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블로커로 출전한 허수봉과 아포짓으로 나선 홍동선이 승리를 이끌었다.
현대캐피탈이 2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OK금융그룹과의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0(25-20, 25-20, 25-20)으로 승리했다.
승리의 주역인 허수봉은 이날 박상하의 미들블로커 공백을 채웠다. 서브 2점을 더해 8점을 올렸다. 다득점은 아니지만, 팀을 승리로 이끌긴 충분했다. 특히 서브 2개는 1세트 승부처였던 20점대 이후에 연속으로 터지며 세트를 가져왔다. 홍동선 역시 블로킹 2개를 더한 5점으로 많은 득점은 아니지만, 승리에 기여하긴 충분했다.
경기 후 만난 이들은 서로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수봉은 “우리카드, OK금융그룹과 승점 차이가 얼마 안 나기 때문에 OK금융그룹과의 연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즐기면서 했는데 선수들끼리 잘 맞아서 승리할 수 있어 좋았다”고 총평했다.
홍동선은 “지난 대한항공 전에 출전했을 때 준비를 잘 못해서 셧아웃으로 졌다. 보완하고 싶었다. (허)수봉이형이랑 야간 훈련하고, (이)현승이랑 맞추면서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미들블로커로 변신한 허수봉은 속공 득점은 적었지만, 계속해서 속공 점프를 뛰며 상대 블로킹을 속였다. 허수봉은 “이번 경기 전부터 (미들블로커에 대한)준비는 하고 있었다. 연습할 때 미들블로커로 했어서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18-19시즌때 미들블로커를 해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날 경기에서 독특한 플레이를 보였다. 미들블로커로 들어온 허수봉이 속공을 구사하기도 했지만, 후위 공격도 구사했다. 또한 홍동선과 자리를 바꿔 블로킹을 떴다. 이러한 변칙 작전으로 상대를 흔드는 데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그렇게 오래전에 준비하지는 않았다. 직전 경기 끝나고 연습했다”고 말하며 “OK금융그룹이 서브가 좋다. 우리도 동선이가 서브를 잘 때려서 좋은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허수봉은 홍동선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동선이가 이날 너무 잘해줘서 믿고 있었다. 컨디션이 좋았는지 서브도 강하고, 경기 전부터 준비를 많이 했다. 나도 하나라도 더 바운드 하려고 열심히 따라다녔다”고 말했다.
한편 홍동선은 1세트 끝나고 최태웅 감독과 긴히 이야기를 나눴다. 이에 대해 묻자 “감독님이 좀 들떠있는 거 같으니 진지하게 집중하자고 말해주셨다. 내가 원래 많이 까부는 성격이다. 혹시 분위기 넘어갈까봐 흐름 왔을 때 하자고 말씀하셨다”고 대답했다.
최태웅 감독과 허수봉의 말처럼 홍동선은 선발로 코트를 밟으며 좋은 활약을 보였다. 홍동선 역시 자신의 활약보다 허수봉의 잘한 점을 치켜세웠다. “처음에 상대에게 여러 번 걸리면서 리듬을 못 찾았다. 웜업존에 들어갔을 때 형들이 조급해보인다고 했다. 리듬을 찾으면서 하라고 했는데 마침 서브가 잘 들어갔다. 그리고 수봉이 형이 사인을 크게 잘 해줘서 세트를 땄다”며 웃었다.
이어 “매번 교체로 들어가서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감독님께서 이제 선발로 나가서 보여줄 때가 됐다고 해서 개인 운동을 열심히 했다. 노력의 보답이 된 거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미들블로커, 아포짓, 원포인트 서버를 넘나들며 출전하는 홍동선은 어떨까. “내가 들어갔을 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홈에서 할 땐 팬분들이 호응을 잘해주셔서 팬분들과 함께 호응하면서 한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 분위기 메이커의 홍동선. 2021-2022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이제 2년 차에 접어든다. 팀에 주전 중 이현승이라는 신인도 있다. 선배가 된 홍동선은 이현승을 어떻게 보는지 물어봤다.
홍동선은 “내가 신인이었을 때는 막 뛰어다니면서 했는데 현승이는 그렇지 않다. 세터다 보니까 부담감이 많아 보인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오고 휴식하면 현승이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다. 싸움닭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앞서 언급한 관중과의 세레모니는 최태웅 감독 역시 강조한 부분이다. 허수봉은 “코로나 전에 팬분들이 많이 계셨을 때는 이렇게 함께 호흡을 맞추는 세레머니가 많았다. 하지만 2년간 코로나19로 경기장에 못 오셨다. 감독님이 왜 팬분들과 호흡을 안 하냐고 말해주셨다. 그 이후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좋지 못한 성적으로 천안의 관중 수가 줄은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봤다. “지난 2년간 성적이 좋지 못해서 당연한 거다. 앞으로 더 잘해서 많이 찾아오시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지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_안산/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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