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오기 전부터 (문)성민이 형을 보며 배구를 배웠다. 프로에 와 같은 팀이 되고는 존경심이 더 커졌다. 형은 배구뿐 아니라 리더십이나 책임감 등 항상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분이었다."
남자 배구 국가대표팀 에이스 허수봉(27·현대캐피탈)에게 선수로서 우상이 누구인지 물었다. 그는 일말 망설임 없이 소속팀 선배 문성민(39)을 꼽았다. 허수봉은 "성민이 형은 나뿐 아니라 국내 공격수라면 모두 우상처럼 여기는 존재다. 한국 남자 배구의 아이콘 같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런 문성민의 은퇴식이 2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진행됐다. 현대캐피탈의 이번 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이 승리로 물든 뒤였다. 문성민은 자신의 은퇴 경기였던 이날 OK저축은행을 상대로 마지막 3세트 교체 출전했다. 팬들과 고별전에서 짜릿한 득점까지 직접 선물하며 후련하게 코트를 떠났다.
문성민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는 꼭 천안에서 드리고 싶었다"며 "처음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직접 은퇴식까지 와 축하해 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어릴 적 영웅을 떠나보내는 허수봉의 마음은 복잡해 보였다. 그는 "성민이 형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항상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프로에 와서도 형 덕분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며 "갑작스럽게 은퇴 소식을 접해 당황했다. 성민이 형의 몸 상태가 안 좋은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형이 한 번도 그런 티를 안 내서 마음의 준비를 못했다. 훈련 때도 누구보다 파이팅을 크게 외쳐 주는 분이었다"고 털어놨다.
허수봉은 "구단에서 팀의 전설적인 선수인 성민이 형의 은퇴식을 이렇게 멋지게 해 줘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성민이 형의 지난 15년간 헌신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성민의 은퇴. 현대캐피탈이 이날 상대가 누구든 절대 질 수 없는 이유였다. 허수봉은 "성민이 형의 은퇴 경기를 꼭 승리로 마치고 싶었다. 감독님도 3세트 시작 전 선수들에게 형을 승리의 순간 코트에 서 있게 하라고 말씀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 창단 첫 트레블(컵대회·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을 눈앞에 둔 현대캐피탈이다. 이미 V리그 남자부 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일찌감치 챔프전 준비에 돌입한 허수봉은 "성민이 형의 떠나는 길을 꼭 트레블로 배웅하고 싶다"며 "우승에 대한 선수들 각자의 목표 의식도 있을 거다. 하지만 성민이 형의 은퇴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들 더 하나로 뭉쳤다"고 힘줘 말했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천안/송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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