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많이 할 바에 차라리 무식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2022-2023시즌 초반 우리카드, OK금융그룹과 함께 치열한 3위 경쟁을 펼쳤다. 비록 2라운드 마지막 두 경기에서 연패를 기록한 한국전력이지만 OK금융그룹과 우리카드와 같은 승점 18점으로 2라운드를 마쳤다.
하지만 3라운드에 들어서자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3라운드에서 1승도 챙기지 못했고 승점은 단 2점밖에 얻지 못했다. 자연스레 OK금융그룹(당시 3위, 승점 30), 우리카드(당시 4위, 승점 29)와도 간격이 벌어졌다.
반등이 필요한 한국전력의 2023년 첫 경기는 삼성화재와의 4라운드 첫 번째 경기였다. 이날 경기에서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 25점), 서재덕(18점), 신영석(11점), 임성진(10점)이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지만 풀세트 끝에 패하고 말았고 연패의 수는 ‘9’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후 펼쳐진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며 길었던 연패를 끊어냈고 OK금융그룹을 상대로 셧아웃 승리를 가져가며 오랜만에 연승에 성공했다. 비록 다음 경기인 대한항공전에 패했지만 이어진 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며 4연승에 성공했다.
한국전력은 2023년 치러진 8경기에서 6승 2패를 기록했고 2패 했던 경기도 5세트까지 끌고 가며 승점 획득에 성공했다. 즉, 2023년에 열린 모든 경기에서 승점을 얻으며 어느새 승점 38점으로 우리카드(3위, 승점 40), OK금융그룹(4위, 승점 39)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두 팀보다 한 경기 덜 치른 상태에서 다음 경기를 이기면 3위까지 올라설 수 있는 상태다.
한국전력이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이유 중 임성진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임성진은 올해 열린 8경기 중 6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특히 우리카드와 4라운드 경기에서는 16점, 공격 성공률 71.43%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여주며 연패를 끊는 데 앞장섰고 현대캐피탈과 4라운드 맞대결에서는 18점을 올리며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6일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한국전력 훈련장에서 <더스파이크>와 만난 임성진은 “우리가 연패할 때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는데 그 터닝포인트는 승리라고 생각했다. 한 번은 승리해야 분위기 반전이 되면서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지다 보니 자신감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카드전 승리를 통해 선수들이 다시 올라가 보자는 마음가짐이 생겼던 것 같다”라고 기나긴 연패를 끊었을 당시를 설명했다.
한국전력이 연패 이후 연승을 달리고 있는데 중요한 역할을 보이고 있는 임성진이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연패할 때 내 역할을 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경기가 많았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해주시지만 나는 만족하고 싶지 않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연승하고 있다고 자만하면 안 된다. 잘하면 더 잘해야지 지금보다 더 못하면 안 된다. 아무리 못하더라도 최소 지금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본인의 생각을 전했다.
프로 입단 후부터 임성진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말은 ‘소심하다’였다. 임성진도 이를 잘 알고 있었고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생각 차이라는 걸 느꼈다. 물론 훈련도 많이 했지만 심리적인 게 가장 컸다. 코트에서만큼은 평소 성격을 버리고 생각 많이 할 바에 차라리 무식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하고 있다”라고 말한 임성진이다.
임성진은 이를 코트에서 실천하고 있다. 또한 득점 후 세리머니도 전과 다르게 큰 환호를 지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그런 제스처들도 중요하다고 주변에서 많이 얘기해준다. ‘득점을 냈을 때 제스처를 크게 해야 못 하고 있어도 커 보인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신경 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의 반등을 이끈 임성진은 미래보다 지금 당장에 집중하려고 한다. “봄 배구 가는 게 첫 번째 목표다. 하지만 가려면 승점을 많이 쌓아야 한다. 너무 멀리 보지 말고 당장 앞에 있는 경기만 생각하고 하나씩 하다 보면 목표로 하는 봄 배구에 진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진_의왕/박상혁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