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공격을 이끄는 토종 에이스도, 짧은 시간에도 존재감을 내뿜어야 하는 교체 선수도 각자의 위치에서 밝게 빛났다. 강소휘와 한수진이 어느 때보다 값진 승리를 합작하며 팀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9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GS칼텍스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는 양 팀 모두에게 중요한 경기였다. 한국도로공사는 3위 굳히기 및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해, GS칼텍스는 봄배구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 승리가 절실했다. 당연히 선수들이 느끼는 압박감도 평소보다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강소휘와 한수진은 전혀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강소휘는 60%의 공격 성공률과 함께 25점을 터뜨렸고, 한수진은 승점 3점을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했던 4세트 후반 결정적인 연속 디그와 효과적인 서브를 구사하며 승기를 굳히는 역할을 했다. 두 선수의 맹활약 속에 GS칼텍스는 세트스코어 3-1(26-24, 27-25, 20-25, 25-21) 승리를 거두며 봄배구를 향해 계속 전진할 수 있게 됐다.
강소휘와 한수진은 경기 때보다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인터뷰실을 찾았다. 강소휘는 “우리는 잃을 게 없으니, 우리의 할 것만 잘 해보자고 선수들과 이야기했다”고 경기 전 선수들과 나눈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서 한수진은 “나는 경기장 밖에 있다가 들어가는 역할이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지 않되 자신 있게 임하려고 노력했다”고 경기에 임한 태도를 전했다.
차상현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도로공사와 상대하면 분위기와 흐름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선수인 강소휘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강소휘는 “한국도로공사는 블로킹과 수비가 모두 좋다. 공격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팀이다. 공격에서 리듬이 깨지는 경우가 잦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강소휘는 “이날 경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이야기다(웃음). 이번 경기에서는 컨디션이 좋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수진은 4세트 20-20에서 원 포인트 서버로 나서 결정적인 2연속 디그로 강소휘의 득점에 기여했다. 이후에도 날카로운 서브로 한국도로공사의 리시브를 흔들며 강소휘와 한수지의 다이렉트 득점을 도왔다.
"수훈선수 인터뷰는 아마 두 번째다. 신인 때 했었는데 왜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며 웃은 한수진은 “수비 위치나 서브 코스 공략을 너무 의식하면 오히려 더 긴장이 된다. 일단 서브를 범실 없이 넣고, 코스가 보이는 공격만 잘 받아보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통한 것 같다”고 겸손하게 당시를 돌아봤다.
본 포지션은 리베로지만 일반 유니폼을 입고 서브와 수비를 담당하는, 흔히 ‘서베로’라 불리는 포지션은 뛰는 시간은 짧지만 해야 할 역할은 많다. 한수진에게 ‘서베로’의 어려움에 대해 물었다. 한수진은 “제일 어려운 것은 긴장감을 조절하는 것이다. 긴장이 풀리면 플레이는 잘 된다. 긴장감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답을 들려줬다.
차 감독은 5일 페퍼저축은행전 승리 후 “그간 선수들에게 너무 다그치기만 한 것 같다. 최대한 다독이면서 이야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소휘와 한수진에게 차 감독의 변화가 있었는지 묻자, 질문을 들음과 동시에 강소휘의 표정에 장난기가 가득해졌다.
강소휘는 “감독님이 한 입으로 두 말 잘 하시는 분이다(웃음). 오늘도 상황이 긴박해지니까 버럭하시더라. 앞으로 안 믿기로 했다. 경기 이긴 다음 날은 하루 휴식 주기로 하셨는데, 방금 경기 후 미팅에서 내일(10일) 웨이트 시키려고 하셨다. 거짓말쟁이다”라며 열변(?)을 토했다. 옆에 있던 한수진도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맞다. 감독님에 대한 신뢰는 없다”고 강소휘의 이야기에 동조했다.
장난기 넘치던 강소휘는 12일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거기서 지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덤벼들 것이다”라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과연 두 선수는 KGC인삼공사전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그리고 차 감독은 KGC인삼공사전 승리 이후에는 정말로 휴식을 줄까.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으로 많은 팬들의 눈길이 쏠리게 됐다.
사진_김천/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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