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의 흐름을 잘 읽고 활용하는 것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팀 분위기를 띄우려고 일부러 세리머니를 더 크게 해요.” 한선수와 조재영은 팀을 위해 어떤 것들을 해야 할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역대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선제 2승을 챙긴 팀의 우승 확률은 100%다(8/8 - 2006-2007 현대캐피탈, 2007-2008 삼성화재, 2010-2011/2011-2012/2012-2013 삼성화재, 2014-2015/2015-2016 OK저축은행, 2018-2019 현대캐피탈). 30일 펼쳐진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거두며 먼저 1승을 챙긴 대한항공은 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리는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 승리를 통해 100% 확률의 9번째 주인공이 되고자 했다.
그 바람은 이루어졌다. 대한항공은 가볍게 셧아웃 승리를 거두며(25-20, 25-22, 25-22) 2차전 역시 승리로 장식했다. 그 중심에는 한선수와 조재영이 있었다. 한선수는 총 41개의 세트를 성공시키며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갔고, 조재영은 어택 커버와 2단 연결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맹활약하며 팀을 지탱했다.
기분 좋은 승리 후 찾은 인터뷰실이었지만, 한선수의 경기 소감은 밝지만은 않았다. “승리는 정말 기쁘다”고 운을 뗀 한선수는 “하지만 경기 내용으로 봤을 때는 집중이 잘 안된 부분들이 많았다. 좀 더 좋은 내용을 보여줬어야 할 경기라고 생각해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냉정한 이야기를 함께 전했다. 이어서 조재영은 “힘든 경기였는데, 팀원들과 함께 잘 이겨낸 것 같아 좋다”는 소감을 들려줬다.
한편 한선수는 곽승석의 적극적인 활용과 3세트 후반 링컨에게 3연속으로 올린 패스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곽승석에게 많은 공을 올린 것에 대해서는 “즉흥적인 것도 있고, 상대의 블로킹이 스위칭되면서 곽승석 쪽으로 낮은 블로킹이 가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곽)승석이가 많이 쉬었으니까 많이 때려야 되지 않겠나”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서 링컨에게 올린 3연속 패스에 대해서는 “상대의 블로킹이 움직이는 걸 보고 올렸는데, 상대가 첫 공격을 수비했다. 링컨이 무조건 그걸 뚫어줘야 한다는 마음이 들어서 ‘뚫어라’ 하면서 계속 줬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날 대한항공의 공격수들은 현대캐피탈에 비해 원 블록이나 노 블록 상황에서 편하게 공격을 하는 상황을 자주 맞이했다. 한선수의 공이 컸다. 비교적 경험이 부족한 현대캐피탈의 세터들을 압도했다. 한선수는 “상대 블로커가 어떻게 나올지는 경기에 들어가 봐야 아는 거다. 경기에서 느껴지는 흐름들을 잘 읽고 활용하는 것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며 원 블록과 노 블록 상황을 만들어주는 비결을 들려줬다.
한편 조재영은 이날 보여준 큰 세리머니에 대해 “챔피언결정전은 기세 싸움인 것 같아 우리 팀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일부러 세리머니를 더 크게 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두 선수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 외에도 각자의 역할을 잘 찾아서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이제 대한항공은 시리즈를 끝내기 위해 천안으로 향한다.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유명한 천안이지만, 두 선수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한선수는 “걱정 안 한다. 우리는 천안에서 경기력이 더 좋았다. 인천에서보다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여유롭게 답했고, 조재영 역시 “천안에서 이기고 싶다”며 짧고 간결하게 자신의 바람을 드러냈다.
사진_인천/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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