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좋아합니다. 매운 것도 잘 먹습니다.” 료헤이 이가는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적응력을 어필했다.
26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2023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2일차 연습 경기가 진행됐다. 1일차와 마찬가지로 조별로 섞여 1세트 15점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자신의 실력을 뽐낼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1일차에 뛰어난 안정감과 돋보이는 리더십으로 수많은 팀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료헤이 이가(일본, L)는 2일차에도 많은 경기에 나섰다. 1일차보다는 조금 흔들리는 모습이긴 했지만, 그 실력은 어디가지 않았다. 구단들의 관심과 기대 역시 여전했다.
모든 연습 경기가 종료된 뒤 취재진과 만난 이가는 자신에 대한 좋은 평가를 체감하고 있는지 묻자 “체감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나의 100%를 발휘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도 그걸 알아주지 않을까 싶다”며 겸손하게 기대감을 전했다.
구단들의 선호도를 살펴봤을 때 이가의 V-리그 입성은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이가는 “프로로서 한국에서 길게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직전 시즌에 파나소닉에서 스타팅으로 뛰긴 했지만, 해외에 도전해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며 V-리그에 대한 기대와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리베로들은 일본 리베로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 그래서 내가 적응하기도 편할 것 같다”며 리그 적응에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신의 꿈과 열망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조건 역시 이가가 V-리그 입성을 원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 아시아쿼터로 V-리그에 입성하는 선수들은 10만 달러(한화 약 1억 3천만 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 이가는 “일본 리그에서 받았던 급여의 두 배 가량이다”라며 솔직하게 만족감을 표출했다.
이가는 함께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두 명의 파나소닉 팬서스 동료들(이쎄이 오타케, 이마무라 타카히코)과 함께 경기를 뛴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파나소닉에 있을 때도 가끔 팀원들끼리 연습 경기를 가질 때가 있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상황이 연출돼서 재밌었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이가의 플레이에 대해 나왔던 지적 중 하나는 2단 연결이 지나치게 언더핸드 위주로 이뤄진다는 점이었다. 이가는 “언더핸드 연결에 자신이 있어서 많이 썼다. 오버핸드 연결도 할 수 있다”며 오버핸드 연결 옵션도 갖췄음을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할 수 있는 한국어가 있다면 한 마디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이가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를 제법 유창한 발음으로 들려줬다. 덧붙여 이가는 “먹는 건 안 가린다. 김치도 좋아하고, 매운 것도 잘 먹는다”며 깨알 같은 적응력 어필까지 이어갔다.
이가가 다음 시즌 V-리그에서 뛸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높다. 과연 일본 V.리그의 주전 리베로를 10만 달러에 쓸 수 있는 행운은 어떤 팀에게 주어질까. 그 결과는 ‘구슬 신’만이 알고 있다.
사진_제주/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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