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세트 흥미로운 순간들이 펼쳐졌다. ‘화장실 타임’ 빼고 모든 ‘타임’들을 다 즐길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삼성화재가 접전 끝 승리를 챙기며 후반기 반등을 위한 ‘골든타임’을 수호했다.
삼성화재가 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펼쳐진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한국전력을 세트스코어 3-2(23-25, 25-20, 15-25, 25-12, 15-13)로 잡고 2023년 첫 승을 신고했다.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이크바이리)와 신장호 쌍포가 각각 28점, 15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김정호는 강력한 서브로 한국전력 리시브 라인을 무너뜨렸다. 한국전력은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가 25점을 터뜨렸고, 신영석이 블로킹 4득점 포함 11점을 올리며 활약했지만 또 한 번 5세트에 고배를 마시며 2023년에도 연패 탈출에 실패했다.
세트 초반, 양 팀의 강서버들이 맞대결을 펼쳤다. 삼성화재는 김정호가 1-1에서 연속 서브로 김준우의 블로킹과 한국전력의 범실을 유도하며 3-1로 앞서갔다. 이에 질세라 한국전력은 임성진의 연속 서브 득점으로 4-3 역전을 만들었다.
이후 치열한 흐름을 흔드는 타이스의 쇼 타임이 펼쳐졌다. 5-4에서 류윤식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가로막은 타이스는 이후 6-5부터 10-5까지 팀의 4득점을 모조리 책임지며 날아올랐다. 타이스는 이 과정에서 이크바이리의 공격을 두 번 연속으로 블로킹하며 포효하기도 했다. 여기에 신영석의 속공까지 터진 한국전력은 12-7로 앞서갔다.
끌려가던 삼성화재에서 이크바이리가 해결사로 나섰다. 호쾌한 오픈 공격에 이어 2연속 서브 득점으로 15-15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장지원의 디그에 이어 타이스가 쓰리 블록을 뚫으면서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동점과 1점 차를 오가는 랠리가 이어졌다. 한국전력이 먼저 2점 차를 만들었지만 서재덕과 타이스의 연속 범실로 세트 후반까지 1점 랠리는 계속됐다.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쪽은 한국전력이었다. 신장호의 서브 범실로 24-23 세트 포인트가 됐고, 타이스가 좋은 서브에 이은 중앙 백어택으로 25-23을 만들었다.
흐름을 가져온 김정호의 ‘서브 타임’
1세트를 아쉽게 내준 삼성화재는 2세트 초반 흐름을 가져갔다. 신장호가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빠른 몸놀림으로 공격 득점을 올리더니 4-3에서는 서브 득점까지 터뜨렸다. 삼성화재는 이크바이리의 오픈 공격과 이호건의 연속 블로킹까지 나오며 8-4로 초반 분위기를 잡았다. 이호건은 8-5에서 재치 있는 패스 페인트도 선보이면서 마음껏 기량을 펼쳤다.
세트 중반 양 팀 세터들의 뚝심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하승우는 삼성화재의 블로킹에 고전하는 임성진에게 계속 퀵오픈 패스를 올렸고, 삼성화재는 임성진의 퀵오픈을 3번의 블로킹으로 가로막으며 11-6까지 앞서갔다. 이후에는 이호건이 하현용의 속공 시도가 신영석의 블로킹에 가로막혔음에도 곧바로 다시 속공을 줬지만 범실로 이어지며 13-10 추격을 허용했다.
경기의 흐름은 김정호의 서브 차례에 삼성화재로 넘어갔다. 김정호는 18-15에서 계속해서 강서브를 구사하며 김준우의 블로킹과 타이스의 범실을 유도했다. 김정호의 연속 서브로 22-15까지 달아난 삼성화재는 이크바이리의 득점으로 25-20을 만들며 2세트 승리를 따냈다.
불만은 경기로 푼다! 신영석의 ‘한풀이 타임’
3세트 시작 전 앞선 세트의 캐치볼 판정에 대해 불만을 품은 듯 항의를 이어갔던 신영석은 마치 자신의 불만을 경기로 해소하는 듯한 활약을 펼쳤다. 신영석은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이크바이리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가로막았다. 이후 서재덕이 신장호의 퀵오픈을 연속으로 가로막으며 한국전력은 8-3으로 앞서갔다.
