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다시 만났다. 2018년 대구일중을 3관왕으로 이끌며 <더스파이크>를 찾은 정윤주-박사랑-서채원 3인방은 그때보다 실력도, 정신적으로도 한층 성숙해져 돌아왔다. 이제는 어느덧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신인드래프트를 코앞에 둔 고등학교 3학년이 됐다. 이들은 다가올 신인드래프트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출발선을 앞에 둔 대구여고 3인방은 어떤 새로운 각오를 지니고 있을까.
3년 만에 다시, 또 다른 출발선에 서다
Q__3년 만에 세 선수와 함께하는 인터뷰예요. 다시 해보니 어떤가요.
서채원(이하 서) 새로워요. 3년 전을 떠올리면 그때와 지금이랑 비슷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정윤주(이하 정) 3년 전에 인터뷰할 때도 고등학교라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한 인터뷰잖아요. 이번에는 드래프트를 앞두고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아요.
Q__3년 전 인터뷰 당시에 다시 세 명이 함께 인터뷰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나요.
정 저는 생각해 본 적 있어요.
박사랑(이하 박) 저는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정 저는 우리 세 명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실력이 좀 올라왔다고 생각해서 다시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Q__3년 전과 비교해서 지금 그때와 달라졌다고 느낀 게 있다면요.
박 살이 빠졌어요. 체형이 그때랑 달라졌어요.
정 이뻐졌지.
서 중3 때는 우리가 정말 잘하는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때는 우리가 많이 채워졌다고 생각했는데 고등학교에서 경기에 나서니까 잘하는 게 아니었다는 걸 느꼈어요. 프로에 가면 또 다를 것 같아요. 빨리 배우고 싶어요.
정 중3 때는 감정 기복도 심했던 것 같은데 고등학생이 되면서 차차 고쳤고 많이 안정된 것 같아요.
Q__지나서 보면 3년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간 느낌도 들 것 같아요.
서 진짜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박 3년 전에는 시간이 천천히 가는 느낌이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이번 3년은 정말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코로나19 때문에 운동을 못 하면서 더 그렇게 느낀 것도 같아요.
Q__지난 고교 생활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박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아요.
정 너무 빨리 지나갔어.
서 저도 말하려고 했는데, 둘이 말해버렸네요.
Q__코로나19로 확실히 어려움이 더 많았을 듯해요.
서 고3이잖아요. 신인드래프트를 위해서라도 실력을 더 끌어올려야 하고 더 잘해야 하는데 운동 환경이 안 좋아지니까 그런 점이 어려웠어요.
Q__서로 힘이 많이 될 것도 같아요. 신입생 때나 고3이 돼서나 배구부에 동기가 딱 세 분이잖아요.
서 안 될 때 옆에서 서로 도와주죠.
박&정 토닥여주기.
서 그래도 실력이 어느 정도 올라와서 제가 안 될 때 팀 전체가 무너지는 일은 잘 없어요. 옆에서 잘 받쳐주니까요. 그래서 불안함이 덜한 것 같아요.
Q__3년 전 인터뷰에서는 고등학교 가면 예전처럼 싸우지 말자고 했어요. 그 이후로 좀 덜 싸웠나요.
서 아마 박사랑이었을 건데(확인 결과 본인이었다).
정 거의 안 싸웠지.
박 싸우진 않고 그냥 조용히. 싸울 시간이 없었어요.
Q__운동선수이기에 또래와는 다른 학창시절을 보내잖아요. 남들과는 다른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까요.
정 아쉬움은 있죠. 그래서 프로에 가서 더 성공하고 싶어요. 프로 생활이 끝날 때쯤 대학도 가려고요. 다른 학교 친구들은 방학 때 놀러 다니기도 하고 수학여행도 가잖아요. 우리는 그럴 때 대회에 나가거나 운동을 하니까 그런 추억이 별로 없어요. 나중에는 그때 못 쌓은 추억도 만들고 싶어요.
대구여고 3인방이 느끼는 고3이란?
Q__고3은 배구 선수로서도 중요한 시기잖아요. 고3이 되고 나니 중요한 시기라는 게 체감되나요.
정 좀 많이 느껴져요.
박 후배들도 잘 챙겨야 하잖아요. 잘 안 풀릴 때는 다독이고 이끌어야 하니까요.
서 1, 2학년 때는 언니들 믿고 자신 있게만 하면 됐는데 고3이 되면 책임감이 더 커지죠.
정 그리고 실력적으로도 더 잘해야 하는 시기니까요.
Q__고3이 되면서 배구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진 게 있을까요.
