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미래는 나의 것' 경기대 황경민

권민현 / 기사승인 : 2015-12-08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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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팀 에이스, 신인상, 거기에 성인대표팀 발탁까지. 입학한지 채 1년도 안 된 신입생이 거머쥔 것들이다. 그만큼 황경민(경기대 1)의 2015년은 찬란했다. 하지만 단 하나, 우승을 거머쥐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그였다. 그에게는 ‘앞으로’가 있다. 입학 첫 해부터 대학무대를 주름잡은 거침없는 신입생 황경민, 그래서 그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신입생, 에이스로 우뚝 서다
송명근, 이민규, 송희채가 빠진 빈자리는 너무나 컸다. 그동안 지켜왔던 대학 1위 자리는 더 이상 경기대 것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 경기대는 5위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올시즌은 달랐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감했다. 비록 챔피언결정전에서 인하대에 무릎을 꿇으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지난 시즌을 생각한다면 놀랄만한 성과다.

빈자리를 메운 건 황경민이었다. 1학년이지만 명실상부한 경기대 에이스. 2015 삼성화재배 전국대학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이를 증명해 보였다. 27득점을 올리며 인하대를 3-1(20-25 25-20 28-26 25-19)로 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황경민의 맹활약을 앞세운 경기대는 올 시즌 처음으로 인하대를 꺾고 3전 2선승제인 챔피언 결정전에서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거기까지였다. 인하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황경민은 의연했다. “성적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저희가 인하대를 한 번이라도 이겨봤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보더라도 공격과 수비 모두 인하대가 우세했어요. 저희는 모든 면에서 다 부족했죠. 명근, 민규, 희채 형이 나가면서 전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감독님도 올 시즌 목표를 우승보다는 4강에 맞추셨죠. 그리보면 목표는 달성했어요.” 그러나 아쉬운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갔는데 져서 아쉽기는 해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당연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성적. 그럼에도 황경민은 그 어떤 선수보다 빛났다. 12경기에서 259득점을 기록하며 김병욱(성균관대), 한정훈(명지대)을 밀어내고 득점 1위에 올랐다. 공격 성공률에서도 52.34%로 김병욱(54.37%)과 안우재(경기대, 54.21%)의 뒤를 이어 공격부문 3위를 차지했다. 이제 막 고등학생 티를 벗은 신입생이지만 기량은 결코 형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기록들을 언급하자 그는 조금 쑥스러워했다. “사실 순위는 생각지도 안했는데 높은 순위에 올라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웃음).”

성공적인 첫 해를 보냈지만 초반에는 적응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일단 고등학교 배구와 대학배구는 확연히 달랐다. “고등학교랑 대학은 확실히 많이 다릅니다. 블로킹 높이에서도 차이가 있고요. 또 고등학교 때는 강팀과 약팀 구분이 딱 됐는데 대학은 그 차별점이 크게 없어요. 서로 비등비등하다보니 경기할 때 더 힘들고 어려워요.”

그를 힘들게 한 건 경기대 배구에 녹아드는 것이었다. “감독님이 스피드 배구를 추구하셔서 감독님 스타일에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는 공을 높게 올려놓고 때렸다면 대학에서는 감독님이 빠르게 주문하셔서 그 부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그렇게 대학배구에 적응을 마치자 어느새 팀 에이스로 우뚝 서며 존재감을 유감없이 뽐냈다. 그의 신인상 수상은 어찌 보면 예상됐던 결과. 그도 부인하지 않았다.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자신 있었던 그에게 불쑥 ‘어쩌면…’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인하대에 지면서 못 받을 거라 생각했어요. 인하대에 동급생이 2명이나 뛰고 있었거든요. 지는 순간 ‘아, 신인상은 날아갔구나’했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가 받았죠. 그 때 기분이요? 너무 좋았어요. 날아갈 것 같았죠.” 수상 당시 순간이 떠오른 듯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럴 것이 대학교에 들어오면서 그가 세운 목표는 신인상 수상. “대학에 올라와서 인터뷰를 몇 차례 한 적이 있어요. 그 때마다 목표를 신인상 받는 거라고 말했거든요. 팀 성적과는 별개로 제 목표를 이뤘기 때문에 만족스러웠죠.”

우승을 놓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눈치였다. “만약 우승을 했으면 제 자신한테 90점은 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우승이 너무 아쉬워요.”





첫 시즌이 지나가다
누구나 늘 ‘처음’은 힘들다. 그도 역시 그랬다. “대학교 올라와서 처음 한 달이 많이 힘들었어요. 훈련하는 스타일도 그렇고 생활하는 것도 고등학교 때와는 완전히 달라서 적응이 잘 안됐거든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가 막내가 되는 거니까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거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죠.” 그도 결국은 신입생이었다.

부족한 부분도 한 시즌을 치르면서 더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적받아 왔던 게 수비 부분이었어요. 대학교에 와서 리그를 치르면서 느낀 건 서브가 약하다는 거예요. 중요한 순간에 서브가 너무 약해져서 배짱을 키워야 될 것 같아요. 멘탈적인 부분에서 더 강해져야죠”라고 말했다. 이어 “항상 감독님이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 ‘웨이트 열심히 해라’에요. 제가 몸만 만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면서요. 그래서 웨이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이상열 감독의 말을 떠나서 본인 역시 ‘힘’에 대한 부분은 많이 느끼고 있었다. “파워가 약한 편이에요”라고 인정한 그는 “공을 순간적으로 때릴 때 나오는 힘이 세야 블로킹을 뚫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힘이 약하면 블로킹에 많이 막히죠. 그리고 체력이랑도 연관이 있잖아요. 체력이 받쳐줘야 덜 지치죠”라며 힘에 대해 절감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그지만 패기 또한 있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는 점프가 더 높기 때문에 그 장점을 살리려고 해요. 공을 높은 데서 때리려고 하기 때문에 높은 데서 빨리빨리 처리하려고 했던 부분이 잘 됐던 것 같아요.” 대학배구에서 황경민이 잘해낼 수 있었던 이유다. 그리고 이내 쑥스러워하며 “자랑하는 것 같은데(웃음) 점프력은 초등학교 때부터 좋았던 것 같아요”라고 웃어보였다.

