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대단한 선수가 돌아왔다' 대한항공 한선수

권민현 / 기사승인 : 2015-12-01 18: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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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비행기 운항에 있어 중요한 건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날씨? 엔진? 관제탑? 이 모든 것들이 다 맞아떨어진다고 해도 ‘기장’이 없다면? 2014~2015시즌 팀을 이끌어 갈 배구판 조종사, 곧 세터 부재를 절실히 느꼈던 대한항공은 정규리그를 4위로 마감하면서 9년 만에 포스트 시즌진출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올 시즌은 다르다. 한선수가 돌아왔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많은 팀들은 대한항공을 우승후보로 꼽고 있다. 2년 만에 돌아온 코트의 기장 한선수, 그가 과연 팀을 ‘정상’이라는 목적지로 연착륙시킬 수 있을까.



대한항공의 기장 한선수, 돌아오다
미디어데이 당시 대다수 팀들이 대한항공을 우승후보로 입을 모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세터 한선수의 복귀. 그것만큼 분명한 이유가 또 있을까. 대한항공 으로서는 선수들 기량을 하나하나 뽑아낼 지략가 제갈공명을 얻은 격이었다. 한선수는 복귀전을 승리로 이끌며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기가 막히게 잘 꿴 기분좋은 첫 단추.



2년간의 공백을 깨고 복귀했어요. 오랜만에 코트에 돌아온 소감은?
2년 만에 복귀하게 돼서 새롭기도 하고 기대되는 것도 있어요. 아직 3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3경기 모두 승리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예상했던 것보다 출발이 좋은 것 같아요.

많은 팀들이 대한항공을 우승후보로 꼽았는데요. 부담감은 없나요?
부담감보다는 ‘다 같이 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어요. 제 생각에는 모든 팀들이 우승후보에요. 제가 돌아와서 우승후보가 됐다기보다는, 저로 인해 좀 더 안정적이 됐기 때문에 우승후보라고 말씀들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부담감은 많지 않아요.

돌아오자마자 주장을 맡았는데…
새롭기는 한데 다를 것은 없어요 세터는 코트에서 선수들과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원래 그래왔기 때문에 주장됐다고 달라진 건 별반 없어요. 대신. 전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어요. 코트에서 “우리는 이기러 왔다. 그러니 이기고 가야 한다. 자신감 있게 훈련했던 대로 하자”는 말을 제일 많이 해요.

훈련은 많이 했겠지만 실전은 또 다른 거잖아요. 경기감각은 얼마나 돌아왔나요?
어깨 수술 때문에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에요. 점차 좋아질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몸 상태는 70~80%정도 올라온 듯 해요. 다른 선수들이 100% 몸 상태라면 경기는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어깨는 경기하는 데 지장은 없어요. 저도 어깨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해요. 신경을 쓰다 보면 플레이하는 데 있어 지장을 줄 수 있거든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들어가고 있어요.

오랜만에 만난 선수들과 호흡은?
훈련때는 잘 맞았어요. 막상 경기는 또 다르다 보니, 시즌을 치러가면서 더 좋게 만들어야죠. 산체스와도 전지훈련 갈 때부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산체스를 까다로운 공격수라고도 하는데, 저 또한 까다로운 세터거든요(웃음). 코트 안에서 열심히 하면 만족을 하는데, 열심히 하지 않으면 저도 볼을 안올려요. 산체스한테는 부딪히는 부분이 있으면 서로 얘기를 해서 풀자고 했어요.

대한항공이 ‘한선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데요. 세터를 볼 때는 어떤 점을 가장 유의하나요? 그리고 세터에게 있어 중요한 점은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나요?
공격수가 타점을 잡기에 알맞은 볼높이를 맞춰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격수가 자기의 최고 높이에서 때릴 수 있는 공이 제일 좋은 공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올릴 수 있게 중점을 두고 있죠. 그리고 배구는 팀 운동이라서 각자 자기 포지션에서 잘하는 것이 중요해요. 세터로서 할 일은 공을 잘 올리는 거죠. 세터로 분위기가 좌우되는 경기가 많이 있어서 공격수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리듬을 잘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세터가 맞춰야 한다고는 하지만 선수마다 좋아하는 스타일이 다른데… 어려움은 없어요?
계속 맞춰왔던 동료들이라 크게 어려운 점은 없어요. 어떤 구질을 좋아하는지 다 알거든요. 잘못 올릴 때도 있긴 하지만 선수들이 임기응변으로 잘 처리해줘서 고맙기도 해요.

혹시 개인적으로 까다로운 선수가 있나요?
(김)학민이가 가장 까다로운 편이에요. 저는 괜찮은데, 아마 (강)민웅이나 (황)승빈이는 힘들지 않았을까요(웃음).




군인 한선수, 아쉬움 남은 동메달
“3·4위전에 나서는 마음이 참 무거웠어요. 그래도 체면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후배들에게도 뜻을 같이했죠.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즐거웠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아쉽습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건 뒤 남긴 회한이다. 군 현역 신분으로 대중 앞에 나서서 치른 대회. ‘안방’ 인천에서 치른 아시안게임이었기에 기대가 컸지만 한선수는 고개를 제대로 들수가 없었다. 일본과 치른 4강전 패배는 지금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순간이었다.



2013~2014시즌 한 경기만 치르고 입대했어요. 감정이 복잡했을 것 같아요.
사실 그 때 뛰지 않으려고 했어요. 한 경기만 뛰고 가면 팀에 더 안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구단과 감독님이 한 게임이라도 뛰고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셨죠. 갑자기 합류해서 뛴 경기라서 그런지 졌어요. 팀에 미안함이 있었죠. 게다가 외국인 선수도 기량이 좋았는데, 빠지게 되어 정말 미안했죠. 병역은 신성한 의무잖아요. ‘돌아와서 다시 하면 된다’며 쉬는 시간을 갖자는 쪽으로 생각을 했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어요.

