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양쪽 날개가 팀의 힘찬 비상을 이끌었다. 두 날개가 남은 5, 6라운드에도 맹활약을 이어간다면 한국전력의 봄배구 희망은 여전히 살아 있다.
한국전력이 27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KB손해보험을 세트스코어 3-2(26-24, 25-16, 23-25, 24-26, 15-12)로 제압하고 기분 좋게 4라운드를 마무리했다.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는 32점을 올리면서 트리플 크라운까지 달성하며 이날의 주인공이 됐다. 서재덕 역시 20점으로 타이스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두 공격수는 나란히 공격 성공률 50%를 넘기며 팀 승리를 함께 이끌었다.
승리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범실에 대한 아쉬움을 공통적으로 드러냈다. 서재덕은 “초중반까지는 생각한 대로 경기를 끌고 갔다. 그러나 3세트부터 조금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하면 안 될 범실들이 늘어났다. 내가 해야 할 몫을 다 못해서 5세트를 끌고 간 것 같아 팀원들에게 미안하다. 팀원들이 잘 해줘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겸손한 소감을 전했고, 타이스는 “우리카드전 이후로 우리 팀의 경기력은 계속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이번 경기도 1, 2세트는 정말 좋았다. 다만 100%를 보여주진 못한 것 같다. 하면 안 될 범실이 좀 나왔다. 그래도 이겨서 기쁘다”고 이어서 소감을 전했다.
서재덕은 이날 공격 성공률 51.43%‧리시브 효율 42.11%로 공수 양면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공수 밸런스 유지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시즌 초중반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러한 경기력 개선에 포지션이 아포짓으로 고정된 것이 도움이 됐는지 묻자 서재덕은 “그렇다. 초반에는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을 오갔고, 거기에 리듬을 맞추려다 보니 조금 힘들었다. 지금은 예전의 감각을 찾은 것 같다. 리시브를 받으면서 아포짓에 서는 것이 처음이라서 여전히 어렵지만 이제는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체력만 받쳐 준다면 문제없을 것 같다”고 인정했다.
서재덕은 이번 경기에서도 자신의 전매특허인 안테나와 블로커 사이를 공략하는 공격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전매특허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서재덕은 “어릴 때부터 아포짓 자리에 서면서 생긴 내 노하우 같은 것이다. 몸에 밴 리듬대로 공격에 들어가면 쓸 타이밍이 보인다. 말로 설명하기는 좀 어렵고(웃음), 순간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반복된 훈련이 만들어준 내 무기다”라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항상 동료들에게 미소와 윙크를 건네는 타이스는 이날 경기에서 보기 드물게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4세트 6-5에서 3연속으로 공격 득점에 실패한 뒤, 권영민 감독이 작전타임을 부르자 벤치로 향하며 격앙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어떤 부분에서 감정이 격해졌는지 궁금했다. 타이스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4세트에 어려운 공을 처리해야 할 상황이 너무 많아지면서 내 리듬이 깨졌다. 리듬을 회복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내 안의 두려움이 커졌고, 그걸 털어내고자 겉으로 표출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승리와 함께 마무리된 4라운드, 두 선수는 4라운드에 대해 “희망을 본 라운드”라고 입을 모았다. 서재덕은 “가장 안정적으로 우리의 배구를 보여준 라운드 같다. 지고 있더라도 다시 뒤집을 수 있는 힘도 생긴 것 같다. 5라운드가 더 기대된다. 승점을 잘 쌓아서 플레이오프를 노려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타이스 역시 “연패를 끊고 다시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배구를 보여주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라운드였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고 4라운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재덕과 타이스의 맹활약에 힘입어 한국전력은 4라운드를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과연 서재덕과 타이스가 남은 5, 6라운드에도 활약을 이어가며 한국전력의 봄배구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전력의 5라운드 첫 경기인 대한항공전은 2월 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펼쳐진다.
사진_수원/문복주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