테크니컬 타임아웃 이후에도 신영석과 서재덕이 연달아 블로킹을 만들며 점수 차는 10-3까지 벌어졌다. 블로킹으로만 5연속 득점에 성공한 한국전력이었다. 이후 신영석은 날카로운 속공까지 연달아 터뜨리며 경기를 장악했다. 신영석의 활약에 힘입은 한국전력은 계속해서 삼성화재를 몰아 붙였다. 서재덕의 블로킹과 재치 있는 오픈 공격으로 19-10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신영석은 세트 후반에도 분노의 활약을 이어갔다. 22-13에서 서브 득점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삼성화재는 고준용의 블로킹으로 15-23까지 추격해봤지만 이미 승기는 한국전력에게 넘어간 뒤였다. 홍민기의 서브 범실로 24-15 세트 포인트를 맞이한 한국전력은 임성진의 블로킹으로 25-15를 만들며 3세트를 끝냈다.
4세트, 궁지에 몰린 삼성화재가 초반부터 거세게 상대를 몰아붙였다. 김정호가 2세트에 이어 또 한 번 연속 서브로 점수 차를 벌렸다. 3-1에서 서브 라인에 선 김정호는 서재덕의 리시브를 흔들어 이크바이리의 다이렉트 득점을 유도한 뒤 서브 득점까지 올리며 6-1을 만들었다. 한국전력이 서재덕의 백어택과 타이스의 퀵오픈으로 추격에 나섰지만, 김정호가 백어택으로 응수하며 8-4로 삼성화재가 초반 리드를 잡았다.
한국전력은 5-9에서 서재덕이 세 차례의 공격을 시도했지만 득점에 실패하자 박철우를 투입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신장호의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며 5-12까지 뒤처졌다. 이후 삼성화재는 한국전력을 압도했다. 이호건은 계속해서 이크바이리에게 원 블록 상황을 만들어줬고, 이크바이리는 호쾌한 공격을 퍼부으며 기세를 올렸다.
점수 차가 8-17까지 벌어지자 한국전력은 타이스와 서재덕을 빼며 사실상 5세트를 준비했다. 이에 삼성화재 역시 구도현과 신동광을 투입하며 주전들의 체력 안배에 나섰다. 이크바이리는 21-10에서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크바이리는 계속해서 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삼성화재가 25-12의 큰 점수 차로 4세트를 승리하며 경기는 5세트를 향했다.
양 팀 모두 절실했던 5세트, 삼성화재가 지켜낸 ‘골든타임’
운명의 5세트, 한국전력이 먼저 흐름을 잡았다. 1번 서버로 나선 신영석의 효과적인 서브 아래 서재덕과 타이스가 힘을 내며 3-0으로 앞서갔다. 신영석은 2-0에서 날렵한 팬케이크 수비를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화재는 이크바이리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신영석의 연속 서브를 백어택으로 끊은 이크바이리는 2-4에서 공격과 블로킹으로 연속 득점을 올리며 4-4 동점을 만들었다.
중요한 순간, 김준우의 서브 득점이 터졌다. 5-5 동점에서 코트 중앙 가장 깊은 곳을 꿰뚫는 서브 득점을 터뜨렸다. 여기에 삼성화재 블로커들까지 힘을 냈다. 6-6에서 타이스의 공격을 하현용과 이호건이 연속으로 가로막았다. 연속 블로킹과 함께 대전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세트 후반, 더블 컨택 판정으로 인해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10-8에서 이호건의 더블 컨택이 지적되자 김상우 감독은 코트로 뛰쳐나오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남영수 주심은 김상우 감독에게 경고를 줬고 잠시 중단됐던 경기는 다시 속개됐다. 삼성화재는 흔들리지 않았다. 12-10에서 김준우가 임성진의 공격을 가로막으며 포효했다. 삼성화재는 임성진의 서브 범실로 먼저 매치 포인트에 도달했다. 그러나 절실한 한국전력도 마지막까지 거세게 저항했다. 조근호의 속공과 타이스의 득점으로 13-14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결국 승자는 삼성화재였다. 김정호의 백어택으로 15-13을 만들며 경기를 끝냈다.
사진_대전/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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