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장과 패장이 뒤바뀐 것 같은 모습이었다. 패장은 일말의 희망을 봤지만, 승장은 굳은 표정으로 경기 내용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KGC인삼공사가 1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세트스코어 3-2(25-17, 25-18, 22-25, 27-29, 15-13)로 꺾고 승점 2점을 챙겼다.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가 무려 45점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그간 좋은 활약을 이어왔던 정호영이 부진하면서 견제가 집중됐음에도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
승리에도 불구하고 고희진 감독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힘든 경기였다”는 소감으로 운을 뗀 고 감독은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 “선수들의 집중력이 문제다. 특정한 상황에 대한 집중력이라기보다는, 배구 자체에 대한 집중력이 부족했다.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걸 개선해야 우리 팀이 봄배구도 갈 수 있고, 가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며 냉정한 분석을 내놨다.
고 감독은 계속해서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6점‧공격 성공률 25%에 그친 정호영에 대해 고 감독은 “정호영은 이번 경기에서만 안 풀린 것이 아니다. 이게 원래 정호영의 실력이다. 나는 정호영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정호영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자신이 가장 못 했을 때를 기준으로 두고 자기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약팀을 상대했거나, 어쩌다 잘 풀려서 잘 됐을 때를 자기 실력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선수들에게도 이런 부분들을 이야기할 것이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고 감독이 유일하게 조금 누그러진 모습을 보인 때는 노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였다. 노란은 이날 26개의 디그 시도 중 22개를 성공시키며 팀의 후방을 든든히 지켰다. 고 감독은 “따뜻한 3월 달이 되면 지난 시즌의 모습에서 8~90% 정도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날이 춥다. 근육이라는 게 추울 때는 풀리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그럼에도 잘 해주고 있다. 고맙게 생각한다”며 노란을 칭찬했다.
특히 3세트 이후 달라진 경기력을 보인 몬타뇨에 대해서는 “1, 2세트에는 잘 된 공격들도 수비에 걸렸다. 그러자 몬타뇨가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 되더라도 자신감 있게 하라고 이야기했고, 3세트 이후부터는 그런 모습이 나온 것 같다”며 칭찬을 건넸다.
이날 김다인은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다현, 양효진과의 중앙에서의 호흡이 흔들리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강 감독은 “체력 탓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지금 김다인의 어깨 쪽에 문제가 좀 있다. 재활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이전 같은 타이밍의 속공이 잘 안 나온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대건설의 다음 경기는 22일 IBK기업은행과의 원정 경기다. 1위 재탈환을 위해서는 반드시 연패를 끊어야 한다. 강 감독은 “컨디션 문제가 또 걸린다. 그래도 이번 경기에서는 고예림과 황민경도 조금이나마 코트 위에 나설 수 있었다. 선수들 컨디션 관리를 더 잘해서 다음 경기까지는 몸 상태를 더 끌어올릴 수 있게 하겠다. 그러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는 말을 남기며 인터뷰실을 떠났다.
사진_대전/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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