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권민현 기자] 배구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을 주고받는 스포츠다. 공을 받고, 토스한 뒤 때려서 상대 코트로 넘긴다. 이 과정에서 공격수들이 때리는 스파이크를 네트 앞에서 가로막는 이들도 있다. 여자부 최고의 방패로 통하는 두 선수, 양효진(현대건설)과 김희진(IBK기업은행)이 대표 주자다. 방패 특유의 단단함에 날카로움까지 갖춰 보는 재미가 있다.
양효진과 김희진은 대표팀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늘 빠지지 않는 선수들이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최고성적인 4위를 차지했던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빛 영광을 차지할 때도 중원을 지키는 두 ‘방패’의 활약이 빛났다. 태극마크 앞에서 환상의 조직력을 과시했던 두 선수이지만 V-리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네트 사이에서 서로 때리고 막기를 반복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을 앞세워 치열한 방어전을 펼쳤다.
블로킹의 여왕들
양효진은 ‘거요미’로 통한다. ‘거대한 귀요미’란 뜻이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코트에 들어서면 거대한 ‘벽’처럼 느껴진다 하여 붙여진 별명이다. 주특기는 블로킹. 데뷔 초기만 해도 그리 돋보이지 않았지만, 2009~2010시즌 故 황현주 감독 부임 후 실력이 일취월장 했다. 당시 황 감독은 양효진의 블로킹 감각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키가 크기에 블로킹에 유리하다고 봤던 것. 효과는 확실했다. 세트당 평균 0.98개를 기록하며 ‘블로킹 여왕’으로 거듭난 것. 이후 6시즌째 블로킹 부문 1위 자리는 바뀌지 않고 있다. 2007~2008시즌 데뷔 당시 0.573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2013~2014시즌에는 세트당 1.044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희진도 블로킹하면 빠지지 않는 선수다. 2012~2013시즌 0.486개를 기록해 5위에 오르는 등 2014~2015 V-리그까지 매 시즌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혀왔다. 단지, 선두에 늘 양효진이 있었을 뿐이다.
공격에서도 팔방미인
공격에서는 장난꾸러기 ‘희글’ 김희진이 좀 더 고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센터, 라이트를 모두 소화 가능한 덕이다. 오픈공격이 30.3%, 속공 24.4%, 시간차 21.9%, 이동 11.9% 등 다방면에서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다. 또 후위공격 시도 270번 중 92개를 성공시키는 등 네트 근처에서의 공격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이정철 감독도 비시즌에 김희진을 활용한 공격전술을 집중적으로 준비할 정도다. 양효진은 움직이는 공격보다는 중앙을 적극 활용한다. 속공이나 오픈공격보다는 개인시간차 비중(46.3%)이 큰 것도 이 때문. 2013~2014 V-리그에서는 센터 포지션 선수로는 최초로 공격종합부문 1위를 차지했는데, 그때도 시간차 공격비중이 53%였다. 타이밍 싸움에서 우위를 가진 덕분에 효과를 본 것이다. 다만 이동공격 시도가 많지 않다는 게 아쉽다. 2011~2012시즌 이후 시도횟수가 5회에 그치고 있다.
맞대결? IBK기업은행이 우위
최근 5년간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이 맞대결을 벌인 횟수는 총 24번. 그 중 IBK기업은행이 가져간 승수는 15승이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한 차례 만났다. 2014~2015 V-리그 플레이오프에서는 양효진이 두 경기 통합 블로킹 8개를 기록했지만, 2경기 평균 공격성공률이 28.5%에 그치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반대로 김희진은 1차전에서 7점, 공격성공률 28.6%에 그쳤지만, 2차전에서 16점에 공격성공률 45.5%를 기록, 부진에서 탈출했다. 블로킹도 5개를 잡아내며 양효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결국, IBK기업은행이 시리즈 전적을 2승으로 장식,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우승까지 달성했다. 2015~2016 V-리그에서는 10월 28일부터 둘의 불꽃 튀는 경쟁이 시작된다. 모두 여섯 차례 이뤄질 맞대결을 놓치지 말자. 공, 수 모두 잊지 못할 명장면을 만들어낼 테니 말이다.
"BOX" 해설위원이 본 양효진·김희진
이도희 해설위원(SBS SPORTS) 속공, 시간차, 블로킹 높이는 양효진이 김희진보다 우위에 있다. 반면, 공격의 파워, 스피드 면에서는 김희진이 양효진보다 낫다. 블로킹 능력은 양효진의 경우, 폼이 깔끔하고, 예뻐서 코스를 제대로 잡으면 걸릴 정도로 훈련이 잘 되어 있다. 김희진은 체공시간이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한박자 기다렸다가 블로킹을 하는 능력이 좋다. 공격적인 면에서도 스타일이 다른데, 양효진은 개인시간차를 많이 활용한 데 비해, 김희진은 점프력이 좋다 보니 속공이나 이동공격을 잘한다.
이숙자 해설위원(KBS N SPORTS) 양효진은 블로킹 뜨는 타이밍이나 손 모양이 너무 이쁘게 올라간다. 노력도 많이 하는 선수다. 김희진은 앞, 뒤, 좌, 우 가리지 않고 빠른 공격이 가능하기에, 다양한 공격기술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동공격을 시도할 때도 빠르기와 파워가 겸비된 선수기 때문에 상대선수들이 막기가 쉽지 않다. 둘은 항상 국제대회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다. 양효진이 중앙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김희진이 다양한 위치에서 공격이 가능하니까 옵션이 다양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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