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팀 모두 경기력이 최저점에 가까웠다. 그래도 승자는 한국도로공사였다.
한국도로공사가 11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3-1(30-32, 25-16, 26-24, 25-17)로 꺾고 연패에서 벗어났다. 경기 양상은 졸전에 가까웠다. 양 팀 모두 공격 작업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고, 네트터치와 서브 범실로 흐름을 계속 끊어먹으며 지지부진한 경기를 치렀다.
그럼에도 승자는 나왔다. 메렐린 니콜로바(등록명 니콜로바)의 서브-블로킹과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의 공격력이 발휘된 한국도로공사가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 혼자 고군분투한 현대건설을 꺾었다.
1세트 현대건설 32-30 한국도로공사
[주요 기록]
현대건설 모마: 15점, 공격 성공률 60%
범실: 현대건설 8개 – 한국도로공사 8개
초반 흐름은 한국도로공사가 좋았다. 니콜로바의 서브가 효과를 보며 반격에 성공했고, 모마의 까다로운 서브 차례도 강소휘의 퀵오픈으로 한 번에 끊으며 5-2로 앞서갔다. 강소휘는 6-3에서 이다현의 이동공격까지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기세를 더 올렸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모마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맹공을 퍼부으며 추격했고, 두 팀 간의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계속 한국도로공사를 압박하던 현대건설은 13-13에서 모마의 백어택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15-15에서는 김연견의 어택 커버가 모마의 행운의 득점으로 연결되며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도 선착했다. 이후 양 팀 선수들이 나란히 수비 집중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진흙탕 체력전이 벌어졌고, 20점에는 한국도로공사가 간발의 차로 선착했다. 19-19에서 타나차의 반대각 공격이 통했다. 여기에 고예림의 3단 처리 실수와 배유나의 반격까지 더한 한국도로공사가 세트 후반 승기를 잡았지만, 세트 막바지에 강소휘의 공격 범실이 연달아 나오며 1세트는 듀스를 향했다. 급격히 양 팀의 실수가 많아지며 지지부진하게 흘러간 듀스 승부는 현대건설의 승리로 끝났다. 30-30에서 모마가 연속 득점을 터뜨렸다.
2세트 현대건설 16-25 한국도로공사
[주요 기록]
한국도로공사 타나차: 9점, 공격 성공률 52.94%
한국도로공사 니콜로바: 서브 득점 2개, 블로킹 2개
1세트 역전패를 당한 한국도로공사가 2세트 초반부터 힘을 냈다. 세트 시작과 동시에 타나차의 오픈 공격과 김세빈의 서브 득점, 배유나의 다이렉트 처리와 타나차의 연타로 4점 차 리드를 잡았다. 한국도로공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5-2에서 배유나의 다이렉트 처리와 니콜로바의 서브 득점, 타나차의 시간차를 엮어 단숨에 테크니컬 타임아웃까지 내달렸고, 10-4에서 타나차의 파이프와 김다은의 센스 있는 볼 처리가 이어지며 8점 차까지 격차를 벌렸다.
강성형 감독은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자 고예림을 빼고 서지혜를 투입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흥이 오른 김다은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껏 펼치면서 한국도로공사가 주도권을 단단히 틀어쥐었다. 김종민 감독은 여유로운 점수 차 속에서 김세인을 투입하며 강소휘의 체력 안배까지 들어갔고, 별다른 위기 없이 남은 세트를 풀어갔다. 결국 22-11 더블 스코어까지 격차를 벌린 한국도로공사는 황연주가 분투한 현대건설의 막바지 추격을 뿌리치고 2세트를 따냈다. 24-16에서 김세빈이 마무리 득점을 올렸다.
3세트 현대건설 24-26 한국도로공사
[주요 기록]
범실: 현대건설 10개 – 한국도로공사 7개
공격 성공률: 현대건설 30.43% - 한국도로공사 26.66%
3세트는 초반부 졸전이 벌어졌다. 양 팀 모두 제대로 된 공격 작업을 만들지 못하면서 누구도 쉽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모마라도 꾸역꾸역 중심을 잡은 현대건설과 달리 한국도로공사는 오픈성 공격이나 연타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고, 결국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는 현대건설이 1점 차로 간신히 선착했다. 그러나 현대건설 역시 리시브와 범실 관리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안정적으로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세트 중반부에 힘을 냈다. 9-9에서 니콜로바-강소휘의 연속 득점과 정지윤의 공격 범실로 3점 차 우위를 점했다. 현대건설은 믿었던 모마마저 공격 범실을 저지르며 수렁에 빠졌고, 이 틈을 타 한국도로공사가 타나차의 서브 득점까지 더해 격차를 더 크게 벌렸다. 그러나 이번엔 한국도로공사가 급격히 흔들렸다. 김다은이 제대로 된 패스를 올리지 못하면서 어디서도 득점이 나지 않았고 리드를 금세 잃어버렸다. 결국 김 감독은 세터를 이윤정으로 교체했다. 이후 두 팀의 지지부진한 경기력이 이어졌고, 두 팀은 1세트에 이어 또 한 번의 듀스 승부에 돌입했다. 이번 듀스 승부는 길게 가지 않았다. 25-24에서 강소휘가 끝내기 한 방을 터뜨렸다.
4세트 현대건설 17-25 한국도로공사
[주요 기록]
블로킹: 현대건설 2개 – 한국도로공사 3개
서브 득점: 현대건설 0개 – 한국도로공사 2개
위기의 현대건설이 세트 초반 힘을 냈다. 정지윤의 시간차와 타나차의 공격 범실, 나현수의 블로킹으로 3-0을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도 김다인의 세트 범실과 배유나의 블로킹으로 빠르게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접전이 이어지던 와중, 현대건설 쪽에서 의아한 플레이가 나왔다. 5-7에서 모마가 3단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화를 삭이지 못한 듯 지나치게 강하게 볼을 밀어서 범실을 저지른 것. 강 감독의 언짢은 리액션도 이어졌다.
이 틈을 타 한국도로공사는 조금씩 격차를 벌렸다. 강소휘와 김세빈이 단단한 벽을 세우며 현대건설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여기에 13-7에서 김다은의 서브 득점까지 작렬하며 순식간에 더블 스코어 리드를 잡은 한국도로공사였다. 이후 니콜로바의 서브 차례에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20점까지 내달린 한국도로공사는 세트 후반부를 무난하게 풀어갔고, 24-17에서 김다인의 서브 범실이 나오며 승점 3점을 챙겼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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