1학년임에도 주전 자리를 꿰차고, 나아가 팀 에이스 역할까지 맡고 있는 황경민. 그래서인지 그는 ‘제2의 송명근’이라 불린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게임을 잘하고 나면 많은 분들이 명근이 형이랑 비교를 해주시는데 아직 명근이 형하고 비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에요.” 하지만 이 감독은 예전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송명근보다 더 빠르게 때릴 수 있는 선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얘기를 전하자 그는 “감독님께서 잘하라고 좋게 포장해서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라며 겸손해했다. “잘하는 선수와 비교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제가 더 잘하고 좋은 모습을 보이면 제 2의 누군가가 아닌 제 이름을 불러주실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그마저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주어진 질문들에 솔직하게, 성심성의껏 답하던 황경민이지만 그 중에서도 ‘진심을 담았구나’라는 것이 더욱 느껴졌던 순간들이 있다. 바로 이상열 감독을 언급할 때였다.

1학년으로 주전선발에 따른 부담감이 분명 있었을 터. 하지만 의외였다. “감독님이 저를 많이 챙겨주셨어요. 싫은 소리도 안하셨죠. 알아서 하게 놔두시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믿어주시는 만큼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팀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었던 것 역시 이 감독 덕분이라고. 그는 “그 부분도 감독님 덕이 크죠. 그리고 제가 잘할 수 있고 대표팀에도 갈 수 있고 상도 받을 수 있었던 것 역시도요. 인터뷰할 때마다 말하지만 감독님한테 정말 감사드려요”라고 말했다.

문득 이 감독이 궁금해졌다. 황경민이 보는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 “카카오톡으로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내주세요. 배구 영상뿐만 아니라 인생에 도움이 되는 영상들도 보내주시죠. 배구적인 부분에서도 닮고 싶고 살아가는 부분에 대해서도 바르게 사시는 분이라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누군가가 제게 롤 모델을 물으면 감독님이라고 말하거든요. 가식 없이 진심으로 대하는 게 정말 좋아요.”



성인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다
그동안 해왔던 시간만큼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배구로 채울 황경민이지만 2015년은 그에게 있어 의미있는 한 해로 기억될 듯싶다. 배구를 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꼈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시니어 대표팀에 뽑혔던 순간”이라고 밝혔다. 대한배구협회는 지난 10월 16일 고등학교 선수 5명, 대학 선수 9명을 성인 국가대표로 최종 확정했다. 그 9명에 황경민도 이름을 올렸다.

자신이 뽑힐 줄 전혀 예상 못했다던 황경민. “누가 말해줘서 기사를 찾아봤어요. 명단을 보고 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았죠. 주니어 대표팀에 뽑혔을 때랑은 (기분이) 완전히 다르죠. 계속 확인했어요. ‘뭐지, 뭐지’하면서(웃음). 웃음소리에서 그날의 설렘이 느껴졌다.

그동안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대표팀은 그를 한층 성장케 했다. 고교시절 이미 탈고교 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황경민. 그는 그러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주니어 대표팀에 다녀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주니어 대표팀에 뽑혀서 외국을 다녀왔어요. 다른 나라 선수들이랑 경기를 치르다보니 여유가 생겼죠.”

최근에 다녀온 23세 이하 세계배구선수권 역시 그랬다. 황경민은 “공격보다는 수비가 먼저라는 걸 느꼈어요. 우리나라에 공격 잘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수비 잘하는 선수는 10명 중에 1명 나올까 말까 하거든요. 수비를 잘하는 것이 프로를 갈 때도 도움이 될 테고, 공격만 잘해서는 반쪽 선수밖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수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음을 전했다. 수비 중요성을 깨달은 것에 더해 그가 얻고 돌아온 건 자신감.

“세계적인 선수들은 블로킹이 엄청 높잖아요. 그런 블로킹을 상대로 때리다가, 국내무대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블로킹이 낮으니까 시야가 넓어져요. 자신감이 붙었죠.”

이제 그의 눈은 성인 대표팀으로 향했다.

“목표가 있다면 성인대표팀에 뽑힌 만큼 기억될 만한 성과를 내고 싶어요. 감독님도 대학교 때 성인대표팀에 못가면 프로에 가서도 힘들다고 말씀하시기도 했고요. 그리고 뽑힌 거에 그치지 않고 경기를 하나는 뛰어봐야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웃음).”


[못다한 이야기] 나에게 자극을 주는 친구들
같은 1학년이지만 성균관대 황택의 세터를 보면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대표팀(23세 이하)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었는데 ‘세터에 따라 팀이 많이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택의는 토스에 대한 높이도 다르고 서브도 좋아요. 딱 봐도 레벨이 다르구나가 느껴지죠. 그리고 평가 역시 앞으로 대표팀을 10년간 이끌어 갈 세터라고들 하시는데 제가 생각해도 가능성 있는 선수에요.

라이벌이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김인혁 선수요. 라이벌이라기보다는 23세 이하 대표팀에 같이 갔다 왔는데 많이 배웠어요. 고등학교 때도 서로서로 오가면서 봤었는데 그 때보다 많이 늘었더라고요. 자극을 받았죠.



#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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