군입대중에 대표팀에 발탁이 됐어요. 사실 상무 소속이 아니라서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
예상 못했죠. 어안이 벙벙하다고 해야 하나?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와서 많이 놀랐어요. 복무 중에는 저녁 6시까지 근무를 마치고 나서야 운동을 할 수 있거든요. 대표팀에 들어가서는 배구를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 그 사실만으로도 감사하고 좋았어요.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어요. 사실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일본전은 전력상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어요. 선수들도 많이 낙담했죠. 그때 뛰었던 선수들은 그 경기가 생각도 많이 나고 아쉬움이 클 거예요. 저도 아쉬움이 남죠. 2번째 동메달이에요. 우리나라에서 하는 아시안게임이라 금메달을 꼭 따고 싶었는데… 금메달을 따면 장래가 창창한 선수들의 병역문제가 해결될텐데.. 아쉬움만 많이 남겼죠. 저야 (군복무가)끝났지만 후배들은 다들 군대를 가야 하는 선수들이 많잖아요.



대한항공, 우승을 노린다
대한항공은 2014~2015시즌을 정규리그 종료와 동시에 접어야 했다. 플레이오프를 그냥 지켜봐야 하는 현실은 분명 낯선 기억이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한선수가 돌아오면서 2010~2011시즌 정규리그 우승 멤버가 한 자리에 모였다. 우승에 대한 열망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한선수도 마찬가지였다.

군복무를 하면서 대한항공 경기를 자주 챙겨봤나요?
처음에는 안 봤어요. 거의 신경 안 썼죠. 보면 괜히 스트레스 받을까봐 보지는 않았어요. 그러다가 지난 시즌부터는 조금씩 봤죠. 새로 들어온 선수도 있어서 경기를 챙겨봤어요.

사실 지난 시즌 대한항공이 부진했어요. 밖에서 보는 입장에서 어떤 점이 안타까웠나요? (지난 시즌 대한항공은 정규리그를 4위로 마감하며 9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선수들 간 호흡이 안 맞는 것 같았어요. 팀이 하나가 안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런 부분들을 외국인 코치들이 많이 신경을 써줬어요. 이런 부분들이 비록 초반이지만 경기에서 나왔던 것 같아요. 고마웠죠.

앞서 말한 대로 이번에 브라질 출신 슈빠 세터 코치와 조르제 센터 코치가 합류했어요. 그 코치들과는 어떤 훈련을 하나요?
훈련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집중력을 높이는 훈련을 많이 하고 있어요. 선수들이 집중해서 플레이하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훈련강도요? 대부분 외국인 코치라고 하면 훈련이 느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힘들어요. 집중력을 요구하니 선수들 처지에서는 강도가 세졌다고 느끼고 있어요. 코트 안에 들어가면 숨이 찰 때까지 훈련합니다.

성과는 느껴지나요?
그동안 경기를 되돌아 보면 코트에서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을 해줬기 때문에 이겼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순간에 집중력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3경기 모두 3-0으로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2010~2011시즌 정규리그 우승 멤버들이 모였어요. 우승에 대한 열망이 상당할 것 같아요
매년 우승을 목표로 했지만 그렇지 못했어요. 이번에는 정규리그 우승했던 선수들이 다시 모인지라 기대가 커요. 저도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산체스 역시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선수들 모두가 열정적으로 하고 있어요.

현대캐피탈전 승리 후 가졌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요. (한선수는 “산체스를 외국인 선수라 생각지 않고 팀원이라 생각한다. 오늘 시작할 때도 외국인 선수가 빠진 게 아니라 팀원이 빠진 거라고 얘기했다. 우리끼리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배구는 어떤 배구인가요?
대한항공은 전원이 다 같이 플레이하는 배구를 생각하고 있어요. 외국인 선수도 어차피 똑같은 선수이기 때문에 똑같은 팀원이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외국인 선수라고 많이 올려주고, 외국인 선수라고 많이 때리고 이런 건 아니에요. 산체스한테 주는 것도 다른 선수들한테 주는 것과 다를 바 없죠. 모든 선수들이 다 에이스라 생각하고 팀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대한항공 배구는 ‘다같이 하는 배구’입니다.

주장으로서 ‘기대해 봐도 좋다’하는 선수가 있나요?
제가 봤을 때는 모든 선수가 더 올라올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누구 한 명이 올라오는 것보다는 모든 선수들이 더 올라오면 앞으로 더 좋은 경기 하지 않을까요. 요즘 (정)지석이가 많이 좋아졌어요. 대표팀 경험 덕분인지 실력도 올라오고 자신감도 많이 갖은 듯해요.

올 시즌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목표가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우승하기 위해서는 이기는 경기를 많이 해야 되잖아요. 세터이자 주장으로서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잘 끌고 가렵니다. 목표는 당연 통합우승이죠. 저는 모든 경기를 다 이긴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들어가려고 해요. 전승으로 우승을 하면 훨씬 더 좋을 것 같고요. 개인적인 목표요? 그것도 우승이에요! 팀 목표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목표 역시 우승이기 때문에 우승만 생각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세터상 욕심은 없나요?
상보다는 우승이 더 중요합니다. 세터상도 우승하고 따라오면 감사하겠지만, 우선은 우승만 생각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상보다는 우승이 제일 중요하죠!

# 사진 :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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