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주자는 세터 한태준과 김다은, 초대 영플레이어상 후보는?

이보미 / 기사승인 : 2025-03-31 10: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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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연맹(KOVO)은 2024년 신인선수상 대신 영플레이어상을 신설했다. 수상 대상을 신인부터 3년차까지 확대회 보다 상의 의미를 더하고, 그 무게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초대 영플레이어상 주인공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팬들이 만든 새 이름, 영플레이어상
연맹은 2024년 제도 변화를 꾀했다. 신인선수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당초 신인선수상은 당해 시즌에 데뷔한 선수들로만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신인 선수들의 전체적인 기량이 떨어짐에 따라 바로 주전 멤버로 뛸 수 없는 현실에 놓여있다. 이로 인해 그 대상을 확대했다. 프로 입단 3년 차 선수까지다. 더 많은 선수들에게 수상의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동시에 연맹은 지난해 8월 21일부터 27일까지 신인선수상 새 명칭을 두고 팬들로부터 공모를 받았다. 그 결과 ‘영플레이어상’으로 새롭게 변경했다. 1호 영플레이어상의 주인공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24-25시즌 영플레이어상
선두 주자는 세터 한태준과 김다은

공교롭게도 영플레이어상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는 선수는 남자부, 여자부 모두 세터 포지션이다. 우리카드 한태준과 한국도로공사 김다은이다.

한태준은 2004년생의 180cm 세터로 남양초-본오중-수성고를 거쳐 2022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우리카드 지명을 받았다. 당시 우리카드 사령탑이었던 신영철 감독의 지휘 아래 첫 시즌에는 18경기 45세트 출전 기록을 남긴 바 있다. 데뷔 시즌 신인선수상은 삼성화재 미들블로커 김준우의 몫이었다.

그것도 잠시 한태준은 프로 2년차에 바로 주전 세터로 낙점을 받았다. 2023-24시즌 정규리그 36경기를 모두 소화했고, 2022-23시즌에 이어 두 시즌 연속 봄배구 경험을 하기도 했다. 프로 2년차 세터의 활약은 돋보였다. 결국 2023-24시즌 베스트7에 선정되기도 했다.

남자배구 세터 계보를 잇고 있는 한태준이다. 그동안 세터상 시절 수상자는 권영민-최태웅-한선수-유광우였다. 베스트7으로 바뀐 2014-15시즌 이후에도 유광우-한선수-김광국에 이어 2020-21시즌 황택의가 새롭게 등장했다. 황택의는 3년 연속 베스트7에 이름을 올린 뒤 군 복무를 위해 자리를 비웠고, 그 사이에 ‘뉴페이스’ 한태준이 베스트7의 영광을 안았다.

2024-25시즌에도 한태준은 주전 세터로서 제 기량을 발휘했다. 우리카드의 새 사령탑인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은 주전 세터를 향한 두터운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파에스 감독은 “1~3년 차 사이에서 한태준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굉장한 잠재력을 지녔다. 키가 크지 않지만 블로킹에서 강점을 보인다. 서브도 좋고 토스 역시 잘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계속해서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한태준은 상위권에 있다. 아직까지 한선수, 황택의, 황승빈보다는 약간 밑이라고 본다. 하지만 언제 따라잡아도 이상하지 않을 잠재력을 보유했다”면서 “아직 젊은 선수이기 때문에 그 잠재력이 발휘되면 그들보다도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태준은 함께 팀의 미래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며 현재보다 미래의 한태준을 더 높게 평가했다.

한태준은 고교 시절부터 존재감을 드러냈고, 신영철 감독 역시 ‘즉시 전력감’으로 고교 세터를 데려왔다. 파에스 감독 말대로 신장에서 부족할 수 있지만 공격수들 못지 않은 점프력으로 블로킹을 보완하고 있다. 세터는 결국 상대 미들블로커를 속일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배구 IQ도 높은 세터다.

2006년생의 한국도로공사 김다은 역시 당차다. 179cm 장신 세터 김다은은 하당초-영화중-목포여상을 거쳐 V-리그 문을 두드렸다. 202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해 바로 1번 세터로 코트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도 김다은의 활약에 미소를 지었다. 김종민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겁 없이 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스피드가 다르다”면서 “세터마다 손에서 볼이 나가는 타이밍이 있다. 토스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힘이 있어야 하는데, 다은이가 아직까지 타이밍은 미흡하지만 힘은 좋다”고 분석했다.

물론 프로 무대가 처음인 만큼 적응해야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아마추어와 달리 외국인 선수 활용이 중요하고, 미들블로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플레이도 요구된다. 김종민 감독은 “아직 수비는 모자라다. 그래도 다은이가 항상 준비를 열심히 한다. 신인이고 막내지만 성격이 활발하고 대차서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세터의 자질 중 하나는 담대함이다. 이에 김종민 감독도 “생활적인 면에서도 팀에 한 5년은 있었던 선수 같다. 내가 뭐라 하면 바로 대든다”고 말하며 웃었다. 패기 넘치는 신인의 존재감에 만족감을 드러낸 모습이다.

