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보기 힘든 장면들이 속출하는 어수선한 경기였다. 집중력을 더 잘 유지한 쪽은 한국도로공사였다.
한국도로공사가 14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세트스코어 3-1(21-25, 25-21, 25-20, 25-20)로 꺾고 소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이날 경기에서는 변수가 속출했다. 경기가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고, 좀처럼 보기 드문 범실과 비디오 판독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고 준비한 배구를 했다.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이 22점, 박정아가 17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반면 현대건설은 1세트를 선취하고도 집중력 유지와 20점 이후의 범실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며 3연패에 빠졌다. 양효진과 이보네 몬타뇨(등록명 몬타뇨)가 39점을 합작했지만 승리와는 연이 없었다.
[주요 기록]
현대건설 정시영: 4점, 리시브 효율 40%
한국도로공사: 서브 무득점, 서브 범실 2개
현대건설은 고예림과 황민경의 부상으로 인해 정시영을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로 투입했다. 정시영은 공격력이 좋지만 리시브에는 약점이 있는 선수기 때문에, 한국도로공사가 정시영을 향한 목적타 서브 공략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경기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시영은 안정적으로 한국도로공사의 서브를 버텼고 덩달아 공격에서도 기세를 올렸다. 정시영은 10-7에서 디그를 받고 쳐내기 공격까지 성공시키며 컨디션이 최상임을 보여줬다.
반면 한국도로공사는 효과적인 서브를 구사하지 못하며 끌려가는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추격을 이어가던 11-13과 15-17에서는 배유나와 문정원이 서브 범실을 저지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18-21에서 나온 정대영의 A속공 범실은 한국도로공사에게 치명타였다. 기세가 오른 현대건설은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1세트를 25-21로 따냈다.
2세트 경기 결과 - 현대건설 21 : 25 한국도로공사 – 보기 드문 범실의 등장
[주요 기록]
현대건설: 3-3에서 로테이션 폴트(몬타뇨 서브 차례에 정시영이 서브 구사)
한국도로공사: 17-16 이후 역전 허용 X
블로킹/범실 : 현대건설 6/8 – 한국도로공사 3/2
2세트에는 보기 드문 범실이 나왔다. 3-3에서 현대건설이 서브를 넣을 차례, 서브 라인에는 정시영이 섰다. 정시영이 서브를 넣는 순간, 휘슬이 울렸다. 로테이션 상 몬타뇨가 서브를 넣어야 할 순서였는데, 몬타뇨의 다음 순서인 정시영이 서브를 넣으며 로테이션 폴트가 된 것. 현대건설이 어이없는 범실로 1점을 헌납하자 분위기가 살아난 한국도로공사는 8-6으로 앞서갔다.
범실이 앗아간 분위기는 쉽게 현대건설에게로 돌아오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보다 많은 블로킹을 잡아내며 추격을 꾸준히 이어갔지만 좀처럼 역전을 만들지 못하며 고전했다. 문제는 이번에도 범실이었다. 블로킹으로 번 점수보다 정시영과 몬타뇨의 범실로 잃은 점수가 더 많았다.
한편 2세트에는 19-20으로 현대건설이 뒤진 상황에서 한동안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현대건설은 20점 이후 역전을 위해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정시영과 정지윤의 연속 득점이 나오며 21-21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문정원의 안정적인 2단 연결과 캣벨의 호쾌한 공격이 나오며 역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한국도로공사는 25-21로 2세트 승리를 거두며 반격에 성공했다.
[주요 기록]
현대건설 이다현: 6점, 블로킹 2개, 공격 성공률 66.67%
리플레이: 16-13 현대건설 리드에서 캣벨의 퀵오픈에 대한 주심의 볼 안테나 터치 비디오 판독 진행, 동시접촉 판독 후 리플레이
한국도로공사 문정원: 16-18에서 4연속 서브(서브 1점)
3세트 초반, 이다현의 활약이 돋보였다. 중앙에서의 오픈 공격에 이어 이번 시즌 내내 아쉬움이 남았던 오른쪽 이동 공격까지 날카롭게 구사했다. 여기에 캣벨의 오픈 공격까지 블로킹으로 가로막으며 한껏 기세를 올렸다.
16-13으로 현대건설이 앞선 상황, 또 한 번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됐다. 캣벨의 퀵오픈이 정지윤의 손과 안테나에 거의 동시에 맞은 상황, 강주희 주심은 주심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긴 판독 끝에 나온 결과는 동시접촉이었고 리플레이가 선언됐다.
다소 어수선해진 코트 분위기를 먼저 수습한 쪽은 한국도로공사였다. 문정원이 서브 득점 1개 포함 4연속 서브를 구사하며 19-18 역전을 이끌었다. 반면 현대건설은 20점 이후 연달아 범실을 저지르며 자멸했다. 정시영의 연속 공격 범실과 함께 3세트는 25-20으로 한국도로공사의 세트가 됐다.
4세트 경기 결과 – 현대건설 20 : 25 한국도로공사 – 한국도로공사의 뚝심
[주요 기록]
현대건설 고예림: 4세트 선발 출전
한국도로공사 문정원: 리시브 효율 66.67%
강성형 감독은 정시영 대신 고예림을 4세트 선발로 기용하며 리시브 안정화를 꾀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 문제가 생겼다. 김주하의 리시브가 흔들리며 정대영의 다이렉트 득점이 터졌다. 이후 10-15에서는 고예림마저 리시브가 무너지며 캣벨의 다이렉트 득점을 허용했다.
오히려 리시브가 안정적인 쪽은 한국도로공사였다. 문정원이 현대건설의 까다로운 서브들을 모두 안정적으로 받아내며 후방을 지켰다. 한국도로공사는 문정원의 리시브에 힘입어 캣벨을 활용한 다양한 공격 옵션을 모두 가동할 수 있었고, 중반까지 경기 흐름을 압도했다.
4세트에도 어수선한 상황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강성형 감독이 공격자 터치아웃에 대한 추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면서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결과는 박정아의 공격자 터치아웃이었고 현대건설의 득점이 인정됐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는 한 번 잡은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문정원의 서브 차례에 또 다시 연속 득점을 올리며 승기를 잡았고, 박정아가 오픈 공격으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점수는 25-20이었다.
사진_수원/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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