피 바이러스’ 정민수는 인터뷰실에서도 자신의 긍정 에너지를 뽐냈다. 우리카드전에서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경기 도중 이탈했던 것에 대해 묻자 정민수는 “그 부위가 수술을 했던 부윈데, 갑자기 통증이 확 올라왔다. 그때는 아팠는데, 경기 끝나고 나니까 갑자기 안 아프더라(웃음). 지금은 전혀 문제없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다음으로는 이날 경기에서 부용찬이 보여준 플레이가 화두에 올랐다. 3세트 21-24에서 차지환이 디그한 공을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KB손해보험의 코트 중앙에 마치 공격수처럼 밀어 넣었다. 부용찬의 2단 연결을 예상하고 있던 KB손해보험 수비수들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정민수는 부용찬의 플레이에 대해 “그건 미친 거다”라며 농담 반 진담 반의 소감을 밝힌 뒤 “갑자기 저런 걸 한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 못했다. 정말 창의적이었다”며 적이지만 훌륭했던 부용찬의 재치를 칭찬했다.
후 감독은 한성정의 개선된 경기력의 비결로 “힘들겠지만 연습량을 더 늘렸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한성정에게 자신감을 실어준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한성정은 “감독님께서 연습량이 늘어서 힘든 것보다 경기력이 안 좋아서 힘든 게 더 클 거라고 이야기해주셨다. 그래서 연습량을 더 늘렸는데,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연습량을 유지해보겠다”고 후 감독의 기대에 계속해서 부응할 것임을 밝혔다.
취재진이 한성정에게 아웃사이드 히터 파트너인 황경민과 동시에 컨디션 난조가 오면 어떻게 이겨내냐는 질문을 던지자, 갑자기 정민수가 불쑥 난입했다. 정민수는 “그럴 땐 내가 욕을 많이 한다”며 인터뷰실을 폭소에 빠뜨렸다. 정민수는 “나는 후배들을 강하게 키운다.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선수들인데 약한 마음을 가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카메라 안 잡힐 때 심한 말 많이 한다”며 특유의 익살을 뽐냈다.
후배 한성정을 향한 정민수의 눈빛과 이야기들에서는 장난기 뒤에 숨긴 애정이 전해졌다. 이러한 정민수의 애정은 부진하던 한성정에게도 큰 힘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정민수와 한성정이 이끄는 KB손해보험의 5라운드 대반격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사진_의정부/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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