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신호진을 건져 올린 것은 석진욱 감독과 팀 동료들이었다. 특히 부용찬과 진상헌이 건넨 긍정의 힘이 담긴 말은 신호진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다.
신호진은 2022-2023 V-리그 남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OK금융그룹의 지명을 받았다. 대학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불리던 신호진에게는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1순위’라는 또 하나의 거창한 수식어가 따라붙었고, 신인상 후보로도 자주 꼽혔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하고 나니 신호진은 뚜렷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심리적인 문제가 컸다. 작은 실수에도 쉽게 위축됐다. 치열한 순위경쟁의 당사자였던 OK금융그룹으로서는 이런 신호진을 믿고 써줄 여유가 없었고, 결국 신호진은 한 동안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그러나 리그 후반 다시 코트를 밟기 시작한 신호진은 점차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점수 하나하나를 올릴 때마다 코트를 휘저으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도맡았다. 그리고 1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경기, 신호진은 마침내 승리의 달콤함까지 맛봤다. 14점을 올리며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도 56.52%로 높았다.
신호진은 경기 종료 후 동료들이 방송사 MVP 선정을 축하하며 뿌린 물에 머리카락이 잔뜩 젖은 채로 인터뷰실을 찾았다. 신호진은 “주전으로 뛰면서 승리를 한 적은 아직 없었다. 드디어 주전으로 뛰면서 승리를 거두게 돼서 뜻 깊었다”고 진심어린 소감을 전했다.
신호진은 2라운드 한국전력전에서 데뷔 후 첫 수훈선수 인터뷰를 경험했었다. 당시 신호진은 “다음 번에도 잘해서 인터뷰 또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번째 인터뷰에 임하는 마음을 묻자 신호진은 “그 때는 처음이라서 긴장도 워낙 많이 했다. 지금은 그래도 두 번째라서 조금은 편안한 마음이다”라고 답하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신호진은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까지 거머쥐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서브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기 후 석진욱 감독이 “서브는 아직 내가 봤던 신호진의 서브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신호진은 “이번 경기에서도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서브가 너무 안 됐다. 아직 100%가 아니다. 조금 더 연습해서 다음 경기 때는 더 안정적으로 서브를 구사할 수 있는 타이밍을 찾아오겠다”고 다부지게 대답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심지어 엔트리에서까지 제외되며 어려운 시간을 겪었던 신호진. 그가 그 시간 동안 어떤 생각이 들었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했다. 신호진은 “그 때도 실력적으로는 괜찮았다. 그런데 심리적인 것들이 뜻대로 안 되다보니 자신감이 계속 떨어졌다. 플레이 하나를 할 때마다 확신이 들지 않았다. 감독님과 형들이 많이 도와줘서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다보니 경기 내용도 조금씩 좋아졌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가장 많은 도움을 준 형은 누구였는지 묻자 신호진은 잠시 고민을 이어가더니 “모든 형들이 도움을 줬지만,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부)용찬이 형과 (진)상헌이 형이 해준 말들이었다. ‘너는 어차피 잘할 아이니까, 너의 것을 찾기만 하면 날아 다닐 거다’라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준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부용찬과 진상헌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과거 석진욱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신호진에게 선물했다고 밝혔던 책 ‘챔피언의 마인드’를 읽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절반 정도 읽었다. 그 책도 도움이 많이 됐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집중해서 읽어봤는데, 와 닿는 내용이 많았다. 거기 적혀 있는 사람이 잘 안 되는 이유가 다 나한테 해당되는 이야기더라”라고 솔직한 답변을 들려주기도 했다.
신호진에게 이번 시즌의 남은 경기는 18일 현대캐피탈전 한 경기뿐이다. 신호진은 “현대캐피탈이 정예 멤버로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편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팬 여러분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우리가 봄배구에 오르지 못했지만 오늘(15일)도 많은 분들이 경기장에 오셨다. 거기에 보답하는 게 프로라고 생각한다. 다음 경기도 더 재밌는 경기 보여드리겠다”고 의젓한 대답을 내놨다.
마침내, 신호진은 길었던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비록 이번 시즌은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신호진의 다음 경기, 다음 시즌이 더욱 기대된다.
사진_안산/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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