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54회' 위를 바라본 세터 염혜선…그가 바라는 자신의 모습 "한결 같은 선수"

대전/이예원 기자 / 기사승인 : 2025-01-26 20:45:5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코트 위에서 가장 많이 볼을 만지는 포지션은 세터다. 그들의 손에서 경기의 그림이 그려진다. 최근 V리그 여자부 역대 세트 성공 1위에 오른 염혜선이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정관장은 2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3-1(10-25, 25-21, 25-16, 25-17) 승리를 거뒀다. 구단 최다 연승 신기록 '13연승'에 성공했다. 

 

이날 염혜선은 세트 성공 43개와 세트 성공률 45%로 승리의 선봉장이 됐다. 주장이자 세터인 염혜선의 확실한 역할이 있었기에 정관장의 13연승이 가능했다. 

 

정관장 고희진 감독도 염혜선에게 아낌 없는 칭찬을 보냈다. "(염)혜선이가 우리 팀의 키 플레이어다. 결국 세터가 공격이나 속공을 올려준다. 혜선이가 경기력에 더불어 팀 리더로서도 정말 최고로 잘해주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그러면서 고 감독은 "어떠한 칭찬을 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너무 잘해주고 있다. 감독으로서 고맙다. 염혜선 선수가 최고의 전성기가 아닌가 싶다"며 웃음을 지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염혜선은 "경기 초반에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2세트부터 리듬 찾아서 경기를 이기고 승점 3점도 챙겨서 행복하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정관장(17승 6패, 승점 46)은 이날의 승리로 2위 현대건설(15승 8패, 승점 47)과의 승점을 딘 1점으로 줄였다. 끝이 없는 연승 행진으로 어느새 상위권 팀을 바짝 추격했다. 2위를 넘어 선두 흥국생명(18승 5패, 승점 53)도 가시권이다. 

 

순위 싸움에 대해 묻자 염혜선은 고희진 감독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연승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염혜선은 "연승에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물론 (상위권에) 가깝게 다가가고는 있지만 연승을 유지하거나 위를 따라잡는다는 마음 보다 다음 경기를 생각하면서 훈련과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희진 감독이 언급한 '최고의 전성기'라는 말을 전하자 염혜선은 반성의 말을 먼저 꺼냈다. "오늘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 반성해야할 것 같다. 그럼에도 공격수들과 받아주는 선수들이 잘해줘서 컨디션을 찾을 수 있었다"고 밝히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지금 팀원들이 너무 좋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듣게 되는 것 같다"며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염혜선은 V리그 여자부 역대 세트 성공 1위에 올랐다. 이효희 한국도로공사 코치의 기록을 넘어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세트 성공 43개를 추가하며 자신의 누적 세트 성공 기록을 15,611개로 경신했다.

 

이에 대해 언급하자 염혜선은 기록 달성 후 "오래 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속 겸손하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기 때문에 지금 해야할 것을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의 대전 충무체육관은 3,655명의 관중으로 가득차며 매진을 기록했다. 좌석이 매진되자 매표소에서는 입석 티켓까지 팔았다. 염혜선은 팬들의 뜨거운 열기를 느낀 장본인일 터.

 

염혜선은 "처음에 만원 관중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많은 팬분들이 우리를 응원해주시니 좋은 경기를 해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고, 좋은 경기력으로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면서 "팬분들에게 (우리가) 기쁨을 드리고 우리가 (팬분들에게) 기쁨이 되는 경기를 해서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2008-2009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V리그에 발을 들인 염혜선은 어느덧 열일곱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스스로가 쌓아온 시간이 어떠한 모습이길 바라는지에 대한 물음에 염혜선은 "한결 같은 선수"라고 막힘 없이 답했다. 이어 "꾸준한 선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하며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꾸준하다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성실함이 따라오는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야하고 더 겸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37,754회. 염혜선이 프로 데뷔 후 시도한 세트 수다. '오래 하길 잘했구나'라는 소감을 밝힌 염혜선이지만 오직 시간의 흐름이 기록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어느 곳 보다 냉정하고 혹독한 프로 리그에서 한 부문의 1위에 올랐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양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결국 한 발 더 뛰고, 몸을 날리며 희생한 세터 염혜선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다.

 

염혜선은 세터로서 공을 올리기 위해 계속해서 위를 바라봤다. 이제는 주장으로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자신의 손 끝으로 단숨에 13연승을 만들었다. 키 플레이어 염혜선이 정관장이 원하는 결말의 문을 열 수 있을까.

 

 

사진_KOVO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