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펑과 허수봉이 멋진 승리를 합작했다. 그런데 고민거리도 같이 떠안았다.
덩신펑(등록명 신펑)과 허수봉은 현대캐피탈의 공격을 이끄는 쌍포다. 두 선수는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와 함께 삼각편대를 구축해 압도적인 화력을 발휘하며 팀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지난 대한항공전에서는 신펑이 어깨 부상으로 인해 자리를 비우며 잠시 삼각편대의 구성원이 바뀌기도 했지만, 2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치러진 OK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는 신펑이 건강히 돌아오며 다시 기존의 삼각편대가 구축됐다. 신펑과 허수봉은 도합 블로킹 4개‧서브 득점 4개 포함 38점을 합작하며 팀의 3-1(27-25, 25-23, 25-27, 30-28) 승리를 동반 견인했다.
경기 후 두 선수는 함께 인터뷰실을 찾았다. 먼저 말문을 연 신펑은 “우선 어깨는 아무 문제없이 매우 좋다. 이번 경기 같은 경우 운도 좋았고,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한 덕분에 좋은 내용을 만든 것 같다”고 자신의 어깨 상태와 경기 내용에 대해 전했다.
신펑은 지난 대한항공전에서 어깨 부상으로 인해 자리를 비웠다. 선두 수성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경기에서 자리를 비운 만큼 마음이 무거울 수 있었지만, 그런 그의 마음을 동료들이 편하게 만들어줬다. 신펑은 “우리 팀 선수들이 너무 잘해준 경기였다. 덕분에 경기를 즐기면서 볼 수 있었다”며 동료들을 치켜세웠다.
신펑은 이날 또 한 번 경기를 끝내는 피니셔를 작렬시켰다. 4세트 29-28에서 코트를 꿰뚫는 서브 득점을 터뜨린 것. 그는 10월 20일 우리카드전에서도 5세트 혈전을 끝내는 서브 득점으로 팀의 승리를 완성한 바 있다. 그야말로 코트 위의 ‘엔딩 요정’인 신펑이다. 그는 “마지막 한 방을 노릴 수 있는 상황에서는 공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하지만 간혹 실수가 나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집중력이 흐트러진 탓인 것 같다”며 마지막이 다가오면 더 집중력을 끌어올리려고 함을 밝혔다.
이후 허수봉도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먼저 “확실히 3라운드에 타이트한 경기를 많이 치른 탓에 선수들이 살짝 지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번 경기도 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해준 덕분에 승점 3점을 얻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대한항공전에서 아포짓으로 나섰던 허수봉은 이번 경기에서 다시 아웃사이드 히터로 돌아갔다. 좌우를 오가는 그에게 어떤 자리가 더 편한지 묻자 허수봉은 “예전에는 아포짓 훈련량을 많이 가져가다보니 아포짓 공격이 편했는데, 최근 2년간 왼쪽 공격을 많이 하다 보니 이제는 왼쪽 공격이 더 편하다”는 대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어딜 들어가든 리시브는 해야 하니까 리시브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인 허수봉이었다.
주장 허수봉의 맹활약과 함께 현대캐피탈은 1위로 리그의 반환점을 돌았다. 이제 이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 허수봉은 “팀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1~3라운드를 잘 치렀다고 생각한다. 3라운드 후반에 공격 쪽에서 조금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휴식과 재정비를 통해 후반기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렇게 정규리그를 순조롭게 치러가고 있는 두 선수지만, 함께 안게 된 고민도 있다. 바로 다가오는 1월 4일 춘천에서 치러지는 올스타전에서의 퍼포먼스다. 신펑과 함께 K-스타 팀에 속한 허수봉은 “우선 뽑아주신 팬 여러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반대편(V-스타) 멤버들이 빡빡하더라(웃음). 경기를 이기려면 강한 서브를 때려야 되는데, 그러다가 서브가 들어가면 또 세리머니를 해야 돼서 머리가 좀 아프다(웃음). 일단 올스타전 전까지 고민을 좀 해보겠다”며 익살스러운 대답을 들려줬다.
한편 올스타전을 처음 경험해보는 신펑은 “V-스타 팀의 최민호‧이준협‧레오와 같은 팀에서 적이 되는 게 매우 재밌다. 기대가 된다”며 순수한 모습을 보였다. 세리머니에 대한 고민 같은 건 전혀 없는 듯했다.
그러나 옆에 앉은 허수봉의 걱정스러운 표정과 세리머니에 대해 전달하는 통역의 이야기를 들은 신펑은 “세리머니는 아직 생각한 게 없다”며 당황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생각지 못한 고민거리를 떠안게 된 신펑과 그를 바라보는 허수봉의 미묘한 눈빛이 웃음을 유발했던 인터뷰의 마무리였다.
사진_KOVO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