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민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현대건설이 14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4라운드 여자부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3-25, 25-23, 25-21, 25-16)로 이겼다.
황연주는 블로킹 3점을 포함해 20점으로 팀 내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성공률도 43.59%로 좋았다.
승리의 주역이 된 황연주는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의 공백을 지우는 데 힘쓰고 있다. 황연주는 “힘들기도 힘들고, 야스민 자리를 메꾼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공백이 안 보이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면 할수록 더 적응하고 편해야 하는데 부담이 된다. 계속 이기다 보니 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부담스럽지만 잘 돼서 다행이다. 그래도 아직 경기하기 전에 걱정이 많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부담이 된다고 말했지만, 그 말과 반대되는 경기력을 보였다. 경기 중 날카로운 앵글샷 득점이 두 차례나 나오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대해 “비디오를 보고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하고 빈 곳에 때렸다. 그랬더니 잘 통했다. 상황에 따라 안 될 수도 있지만, 시도해서 되면 거기로 수비가 갈때까지 때려야 된다. 그래야지 다른 한쪽이 비게 된다. 이 부분을 (양)효진이한테도 얘기한다. 이날 유독 잘 통했다”며 비결을 전했다.
베테랑 중 베테랑인 황연주는 어느덧 리그 경력이 19년 차에 접어든다. 그만큼 오랜 세월을 뛰었다. 체력 문제도 빠질 수 없다. 앞서 강성형 감독은 ‘뭘 먹는지 확인을 좀 해봐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먹는 건 별로 없다. 체력적인 부분도 문제지만, 경기를 많이 뛰다 보니 관절이 안 좋아진다. 그래도 코보컵도 하고 체력 운동도 했다”며 덤덤하게 답했다.
지난 11일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했다. 하지만 황연주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보단 힘든 기색이 보였다. 12점에 23.40%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당시 부진에 대해 묻자 “흥국생명은 워낙 블로킹이 높다. 수비된 공을 때릴 땐 김연경을 포함한 두 명의 블로커가 와있어서 답답했다. 안 좋은 공을 높은 블로킹 앞에서 때리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나도 잘 안됐다. 양 팀 다 수비가 잘 되다 보니 거친 공을 많이 때렸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대건설에게 야스민의 부재는 예상치 못한 일이다. 황연주 역시 이렇게 긴 시간 출장하게 될 줄은 예상 못 했다. 그는 “힘들어도 해야 된다. 젊은 선수는 힘으로 이겨낼 수 있지만, 나는 아니다. 쉴 때 정확히 쉬어야 한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남들이 봤을 땐 어떨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날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야스민이 동료들을 응원하러 코트장을 찾았다. 야스민이 유독 그리운 사람은 황연주였다. 그는 “야스민이 많이 힘들 거다. 나도 그 마음을 알기에 버텨준다. 얘기도 많이 나눈다. 아직 어리다”며 다독였다. 이어 “야스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스민 외에도 현대건설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이다현, 정지윤과 같은 MZ세대와 황연주는 띠동갑을 뛰어넘는다. 이들과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이)다현이는 할머니 같은 부분이 있다. 세대 차이는 없다. MZ세대는 톡톡 튄다고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자기 어필은 잘하지만, 할머니 같은 느낌이 있다”고 말하며 “다른 선수들도 다 착하고, 생각도 깊다. 빨리 성장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황연주는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자주 하는지에 대해 묻자 “요즘은 내가 앓는 소리를 더 많이 한다. 이날도 ‘(정)지윤아 언니 힘들다 이번 세트에 끝내자’고 말했다. 사실 아무리 얘기를 해줘도 스스로 겪는 것만큼 얻는 건 없다. 주변에서 얘기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가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선수들이 잘 안되더라도 시도도 많이 한다. 보기 좋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또한 황연주는 이날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14개의 디그 시도 중 11개를 잡으며 역대 통산 4,500 디그 성공을 달성했다. 이에 대해 “기록을 세우면 기분은 좋지만, 너무 오래전에 뛰었어서 까맣게 잊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열심히 하다 보면 따라온다. 그래도 빨리 야스민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_수원/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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