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배구선수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③

강예진 기자 / 기사승인 : 2020-08-01 22: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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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V-리그를 누비다 은퇴를 선언한 선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라는 막연한 호기심과 궁금증에서 시작된 은퇴 선수들의 근황 소개 코너. 이번에도 팬들이 궁금해하는 선수들의 소식을 들고 왔다. V-리그 은퇴 후 누군가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며, 누군가는 학창 시절 하지 못한 공부와 연을 이어가고 있다. 특별하면서도 특별하지 않은 은퇴 선수들의 이야기 제3탄,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소개한다.

김민주 (2011~2014 IBK기업은행)
서울시청 핸드볼팀 트레이너


김민주(27)는 IBK기업은행 창단 멤버다. 데뷔 시즌인 2011~2012시즌에는 30경기에 모두 출전해 IBK기업은행의 리베로 라인을 책임졌다. 하지만 프로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다음 시즌인 2012~2013시즌에 네 경기 출전에 그치더니 2013~2014시즌에는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2014년 김민주는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었다. 김민주는 이후 성신여대 운동재활복지학과에 들어가 재활 공부를 시작했다. 

김민주는 “당시에는 배구에 많은 흥미가 없었던 것 같다. 스스로 압박감을 받았다. 사실 처음에는 주전으로 뛰었지만 스스로 위축되는 경우도 많았다. 나 자신에게 냉정했고, 실수에 관대하지 못했다. 뭔가 눈에 띄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 자신을 힘들게 한 것 같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래도 김민주는 선수 생활에 후회는 없었다. 꿈에 그리던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하고, 선·후배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행복했기 때문이다. 

“선수 생활에 후회는 없다. 어린 시절 꿈꿔왔던 프로리그도 뛰고, 프로에서 하기 힘든 우승도 경험해보지 않았나. 선후배들과도 행복했다. 최근에도 IBK기업은행에서 함께 뛰었던 (남)지연 언니나 (유)희옥 언니를 만나 예전 이야기를 하곤 했다.”

후회는 없지만 지금까지 뛰고 있는 동기들을 보고 있으면 아쉬움이 남는 게 김민주의 마음이다. 김민주와 함께 IBK기업은행 창단 멤버로 들어온 선수 중 현역으로 활약하는 선수는 IBK기업은행 김희진, 현대건설 이나연, KGC인삼공사 채선아-최은지, 한국도로공사 박정아 등이 있다. 

김민주는 “사실 아쉬움이 하나도 없다면 거짓말이다. 예전에는 지금만큼 배구 인기가 많지 않았다. 가끔 ‘지금 선수 생활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라고 말했다.

김민주는 지난해 1월부터 핸드볼리그 여자실업팀 서울시청에서 트레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핸드볼은 배구와 달리 선수들끼리 접촉하며 하는 운동이다. 배구경기에서 나오는 부상과 핸드볼경기에서 나오는 부상은 달랐다. 김민주는 “핸드볼은 상대방과 접촉하는 경기여서 코뼈 부상이나 얼굴 타박상 부상이 많았다. 아무래도 배구만 하다 보니 그런 상황에서는 미숙했던 부분이 있다. 그래서 스스로 더 공부를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배구만을 바라보던 김민주는 서울시청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서울시청 정연호 감독뿐만 아니라 서울시청 관계자들도 김민주의 노력을 높게 샀다. 그 결과, 계약직 트레이너가 아닌 정규직 트레이너로 살아남았다. 김민주는 “다른 종목에서 왔기에 더 오기를 가지고 했던 것 같다.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 했다. 팀에서 나를 좋게 봐줬다”라고 얘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홈트레이닝으로 선수들을 훈련시켰다는 김민주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배구팀 트레이너로도 한 번 일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선배가 후배에게 남기는 한 마디
“새로운 도전에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짜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손아영(2013~2017 KGC인삼공사)
‘FINE FIT’ 피트니스 트레이너


수원 한일전산여고(現 한봄고)를 졸업한 손아영(26)은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2순위로 KGC인삼공사의 선택을 받았다. 당시 KGC인삼공사엔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이 있었다. 손아영은 코트에 자주 나서진 못했지만, 종종 원포인트 서버로 나서며 얼굴도장을 찍었다. 네 시즌 동안 활약한 손아영은 2017년 은퇴를 선언했다.

