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진 감독의 선택, 왜 최효서 아닌 박혜민이었나 [PO3]

수원/송현일 기자 / 기사승인 : 2025-03-30 21: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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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 아웃사이드 히터 박혜민이 난데없이 리베로 조끼를 입고 코트에 올랐다.

팀은 주전 리베로 노란뿐 아니라 제2 리베로 최효서까지 보유한 상황이었다.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 현대건설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 최종 3차전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노란이 이날 경기 중 등과 허리 쪽에 통증을 호소하면서 정관장은 대체 리베로 투입이 불가피했다. 최효서의 출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최효서를 몇 차례만 기용한 뒤 더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 대신 날개 공격수 박혜민에게 리베로 조끼를 입혔다.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었다. 박혜민이 좋은 리시브 능력을 지녔다곤 하나 전문 리베로 경험은 절무했다. 게다가 미리 약속된 상황이 아니었다. 선수 자신도 몰랐던 당일 깜짝 출격이었던 것이다.

고 감독의 이 같은 임기응변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박혜민의 기대 이상 활약에 힘입어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을 무너뜨린 것이다. 2011~2012시즌 이후 13년 만에 손에 쥔 챔피언결정전(챔프전·5전3선승제) 티켓이었다.

다만 최효서에게는 웃지만은 못할 하루가 됐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사령탑의 불신을 마주하고 말았다.

"(최효서가)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보였다. 경기 리듬도 좋지 않았다. (최)효서에게는 미안하지만 과호흡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얼굴을 봤을 때 돌아오기 쉽지 않다고 봤다. 감독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관장은 효서를 위한 팀이 아니다. 효서가 못했다기보다도 (경기에 나서기) 어려워 보였다. 감독으로서 판단을 내려야 했다."

그러나 이는 정관장으로서도 팀의 운명을 건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박혜민이 리베로 조끼를 입는 순간 최효서의 재출전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만약 정규 리베로가 경기를 할 수 없게 된다면 정규 교대 선수와 교대되거나 즉시 재지명 된 리베로가 코트로 들어가도 된다. 그러나 정규 리베로는 남은 경기 동안은 경기를 할 수 없다"는 게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규칙이다.

위험 부담이 큰 만큼 반대급부 또한 상당했다. 정관장은 이번 승리로 챔프전에 오르면서 최소 준우승을 확보하게 됐다. 고 감독의 결단과 박혜민의 분전이 빛난 결과다. "무엇보다 (박)혜민이가 너무 잘해 줘서 이길 수 있었다.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정관장은 이제 1일부터 정규리그 1위 흥국생명과 챔프전에서 왕좌를 놓고 다툰다. 13년 만에 다시 찾아온 소중한 기회다. 이들의 통산 4번째 우승을 향한 뜨거운 여정이 시작됐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수원/송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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