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은 2023년부터 새롭게 아시아쿼터를 도입했다. 4월에 처음으로 열린 열린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서 남녀 14개 구단은 동일 확률의 구슬추첨을 거쳐 아시아쿼터 선수를 지명했다. 이제 그 선수들이 V-리그에서 활약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7월 1일부터 팀에 합류한 여러 선수들 가운데 유독 많은 이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는 선수가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히잡을 쓰고 온 선수다.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는 ‘메가트론’ 메가왓티의 도전이 시작된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배구천재
Q. 한국에서 한 달 반 정도 시간을 보냈는데, 한국생활은 어떤가요.
숙소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갔는데, 예쁘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이곳 말고도 다양한 곳을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Q. 정관장 선수단에 합류했을 때 첫인상은 어땠을까요.
모두가 밝았어요. 항상 나를 상대해 줄 때 웃어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Q. 고희진 감독은 비시즌에 메가왓티 선수가 경기하는 걸 직접 보러가기도 했는데.
경기를 보기 위해 캄보디아까지 와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코트 밖에선 안부도 많이 물어 봐주고, 코트 안에선 피드백을 많이 해주기 때문에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느낀 정관장은 어떤 팀인가요.
연습 때는 힘들지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일상 때는 서로 재밌고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Q. 컵대회에서 팀의 공식 경기를 실제로 봤습니다. 관중석에서 바라본 플레이는 어땠나요.
다른 팀보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느꼈어요. 젊은 선수들이 다양한 스킬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했습니다.
Q. 컵대회는 전체적으로 어떻게 봤나요.
관중들이 많아서 되게 즐거웠어요. 인도네시아 배구 팬 열정도 대단한데, 한국 팬들도 굉장했어요. 열정적으로 응원할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구미까지 보러 온 팬들도 많다고 들었어요. 특히 팬들이 선수에게 선물을 주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Q. 컵대회 당시 한국도로공사 배유나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은 게 화제가 됐습니다.
실제로 마주 봤을 때 깜짝 놀랐어요. 70~80% 정도로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메가왓티가 빠져 버린 K-드라마
“남주혁을 좋아해요!”
Q. V-리그에 도전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엔 많이 망설였어요. 왜냐하면 한국에서 아시아쿼터가 처음 도입된 해이기 때문에 고민됐어요. 그래도 에이전트에서 적극 추천해줬기 때문에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동남아시아를 넘어서 더 다양한 아시아 권역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아직 한국에 온 지 한 달 밖에 안 됐지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기술을 배울 수 있었어요. 이전 리그에서 연습해 보지 않았던 많은 걸 훈련하고 있어요. 여러 경험을 쌓고 있어서 V-리그에 도전한 걸 후회하지 않고 무척 기쁩니다.
Q.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트라이아웃 당시 지명됐을 때 소감은 어땠나요.
쟁쟁한 후보들이 많았기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정관장에 불렸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Q. 의사소통에 불편한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훈련 중에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별로 어렵지 않아요. K-드라마를 자주 봤기 때문에 조금씩 이해할 수 있어요. 그리고 배구할 때는 제스처를 많이 쓰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제스처를 보면서 절반 가까이는 이해하고 있어요. 배구 이외의 한국어는 단어 몇 개씩 쓸 수 있어요.
Q. 어떤 드라마를 자주 봤을까요.
가장 인상 깊게 본 드라마는 ‘역도요정 김복주’와 ‘사내맞선’을 자주 봤습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좋아해요. 오피스 드라마는 취향이 아니더라고요(웃음). 배우 남주혁 님을 정말 좋아해서 그 분이 나오는 드라마를 자주 봅니다.
Q.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 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나 알고 있었을까요.
드라마를 통해 알았어요. 한국 음식이나 한복도 알고 있었고, 팀에 오고 나서 한식을 처음 먹었는데 입맛에 잘 맞습니다. (한국 음식이 맵기로 유명한데.) 인도네시아도 한국보다 매워요. 그래서 적응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Q. 먹어본 한국 음식 중 가장 마음에 든 건 뭘까요.
떡볶이요! 이 밖에도 소불고기나 치킨도 좋아합니다.
Q. 추천하는 인도네시아 음식이 있을까요.
인도네시아도 지역마다 특색 음식이 다양해서 한 가지를 고르는 게 어려워요. 그중에서도 삼발(sambal), 박소(bakso), 나시 파당(nasi padang)이라는 음식을 가장 좋아합니다. 셋 중에 박소를 제일 좋아해요. 박소는 소고기로 만든 미트볼인데 정말 맛있습니다.
