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또 한 번 빼곡해질 정호영의 ‘오답노트’

장충/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2-13 06: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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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경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맹활약을 펼쳤다. 시즌 전체로 봐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정호영은 만족을 모르고 있었다.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에는 총 3,297명의 관중들이 가득 들어찼다. 시즌 14번째 매진 사례였다. 중위권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팀의 맞대결이 갖는 중요성을 팬들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경기에 나서는 당사자들 역시 경기의 중요성을 모를 수가 없었다. 부담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KGC인삼공사 정호영은 부담감을 이겨내고 좋은 활약을 펼쳤다.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7점을 올리며 존재감을 뿜어냈다. 블로킹도 5개를 잡아냈고, 범실은 1개에 불과했다.

“정말 중요한 경기에서 3점을 챙길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라고 경기 소감을 밝힌 정호영은 “상대 팀 선수가 데스매치라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경기 전 감독님이 그런 이야기에 동요하지 말고 우리의 경기력만 보여주자고 이야기하셨다. 나도 그러려고 노력했다. 경기 중에도 흔들리는 순간들은 있었지만 계속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며 이날 경기에 임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날 고희진 감독은 정호영에게 경기 도중 끊임없이 무언가를 전달했다. 정호영에게 평소 고 감독이 경기 중에 이야기하는 내용에 대해 묻자 정호영은 “블로킹 이야기가 9할이다. 이번 경기 같은 경우 상대가 계속 쳐내기 시도를 하는데 그걸 전부 허용해서, 한 번만 제대로 막아보라고 다그치셨다”고 고 감독의 피드백 내용을 밝혔다.

정호영의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한 것은 고 감독뿐만이 아니었다. 정호영 스스로도 자신의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 도중 정호영은 자신의 플레이에 화가 난 듯한 모습을 몇 차례 보이기도 했다.
 

정호영은 “1세트에 우리 팀이 기회를 많이 만들었는데 수비를 잘 못해준 게 마음에 걸린다. 4세트에는 좋은 기회에서 욕심을 너무 부리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잘 안 됐을 때의) 그 감각이 잊히지가 않는다”라며 냉정하게 스스로의 경기 내용을 평가했다.

그러나 정호영은 자신의 발전한 부분 역시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에는 오는 공이 어쩌다 손에 맞아서 블로킹이 됐다면, 이번 시즌에는 내가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블로킹을 만드는 느낌이다”라고 발전된 부분을 설명한 정호영은 “경기가 끝나고 나면 보완해야 할 부분과 꼭 지켜야 할 부분들을 항상 노트에 정리하고 있다”며 ‘배구 오답노트’를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끝없는 성장을 꿈꾸는 정호영에게는 이번 시즌이 끝난 뒤에도 또 하나의 자극제가 될 만한 일정들이 다가온다.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일정이 빼곡하다. 다가오는 국제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이날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정호영은 “국가대표팀에 또 뽑힌다면 굉장한 영광일 것이다. 지난 국제대회에서도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웠다. 이번에도 뽑힌다면 열심히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열정 덩어리’ 정호영의 ‘배구 오답노트’는 이번 경기를 통해 한 층 더 빼곡해질 것이다. 매 경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정호영이 과연 다음 경기에서는 또 얼마나 발전한 경기력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사진_장충/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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