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운이 있는 것 같아요” 이원정은 흥국생명의 네잎클로버가 될까 [CH2]

인천/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4-01 00: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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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는 운이 있는 것 같아요.” 가는 곳마다 우승을 몰고 다니는 행운의 전령사 이원정이 세 번째 우승을 목전에 두게 됐다.

2000년생의 젊은 세터 이원정은 이미 두 번이나 통합우승의 달콤한 맛을 본 적이 있는 선수다. 데뷔시즌이었던 2017-2018 시즌에 한국도로공사 소속으로 첫 통합우승을 경험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GS칼텍스에서도 2020-2021 시즌 통합우승 멤버가 됐다. 가는 곳마다 첫 해에 통합우승을 이끄는, 말 그대로 행운의 전령사다.

2022-2023 시즌, 이원정은 세 번째 기회를 잡았다. GS칼텍스에서 이번 시즌을 시작한 이원정은 트레이드(이원정 <-> 2023-2024 시즌 신인선수 1라운드 지명권)를 통해 흥국생명에 합류하게 됐다. 현대건설을 열심히 추격하며 우승에 도전하고 있던 흥국생명으로의 합류였기에, 과연 이원정의 기분 좋은 징크스가 또 한 번 힘을 발휘할지 많은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징크스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이원정은 합류 후 빠르게 팀에 녹아들며 입지를 굳혔고,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이 흔들리는 사이 1위를 뺏으며 정규시즌을 가장 높은 위치에서 마쳤다.

그리고 대망의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흥국생명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3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흥국생명은 한국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0(25-18, 25-15, 25-21)으로 완파하고 2승 고지에 선착했다. 역대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먼저 2승을 선취한 팀의 우승 확률은 100%다(5/5). 이원정의 기분 좋은 징크스가 또 한 번 현실화될 가능성이 무척 높아진 것.

이원정은 이날 경기에서도 선발로 나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양 날개 공격을 잘 살린 것은 물론 중앙 백어택, 시간차 등 다양한 공격 패턴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팀의 셧아웃 완승에 기여했다. 자신의 장기인 날카로운 사이드 블로킹도 효과적으로 구사하며 쏠쏠한 득점까지 올렸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이원정은 “1차전보다는 조금 나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만족은 못 하겠다. 햄스트링 부상 이후에 챔프전을 준비한다고 운동을 많이 하긴 했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몸이 잘 안 올라오는 것 같아 속상했다. 여전히 만족 못 한다”며 자신의 경기력에 냉정한 평가를 남겼다.

이날 이원정은 3세트 초중반에 다소 흔들리며 김다솔과 교체되기도 했지만, 세트 후반 다시 투입된 이후에는 김연경 위주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가볍게 경기를 끝내는 데 일조했다. 이원정은 “(다시 들어갔을 때) 3세트에 무조건 끝내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아직도 다리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아서, 4세트를 가면 힘들어질 것 같았다. 또 이 경기가 끝나면 김천으로 내려가야 해서, 집중해서 빨리 끝내고 쉬자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의 마음가짐을 전했다.

여전히 햄스트링 상태는 완벽하지 않은 상황, 이원정을 지탱하는 힘은 우승을 향한 열망이었다. 이원정은 “세트가 거듭될수록 다리에 힘이 잘 안 들어가는 느낌은 든다. 그래도 지금은 우승에 대한 열망으로 잘 이겨내고 있다. 3차전에서 끝내고 쉬면 되지 않나 싶다(웃음)”며 웃음 속에 자신의 굳은 의지를 함께 담아 전했다.

이원정은 자신에 관한 기분 좋은 징크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지난 통합우승 때와는 확실히 긴장감이나 부담감이 다르다. 한국도로공사 때는 별 생각 없었고, GS칼텍스 때는 조금 부담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해내야 한다는 생각,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강하다”며 마음가짐을 밝힌 이원정은 “이전의 우승 경험들도 정말 운이 좋아서 할 수 있었던 경험이다. 나에게는 운이 있는 것 같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과연 이원정은 흥국생명에게 행운의 네잎클로버가 될 수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원정의 기분 좋은 징크스는 단순한 운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닌, 이원정의 노력과 재능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진 징크스라는 점이다.

사진_인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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