박 중3 때는 팀 성적만 바라보면서 성적이 잘 나오면 좋고 아니면 슬펐어요. 지금은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 경기 안에서 제가 어떻게 했는지도 더 신경 쓰게 됐어요.
서 아무래도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있으니까 개인 기량에 대해서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Q__팀 내 가장 선배인 만큼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대회까지 부담도 클 것 같아요. 고3이 돼서 가장 부담을 느낄 때는 언제였나요.
정 올해 종별선수권 준결승에서 제천여고랑 붙었을 때요. 제가 윙스파이커 주 공격수니까 좀 더 해줘야 하거든요. 후위에 있든 전위에 있든 저한테 올라오는 볼을 득점으로 연결해야 해요. 그래서 후위에 있을 때도 사랑이한테 부탁해서 저한테 다 올려달라고 한 적이 있어요.
박 뭔가, 그냥 항상 조금 느껴지는 것 같아요.
서 고3이라서 그렇다기보다는, 그래도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주목을 받고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조금 못하면 실망하지 않을지에 관한 생각이 많이 들어요. 걱정도 되고요.
Q__대회 때 프로팀 코치나 스카우트들이 자주 오잖아요. 3학년 입장에서는 ‘우리를 보러 왔다’라는 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텐데, 실제로 선수들은 그럴 때 어떤 느낌인가요.
서 솔직히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신경 쓰일 수밖에 없죠. 감독님, 코치님 모두 괜히 더 잘하려고 하면 실수하니까 최대한 경기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하세요.
정 그냥 즐기라고 하셨어요.
박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Q__대구여고에서 3년을 돌아봤을 때 배구부원으로서 기뻤던 점과 아쉬웠던 기억을 떠올린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정 저는 올해 춘계연맹전이 떠올라요. 결승까지 갔는데 우승을 못 해서 너무 아쉬웠어요(당시 대구여고는 선명여고에 2-3으로 패했다).
박 1학년 때, 패스하면서 왜 그렇게 긴장하고 그랬나 싶어요. 그냥 1학년인 만큼 편하게 하면 됐는데 왜 너무 잘하려고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운동할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그때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지금 좀 더 나은 우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아요.
Q__좀 더 좋았던 기억도 이야기해본다면요.
서 우리 학교가 공립이라 숙소 생활도 못하고 운동할 때 시간도 조금 부족했거든요. 그래도 애들이랑 마음 맞춰서 잘 헤쳐왔다고 생각해요. 시간이나 환경 대비 그래도 잘 맞춰온 것 같아요.
코앞으로 다가온 신인드래프트
그리고 마지막 목표
Q__ 이제 신인드래프트가 얼마 안 남았어요. 코앞으로 왔다는 것도 느끼고 있나요.
서 이제 딱 50일 남았어요(인터뷰를 진행한 7월 19일 기준 드래프트가 열리는 9월 7일까지 딱 50일이 남았다).
박 아직 체감은 안 돼요. 드래프트 당일에 느껴지지 않을까요.
정 CBS배 대회 끝나면 확 올 수도?
박 아니면 일주일 전? 드래프트 바로 전날 자기 전에 생각날 것 같아요.
Q__3년 전만 해도 아직 먼 이야기로 느껴졌을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떤가요.
박 걱정이죠.
서 옛날에는 무조건 1라운드 안에, 높은 순위로 뽑혀야 좋은 건 줄 알았는데...지금은 그냥 뽑혀서 프로에 가면 좋을 것 같아요. 뽑아주시면 팀에 가서 정말 열심히 할 자신 있거든요. 뽑아만 주시면 좋겠어요.
정 지금까지 해온 배구에 대해 처음으로 결과물을 맞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Q__올해 신인드래프트도 비대면일 가능성이 큰데, 지명을 기다릴 때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나요.
서 심장 소리 다 들릴 것 같아요.
박 손에 땀 나고.
정 벌써 긴장되는데.
박 경기 전보다 떨려요.
Q__선배들이 드래프트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봤잖아요. 이전 선배들의 고3 시절을 지켜보면서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정 나도 나중에 저렇게 되겠구나 싶었죠.
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박 겁나 떨릴 것 같아요. 제가 같은 상황이어도 언니들처럼 행동하지 않았을까 이해가 됐어요.
Q__함께 배구하다가 프로에 간 권민지 선수도 있잖아요. 3학년이 되면서 조언해준 게 있나요.
정 학교에 찾아오셔서 민지 언니가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셨죠.