Q. 한국엔 이슬람 문화가 인도네시아에 비해 보편적이지 않는데, 살짝 설명해줄 수 있나요.
정말 많은 문화가 있기 때문에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건 어려워요. 특징적인 걸 이야기하자면 돼지고기와 술을 먹으면 안 됩니다. 여자는 히잡을 써야 하는데, 히잡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Q. 히잡을 쓰고 배구하는 건 어렵지 않나요.
절대 떨어지지 않아요. 역동적인 동작을 취할 때도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핀으로 고정하고 있어서 지금까지 경기하면서 코트 안에서 벗겨진 적은 없었습니다.
Q. 한국 날씨는 견디기에 괜찮은가요.
다른 사람들에겐 상당히 더울 수도 있겠지만, 인도네시아도 이 정도 더위여서 별로 덥지 않아요. 다만 겨울은 걱정돼요. 인도네시아에는 건기와 우기밖에 없어서 경험해 본 적이 없거든요.
Q. 겨울에 기대되는 부분도 있을까요.
눈의 촉감은 어떤지 꼭 만져보고 싶어요. 한국 드라마를 봤을 때 겨울에 사람들이 항상 두꺼운 옷을 입고 있는데, 스타일이 귀여워 보였어요. 따라서 입어 보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 최고의 모습으로
챔피언결정전까지
Q. 배구는 어떻게 시작했을까요.
아빠의 권유로 하게 됐어요. 키가 크니깐 추천을 해줬어요. 처음엔 팔이 아파서 좋아하진 않았어요. 어렸을 때 축구하는 것도 좋아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배구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지금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해외여행을 할 수 있으니까요(웃음).
Q. 인도네시아 배구를 소개해줄 수 있나요.
대표팀에 대해서 먼저 말하자면 2016년까지는 주니어로, 2017년부턴 시니어로 활동했어요. 배구 훈련에 대해선 케미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대표팀 소집 이후엔 매일 같이 있는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다만 연습 강도는 여기가 훨씬 더 높고, 플레이도 전체적으로 한국이 빨라요. 또 인도네시아 프로 리그에서 뛰는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도 많아요.
Q.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태국, 베트남 리그까지 경험했는데, 자신이 실제로 느꼈던 전체적인 동남아시아 배구에 대해서도 말한다면.
전체적으로 비슷해요. 태국을 제외하면요. 태국은 이미 FIVB VNL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줬잖아요. 그리고 SEA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기에 동남아시아에선 태국이 제일 잘하고 있습니다.
Q.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배구 인기는 어떤가요.
인기가 많아요! 한국에서처럼 타지에서 경기가 열리더라도 그 지역으로 가는 팬들이 많아요. 그리고 한국처럼 선수들에게 선물을 주는 문화도 있습니다.
Q. 메가트론이라는 별명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스파이크가 강력하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별명이라 좋아요. 왜냐하면 트랜스포머에서도 메가트론이 강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좋은 뜻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Q. V-리그에서 뛰는 첫 인도네시아 선수입니다. 뿌듯함과 동시에 책임감도 따를 텐데.
모든 직업에는 책임감이 다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히잡을 쓰고 한국 코트에서 뛸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히잡으로 다른 사람들에겐 새로운 이미지를 줄 수 있지만, 결국 똑같은 사람인 만큼 좋은 활약 보여주고 싶습니다.
Q. V-리그에서 팀으로, 개인으로의 목표가 있을까요.
팀으로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입니다. 개인적인 목표로 감독님과 코치님을 비롯해 모든 사람의 피드백을 잘 수용해서 V-리그에서 다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처음 도착해서 첫 훈련 때부터 쌓은 선수들과의 좋은 호흡을 잘 보여주고 싶습니다. 최선이자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서 봄배구를 넘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가고 싶습니다.
Q. 배구선수로의 장기적인 목표도 있을까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이후에도 계속 배구를 하고 싶어요. 남편의 의견을 따라야 겠지만 계속 운동하는 걸 지지해 준다면 오래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요. 지금 남자친구는 한국 리그에 도전하는 것부터 배구하는 것까지 모든 걸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고 있습니다.
Q. 끝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무대에서 뛰는 첫해인데,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팀에 도움이 되면서 같은 외국인 선수인 지오바나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정관장과 함께 저를 많이 응원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글. 김하림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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