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리’가 들려준 명품 디그의 비결 “중간에 자리를 잡고, 몸을 던지자” [PO2]

김천/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3-26 00: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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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리’ 임명옥의 디그는 2세트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야말로 창보다 빛난 방패였다.

임명옥은 도드람 2022-2023 V-리그 정규시즌 내내 한국도로공사의 후방을 든든히 지켰다. 수비종합 1위(세트 당 8.625개)‧리시브 1위(59.85%)‧디그 4위(세트 당 5.313개)에 오르며 리그 최고의 리베로로 군림했다. 어느덧 19번째 시즌을 맞는 1986년생의 백전노장이지만, 실력은 녹슬기는커녕 노련함이 더해지며 더 발전했다.

임명옥의 명품 수비는 플레이오프에서도 빛을 발했다. 1차전에서 리시브 효율 53.85%‧디그 성공률 100%(25회 시도, 25회 성공)을 기록하며 맹활약한 임명옥은 25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리시브 효율 58.33%‧디그 성공률 90.63%(32회 시도, 29회 성공)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임명옥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도로공사는 세트스코어 3-0(25-23, 25-22, 25-17) 완승을 거두며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임명옥은 “3차전까지 가면 체력적으로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하루라도 더 쉬고 챔피언결정전으로 가기 위해 꼭 오늘(25일) 끝내겠다는 마음이었는데, 빨리 끝내서 다행이다”라며 솔직한 소감을 먼저 전했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는 단연 2세트였다. 한 때 7점 차까지 뒤졌던 한국도로공사는 끈끈한 수비 조직력으로 계속해서 반격 기회를 만들었고, 이 기회를 박정아와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이 놓치지 않으며 25-22 역전승을 일궈냈다. 임명옥은 2세트의 영웅 중 한 명이었다. 현대건설의 파상공세를 날렵한 디그로 연달아 잡아내며 공이 코트에 닿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14번의 디그 시도를 모두 성공시키며 2세트 디그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2세트 맹활약의 비결을 묻자 임명옥은 “(정)지윤이나 (황)민경이가 좋아하는 코스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로 너무 치우치지는 말고 중간 지점에 자리를 잡은 뒤, 벗어나는 곳으로 가는 공은 넘어지면서 받자고 생각했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그는 “내가 잘 한 것도 있지만, 미들블로커들의 유효 블록도 정말 좋았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번 시즌이 시작하기 전 여러 변화를 맞이했다. 주포였던 켈시 페인은 튀르키예 리그로 떠났고, 세터 이고은도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하면서 전력 약화가 불가피했다. 이에 한국도로공사의 성적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시선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들은 오히려 임명옥에게 자극제가 됐다. 임명옥은 “처음에는 베테랑들이 많은 우리 팀을 왜 저평가하나 싶어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이후 시즌을 치르다보니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그래서 봄배구를 목표로 삼고 시즌에 임했다”고 거쳐온 시간을 돌아봤다.

한국도로공사의 챔피언결정전 상대는 흥국생명이다. 한국도로공사에게도, 임명옥에게도 익숙한 상대다. 2018-2019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두 팀이 격돌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도로공사는 1승 3패로 무너지며 흥국생명이 축포를 터뜨리는 모습을 안방인 김천에서 지켜봐야 했다.

임명옥은 그때를 잊지 않고 ‘와신상담’하고 있었다. 그는 “그 때 영상을 어제(24일) 봤다. 다시 보니까 짜릿하더라. 그 때는 공 하나 차이로 석패했다고 생각한다. 아쉬웠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그 때의 아쉬움을 해소할 기회다. 끝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 부담은 상대가 더 될 것이다. 우리는 그냥 즐기려고 노력할 것이다”라며 굳은 각오를 전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면서 ‘최리’의 명품 수비를 즐길 수 있는 기회는 최소 세 경기가 더 생겼다. 한국도로공사와 임명옥은 2018-2019 시즌의 복수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 모두의 시선이 29일 인천 삼산체육관으로 모이고 있다.

사진_김천/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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