박 너무 편해지지 말라고 했어요. 고등학교랑 프로는 많이 다르고 고등학교가 다가 아니라는 말도 했어요. 프로에 가면 고등학교 때보다 더 힘들게 훈련하고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이 힘들다고도 했고요.
서 기본기가 특히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Q__주변에서 해준 조언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정 다치지 말고, 나태해지지 말고 항상 열심히 하라는 말이요.
서 남들과 비교하면 지칠 때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자신보다 나은 오늘의 자신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도 기억에 남아요.
Q__드래프트를 앞두고 각자 장점과 보완하고 싶은 점을 이야기해본다면요.
정 제 장점은 점프와 힘이 좋아요. 그래서 윙스파이커를 소화하는 데도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윙스파이커와 비교해 신장이 조금 작아서 리시브와 기본기 연습도 더 열심히 하고 있고요. 예전에는 실수했을 때 ‘큰일 났다, 어떡하지’ 이렇게 생각했다면 지금은 ‘나만 실수하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은 실수를 하니 괜찮다’라는 생각으로 멘탈을 다잡으려 하고 있어요. 좀 더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고 제 강점을 살리고자 노력 중입니다.
박 제가 키가 큰 편인지는 모르겠는데 장신 세터로 분류되는 만큼 블로킹이 좋고 단신 세터는 커버하지 못하는 공도 잡을 수 있어요. 그리고 발이 빠른 편이라서 이단 연결을 해야 할 때 공 밑에 빨리 찾아 들어갈 수 있고요. 좀 더 세트 플레이는 맞춰가야 해요.
서 저는……(정 할 줄 아는 게 다양하잖아. 리시브, 수비도 되고 이단 처리도 되고) 블로킹이 괜찮고 손을 빨리 집어넣어서 오버 블로킹이 잘 돼요. 상대 공격수가 어디를 보고 때리는지도 잘 보여서 잘 따라가고요. 2학년 때 윙스파이커로 뛰어서 리시브나 기본기도 열심히 했어요. 그런 게 다른 미들블로커와 비교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Q__롤모델이 있다면요.
정 저는 김연경 선수님이요. 탁월한 능력도 부럽지만 후배들을 아끼고 팀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에서 많은 감동을 느꼈어요. 저도 김연경 선배님처럼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프로 선수가 되고 싶어요.
박 저는 롤모델을 선정하기보다는 제1의 박사랑이 되고 싶어요.
서 오, 나도 그건데.
Q__신인드래프트에 나서는 동기를 위해 응원의 한마디 남겨볼까요.
서 나중에 또 같은 팀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팀이 돼서도 거기서 동기들이랑 언니들이랑 잘 믿고 해나가면 좋겠어요.
박 속상한 일 없이, 행복하게 ‘행배(행복배구)’ 했으면.
정 지금처럼 장난쳐주는 친구는 없겠지만, 힘든 일 있으면 연락하고 같이 도와나가자.
서 나중에, 정말 나중에 국가대표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프로팀에서 다시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때도 좋은 호흡 보여줄 수 있겠죠?
Q__3년 전 인터뷰 당시, 고등학교 진학하며 목표는 세 선수 모두 주축이 되는 것, 그리고 전국체전 금메달이었어요. 새로운 목표가 있을까요.
서 각자 포지션이 다르잖아요. 각자 포지션에서 최고가 되면 좋겠어요.
정 졸업하기 전에 한 번은 꼭 우승하고 싶어요.
Q__이제 고등학교에서 보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드래프트도 코앞입니다. 남은 고교 생활 각오와 프로준비생으로서 각오를 부탁드려요.
박 우선 남은 고등부 대회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서 기량을 모두 보여드리고 싶어요. 우승도 하고 싶고요. 드래프트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은 경기를 준비하는 마음과 비슷한 것 같아요.
서 프로에 가서도 배워야 할 점이 많고 지금도 배워야 할 게 많아요. 더 열심히 배워서 기량을 최대한 올린 다음 프로에 가서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 프로에 가면, ‘신인이니까’, ‘아직 고등학생이네’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듣게 돼요. 프로라는 명칭에 걸맞게, 그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자신과 싸움을 이겨내고 가능성과 실력을 모두 갖춘 신인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정윤주 프로필
생년월일 2003. 04. 14
신장/체중 177cm/63kg
포지션 윙스파이커
서채원 프로필
생년월일 2003. 09. 05
신장/체중 181cm/67kg
포지션 미들블로커
박사랑 프로필
생년월일 2003. 08. 26
신장/체중 178cm/64kg
포지션 세터
글. 서영욱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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