적장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김다은은 정말 좋은 세터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뛰는 걸 쭉 봐왔는데, 고등학생이 프로 경기에 와서 저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분명한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다. 속공도 A가 아닌 B를 저렇게 과감하게 미는 걸 보면 정말 대성할 선수다. 배구 팬들이 주목해야 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는 극찬을 남겼다.

목포여상 선배이기도 한 정관장 세터 염혜선도 “신인치고 똘똘하고 야무지게 잘하더라. 깡이 있는 아이다. 그냥 돌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내가 한국에 와서 본 세터 중 가장 잠재력이 있다. 한국 무대를 벗어나서도 성장할 수 있는 세터를 본 것 같았다. 그 세터가 팀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면서 “좋은 선수다. 활발하고 적극적이면서 피지컬도 좋다. 기술적으로도, 멘탈적으로도 훌륭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이 쌓여 가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정작 김다은은 담담하다. 영플레이어상을 두고 김다은은 “좀 더 안정적으로 하고, 언니들이 득점을 낼 수 있게 도와주면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차분하게 말했다.

김다은은 벌써부터 상복이 터졌다. 지난 1월 22일 대한배구협회가 마련한 ‘배구인의 밤’ 행사에서 ‘회하세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회화상은 우수 세터 육성을 위해 류철호 전 도로공사 사장이 제정했다. 2월에는 ‘제36회 윤곡 김운용 여성체육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이는 고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한국 여성체육 발전을 위해 1989년에 제정한 한국 최초 여성 스포츠 시상이다. 김다은은 “프로 첫 시즌부터 기회를 많이 얻어 소중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신인답게 패기 넘치고 나날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 주목되는 김다은이다.



‘저도 영플레어상 후보입니다!’
현재까지 한태준과 김다은이 가장 유력한 영플레이어상 후보다. 하지만 그 뒤를 추격 중인 또다른 후보 선수들도 있다.

남자배구에서는 한태준에 이어 OK저축은행 신호진과 한국전력 구교혁, 신인선수인 한국전력 윤하준과 KB손해보험 이준영 등도 눈에 띈다.

국가대표 아포짓이기도 한 신호진은 202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프로 무대를 밟았다. 187cm의 비교적 단신 공격수다. 그럼에도 신호진은 흔하지 않은 왼손잡이 아포짓으로 탁월한 결정력을 드러내고 있다. 2023년 한국배구연맹(KOVO) 컵대회에서 팀 우승과 함께 MVP를 거머쥔 경험도 있다. 2024-25시즌 팀이 최하위에 위치한 상황에서 득점 TOP10에 이름을 올리며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전력의 193cm 아웃사이드 히터 구교혁도 신호진의 드래프트 동기다. 프로 3년 차 구교혁은 이번 시즌 소중한 기회를 얻었고, 처음으로 세 자릿수 득점을 올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 부상 공백 속에 아포짓 자리에 들어서서 막강한 공격력과 위협적인 서브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남자배구 신인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한국전력의 아웃사이드 히터 윤하준은 교체 투입으로 코트에 나섰다. 과감한 공격이 눈에 띈다. 현대건설 미들블로커 이다현의 친동생인 미들블로커 이준영도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고 빛나고 있다. 상대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들도 놀라게 하는 서브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여자배구에서도 또 다른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GS칼텍스 신인 선수인 아웃사이드 히터 이주아, ‘원 포인트 서버’로 게임 체인저 역할을 맡고 있는 프로 2년 차 정관장 신은지다.

GS칼텍스 이주아는 182cm 아웃사이드 히터로 김다은과 함께 목포에서 초중고 시절 배구를 함께 했다. 드래프트에서는 1라운드 3순위로 GS칼텍스 지명을 받았다. 아직 리시브에서 보완할 점은 보이지만 공격에서 가능성을 드러낸 선수다. 지난해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유럽 전지훈련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고,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은 이주아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신은지는 177cm 아포짓으로 프로 데뷔 첫 시즌에는 13경기 19세트 출전해 6점 획득에 그쳤다. 2024-25시즌은 다르다. 신은지는 베테랑 염혜선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지독한 연습벌레다. 그가 흘린 땀은 고스란히 코트에서 빛나고 있다. 정관장은 ‘원 포인트 서버’ 신은지를 투입해 경기 흐름을 뒤집는 경우가 많았다. ‘게임 체인저’ 신은지의 존재감 역시 크다.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오를만하다.



글. 이보미 기자
사진. KOVO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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