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이 89.4% 확률의 주인공이 됐다.
정규리그 2위 KB손해보험은 26일 안방 의정부 경민대학교 기념관에서 벌인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 1차전에서 3위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1(25-20 25-23 18-25 29-27)로 이겼다.
레오나르도 아폰소 KB손해보험 감독이 강조한 벌떼 배구가 잘 통한 덕분이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안드레스 비예나(23점)의 맹활약뿐 아니라 나경복(15점), 모하메드 야쿱(11점)의 세찬 지원 사격까지 이어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박상하(8점)와 차영석(7점)도 적잖은 득점 지분을 챙겼다. 세터 황택의의 고른 분배가 컸다. 카일 러셀 홀로 31점을 올린 대한항공과 크게 대비됐다.
"비예나가 이번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준 건 사실이지만 그 혼자 해낸 게 아니라 팀과 함께 이뤘다. 나는 항상 단면이 아니라 전체를 보고 판단한다. 팀으로서 어떻게 활약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팀 플레이가 잘 돼야 한다"는 아폰소 감독의 지론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KB손해보험은 이로써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역대 V리그 남자부 PO 1차전 승리 팀의 챔프전 진출 확률은 89.4%였다. 코로나19로 포스트시즌(PS)이 미개최된 2019~2020시즌을 제외하면, 지난 시즌까지 19번 중 17번이나 PO 1차전에서 이긴 쪽이 챔프전에 나섰다. 쾌조의 출발을 한 KB손해보험이다.
1세트 시작부터 KB손해보험의 공격이 술술 풀렸다. 비예나가 퀵오픈 공격으로 포문을 연 데 이어 황택의의 블로킹 추가 득점까지 터졌다. 대한항공이 러셀을 앞세워 반격했지만 비예나의 손끝은 식을 줄 몰랐다. 7-4에서 야쿱의 2단 연결로 넘어온 하이 볼을 완벽하게 해결하며 더블 스코어를 기록한 것. 이런 가운데 야쿱의 블로킹과 나경복의 후위 공격까지 따라오며 KB손해보험이 일찍이 승기를 잡았다. 뒤늦게 대한항공 러셀의 공격력이 살아났지만 이미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뒤였다.
KB손해보험은 여세를 몰아 2세트도 집어 삼켰다. 비예나와 나경복의 득점이 소나기처럼 쏟아진 가운데 대한항공 한선수의 서브 범실로 8-4가 됐다. 반면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회심의 시간 차 공격을 시도했지만 KB손해보험 차영석의 블로킹에 가로막혔다. 추격 의지 또한 한풀 꺾였다. KB손해보험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베테랑 미들블로커 박상하가 중앙에서 격차를 계속 벌렸다. 대한항공 러셀의 강 서브를 받아 내는 리베로 정민수의 리시브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비예나의 시원한 퀵오픈 공격으로 2세트의 막이 내렸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설 대한항공이 아니었다. 3세트 들어 러셀, 정한용, 김민재의 삼각편대가 불을 뿜으며 세트 점수 한 점을 만회했다. KB손해보험은 결국 4세트에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비예나가 3점을 잇달아 뽑아냈다. 여기에 나경복이 퀵오픈 공격으로 KB손해보험의 연속 4득점을 완성했다. 좋은 흐름을 이어 간 KB손해보험은 이 세트 최대 승부처였던 27-27에서 황택의의 짜릿한 패스 페인트 득점으로 마침내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매조졌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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