손아영과 같이 선수 시절을 보낸 지인들은 본래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한 선수였다고 평가했다. 본인도 수긍하며 “어렸을 때부터 갇혀 지내는 생활에 갑갑함을 느꼈다. 나는 개방적이고 활동적인 성격이다. 갑작스러운 은퇴였지만 홀가분한 마음이 들더라. 새로운 일을 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렜다”라고 설명했다.

구단은 4년간 함께한 그에게 매니저를 제안했다. 살짝 고민해볼 법 했지만 손아영은 새로운 진로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선수를 관두면 규칙적이었던 생활이 무너져 살이 찐다는 말이 있다. 손아영도 예외는 아니었다. 본인의 몸이 망가지는 것을 느끼고 곧바로 관리에 들어갔다. 매일 피트니스센터에 출석 도장을 찍었고 현재 대표의 눈에 띄어 트레이너로 스카우트됐다.  

손아영은 현재 경기도 평택에 있는 ‘FINE FIT’이라는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무 중이다. 꾸준히 동기부여를 받기 위해 바디 프로필 촬영을 했다. 더 성장하기 위해 올해 4월,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했고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탄탄한 몸매가 완성되자 여자 회원들이 늘었다. 손아영은 가장 뿌듯한 순간으로 “덕분에 처음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해봤다”, “덕분에 운동이 재밌어졌다”라는 말을 들을 때를 뽑았다. 

여전히 자신을 응원해 줬던 팬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는 “갑작스럽게 코트를 떠났다. 하지만 더 편하게 만나고 연락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 당시 찍어주셨던 사진들이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전했다.

초등학교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손아영의 삶은 배구로 가득했다. 20대 중반으로 넘어가며 새로운 꿈을 찾았다. 그는 “홀로 타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대표님과 동료들의 도움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혼자 했다면 정말 오래 걸렸을 거다. ‘평택 여자 트레이너하면 손아영’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선배가 후배에게 남기는 한 마디
“요즘 100세 시대라는 말을 많이 쓴다. 절대 늦은 나이는 없다. 선수 시절보다 돈을 적게 받아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경험해봤으면 한다. 선수들이 가진 근성과 끈기를 가지고 도전한다면 두려울 것이 없을 거다.”

유도윤(2015~2016 대한항공)
고흥군체육회 트레이너

사진_오른쪽에서 두 번째 유도윤

유도윤(26)은 2015년 대한항공에 입단했다. 1년간 짧게 프로 생활을 했다. 그가 큰 깨달음을 얻은 시간이었다. 

유도윤은 은퇴 후 고향인 전라도 고흥으로 돌아갔다. 선수 시절부터 갈망했던 학업을 위해 조선대 교육대학원에 진학했고, 광주에서는 트레이너 활동도 했다. 그는 “당시 고흥군체육회 공고가 올라왔다. 다행히 최종 합격해 지금까지 고흥군체육회에서 근무 중이다”라고 밝혔다.  

긴 프로 생활을 하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유도윤은 “늘 그리운 존재로 남아있다. 가끔 꿈에도 한 번씩 나온다. 배구가 그리울 때는 동호회 배구를 하면서 푼다. 현재는 코로나 19로 인해 잠시 쉬고 있다”라고 답했다. 

같이 훈련했던 선수들과는 여전히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다만 시간이 맞지 않아 쉽게 만나지는 못한다. 유도윤은 배구 생활이 끝났을 당시 힘들었다고도 고백했다. 그는 “정말 힘들고, 앞이 캄캄했다. 다행히 주위에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팬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 유도윤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기억하고 연락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 살면서 그런 분들을 또 만날 수 있겠냐는 생각을 많이 한다. 여전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란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유도윤에게 코트는 늘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 그의 최종 목표는 프로팀 트레이너가 되는 것이다. 도움을 받은 만큼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머지않아 트레이너 유도윤을 경기장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많이 배우고 터득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선배가 후배에게 남기는 한 마디
“어렸을 때부터 배구만 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을 수 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시야를 넓혔으면 한다. 나아갈 길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압박감에 휩싸여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정신만 차리면 무엇이든지 가능하다.”

글/이정원·김예솔 기자
사진/더스파이크 DB, 본인 제공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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