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를 더 잘해야 하고 질이 좋아야 한다는 걱정이 있다.”
대한항공이 1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4라운드 남자부 삼성화재와의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1(25-17, 25-22, 21-25, 27-25)로 이겼다.
대한항공은 정지석과 임동혁, 조재영이 나란히 18점, 18점, 10점을 올리며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오랜만에 선발로 나선 조재영은 블로킹 3점을 포함한 10점을 올렸다. 이번 시즌 첫 두 자릿수 득점이었다.
경기 후 만난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2세트까지는 우리가 경기 운영을 잘했는데 삼성화재 분위기가 바뀌더니 서브나 모든 게 잘 됐다. 그때부터 흔들리고 힘들어졌다. 4세트때도 정신없었는데 잘 견뎠다. 마지막에 기회를 잡아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총평했다.
이어 김규민을 대신해서 들어온 조재영의 활약에 대해 물었다. 시즌 첫 선발로 뛴 그의 활약이 사령탑 눈엔 어땠을까. “진짜 준비 많이 했다. 계속 기회를 엿보고 열심히 준비했다. 이날 주전으로 와서 기회를 잘 잡았다. 코트 안에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칭찬을 보냈다.
3세트에 아찔한 상황이 나왔다.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던 김민재가 착지 과정 중 무릎에 통증을 느끼며 교체됐다. 다행히 4세트 다시 코트를 밟았다. 수장은 “교체로 나왔다가 괜찮아서 다시 4세트에 들어갔다. 경기 중이라 제대로 전달받은 게 없어 정확한 상황은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굳건하게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인 현대캐피탈과 승점 차 15점이다. 이날 경기 3점을 챙기며 더 벌어졌다. 현대캐피탈보다 두 경기를 더 치렀지만, 여유가 있다. 그래도 수장의 걱정은 계속됐다.
“배구를 더 잘해야 하고 질이 좋아야 한다는 걱정이 있다. 우리의 것을 더 잘하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순위 자체도 더 유리해진다. 우리가 누구 상대로 어떤 팀과 어떤 경기를 하느냐는 매 경기 중요한 요소다. 불필요한 경기는 없다. 있어서도 안 된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체이서 매치를 통해 정규 시즌 나오지 못하는 선수들이 출전하고 있다. 틸리카이넨 감독 역시 이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는 “정규 경기에선 베스트로 선수들로 운영하지만, 모든 선수들에게 너희들이 잘하면 늘 기회가 오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체이서 매치를 뛰는 선수, 주전 선수들과 상관없이 얘기한다”고 말했다.
체이서 매치에 대한 답변은 이어졌다. “정규 경기를 뛰지 않는 선수들이 경기 감각을 익혀야 실전에 들어올 수 있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그 선수들이 들어올 거고 그 순간에 체이서 매치 때의 감각을 살려서 실전에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이것이 체이서 매치를 하는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나는 모든 선수들에게 기대치가 많다. 경기를 뛰든 못 뛰든 훈련할 때나 연습경기를 할 때 본인이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기회를 잡아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실제 경기에 들어와서 팀을 도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 다들 팀을 도와주고 많이 보여주려 한다. 그렇기에 우리 선수들에게 많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며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한편 삼성화재 역시 세 명의 두 자릿수 득점자가 있었다. 이크바이리 아흐메드(등록명 이크바이리), 김정호, 신장호가 나란히 27점, 12점, 11점으로 분전했지만, 패했다. 특히 마지막 듀스의 순간 범실로 상대에게 내준 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김상우 감독은 “4세트 아쉽다. 그런데 우리가 첫 세트에 경기력이 안 나왔다. 공격력이 떨어지면서 어렵게 끌고 갔다. 4세트는 마지막에 한두 개로 졌는데 이는 기량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김 감독이 말하는 한두 개의 기량 차이는 무엇일까. “마지막에 넘어오는 공을 흘려보내며 범실이 나온 것. 그리고 이크바이리한테 4세트 찬스가 왔는데 처리를 못 했다. 이런 부분을 말한다”며 덧붙였다.
삼성화재는 여전히 김정호의 짝인 아웃사이드 히터 쪽에서 한 자리 고민이 깊다. 신장호, 고준용, 류윤식이 번갈아 출장하며 뚜렷한 주전 선수가 보이진 않는다. 이날 교체로 들어온 신장호는 블로킹 2개를 포함해 11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은 60%로 좋았다. 코트를 밟자마자 공격적인 모습으로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수장은 “그래도 (신)장호가 들어와야 아웃사이드 히터 쪽에 공을 더 올려서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서브 리시브를 어려워해서 그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삼성화재의 출발은 그리 좋지 않았다. 주포 이크바이리 역시 5점을 올렸지만, 범실도 5개였다. 김 감독은 “초반에 밀리는 분위기가 계속됐다. 사실 4세트도 많이 밀렸는데 여기까지 잡아낸 건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 경기 초반에 안 밀려야 된다”며 힘줘 말했다.
사진_대전/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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