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둥지를 옮긴 이크바이리, 그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한 가지 숨겨진 포인트가 있다.
2023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이 8일 최종 드래프트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4개의 팀(대한항공, 한국전력, OK금융그룹, KB손해보험)이 기존 외인과의 재계약을 선택했고, 2개의 팀(삼성화재, 현대캐피탈)이 V-리그 경력자를 선택했을 정도로 ‘경력자 우대’가 대세였다.
그렇게 다음 시즌을 한국에서 뛸 7명의 외국인 선수가 모두 가려진 가운데,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바로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리비아)다. 지난 시즌 전체 1순위로 삼성화재의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던 이크바이리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최태웅 감독의 선택을 받았고, 다가오는 2023-2024시즌 현대캐피탈 소속으로 V-리그를 누빌 예정이다.
이크바이리의 지난 시즌 활약은 어떻게 보면 준수했고, 또 어떻게 보면 아쉬웠다. 그는 득점 3위(875점)·공격종합 12위(49.22%)·서브 4위(세트 당 서브 득점 0.479개)·오픈공격 2위(48.16%)에 올랐다. 전반적으로는 준수했지만, 1순위 외국인 선수의 기대감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크바이리가 다음 시즌에는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요소가 있다. 바로 더 이상 현대캐피탈을 상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크바이리는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매우 고전했다. 공격 성공률이 42.4%로 6개 팀 상대 기록 중 가장 좋지 않았다. 상대 블록에 걸린 공격 횟수도 38회로 가장 많았다.
이크바이리의 현대캐피탈전 부진은 기록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김상우 감독도 시즌 중 인터뷰에서 “늘 현대캐피탈과 경기를 하고 나면 이크바이리의 결정력이 아쉬웠다. 오레올 까메호와 붙여도, 떨어뜨려도 문제가 반복됐다. 상대가 높이도 좋고, 블로킹 기술도 뛰어나서 어려움이 큰 것 같다”며 이크바이리의 현대캐피탈전 부진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이크바이리는 현대캐피탈을 상대할 필요가 없다. 정확히는 상대하지 못한다. 자신의 팀이 됐기 때문이다. 적이 된 삼성화재도 만만한 팀은 아니지만, 지난 시즌 이크바이리를 괴롭혔던 현대캐피탈처럼 압도적인 사이드 블록을 갖춘 팀은 아니다. 이크바이리의 단점이 부각되지 않는 매치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의 전반적인 스탯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이다.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둥지를 옮긴 이크바이리, 과연 더 이상 현대캐피탈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이크바이리의 반등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사진_더스파이크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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