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브로맨스의 대명사, 정우성과 이정재를 뛰어넘는 케미(chemistry)가 배구장에도 있다? 성균관대 재학시절부터 환상적 호흡을 자랑했던 서재덕과 전광인이 바로 그 주인공. ‘만날 사람은 언젠가 만난다’는 말처럼 질긴(?) 인연은 성균관대를 넘어 프로무대까지 이어졌다. “이렇게까지 친해질 줄 몰랐다”고 말하는 전광인이지만 안 친해지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 그.래.서. 이번 인터뷰에서는 뻔한 배구 이야기는 과감히 뺐다. 대신 둘의 브로맨스를 한껏 살렸다. 완벽한 케미를 자랑하는 이들답게 인터뷰 현장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처음 만난 건 언제인가요? 첫인상은 기억하고 있나요?
전- 2010년 성균관대에 입학하면서 처음 봤어요. 저는 첫인상을 기억하죠. 진짜 별로였어요(웃음). 후배가 들어오면 친하게 지내야 하잖아요. 그런데 처음 온 날 인사를 하는데 첫 마디가 “뭐야? 누구야? 난 너 몰라”이렇게 말하더라고요. 후배한테 너무 하다는 생각을 했죠(웃음).
서- 내가 그랬어? 장난이었겠죠. 이제는 제가 당하고 살아요. 광인이는 처음부터 개구쟁이 같았어요. 그래서 얘도 내 먹잇감이구나, 재미있겠구나 생각했죠(웃음).
이렇게 친해지리라고는 상상 하셨어요?
서- 상상은 하고 있었어요.
전- 절대 못했죠(웃음).
대학 때부터 친했잖아요. 그 때부터 전광인 선수의 ‘장난 수난 시대’가 시작된 건가요?(웃음) 서재덕 선수가 장난을 많이 친다면서요?
전- 대학 때는 진짜 많이 당했어요. 제가 어떻게 버텼나 할 정도에요. 재덕이 형이 2011년 팀을 떠나는 날 ‘드디어 해방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재덕이 형이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있다고 말하더군요(웃음). 2013년 한국전력에 지명되는 순간, 그 말이 딱 생각났어요. ‘아, 올 것이 왔구나’ 했죠.
서- 그런데 저만 장난을 치는 건 아니에요. 광인이도 저한테 엄청나요. 솔직히 저보다 심할 때도 있어요.
전- 제가 형한테 배운 건 오로지 장난이에요. 배구가 아니라 장난만 배웠어요.
서 선배한테는 원래 운동을 배우는 게 아니라 이런 걸 배우는 거야(웃음).
이건 아니다 싶었던 장난도 있나요?
전- 밖에 걸어가고 있는데 바지를 벗겨요. 사람들 많은 데서 그것도 속옷까지. 그래서 저희가 바지를 묶고 다녔다니깐요.
서- 제가 벗는 게 아니잖아요(웃음). 그리고 광인이한테만 이런 장난을 하는 건 아니에요. 시작이 광인이인 거죠. 한 명한테만 하는 건 아쉽잖아요.
전- 저도 똑같이 바지를 벗겨요. 그런데 하루는 재덕이 형이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바지를 잡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반대로 올려버렸어요(웃음).
‘이불’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죠.(전광인은 한 인터뷰에서 서재덕을 ‘이불’이라고 칭했다)
전- 전에 한 인터뷰에서 물어보더라고요. 저에게 있어 서재덕 선수는 무엇이냐고요. 그 때 이불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이불은 추우면 덮을 수 있고 더우면 발로 찰 수도 있잖아요(웃음).
서- 아, 그런 거야? 저한테 광인이도 필요할 때 써먹고 필요 없을 때 버릴 수 있는 존재에요(웃음).
서 선수는 전 선수가 트위터에 올렸던 글을 보셨나요?(전광인은 서재덕이 현대캐피탈 이적이 결정되자 ‘이불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동시에 오글거림의 몸부림)
전- 그 때는 이적이 결정 난 거였고 다시 올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어요. 늘 같이 있던 사람이 떠난다니 아무래도 감정이 남달랐어요. 그래서 그런 글을남겼죠. 그런데 떠나간 형이 계속 카톡을 보내더라고요.
서- 경기를 마치고 이적 결정에 따라 곧장 현대캐피탈로 갔어요. 그런데 한국전력은 전원이 외박을 받은 거에요. 저는 숙소를 옮기자마자 다음날 오전에 바로 운동을 해야했어요. 그래서 광인이한테 억울한 마음에 뭐하냐고 카톡을 보낸거죠(웃음).
현대캐피탈로 떠나는 날 전 선수가 간식을 챙겨줬다고 하던데.
서- 현대캐피탈에서는 간식을 못 먹어요. 숙소에서 제공되는 것만 먹어요. 광인이가 그걸 어떻게 알고 고맙게도 제 차에 간식거리를 한 가득 실어놓은 거예요. 그 때는 정말 고마웠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 그대로 들고 왔죠.
전- 다음날 방에 가보니까 간식이 그대로 있더라고요. 같이 먹었어요(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웃긴다”며 깔깔 웃던 전광인. 하지만 서재덕의 이적이 결정됐을 당시를 떠올리자 이내 진지해졌다. “많이 아쉬웠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가는 것이 더 좋은 기회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가서 기회를 잘 잡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거니까 잘됐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운명적 두 사나이 우정은 트레이드로도 갈라놓지 못했다. 2014년 12월 29일 한국전력은 현대캐피탈과 2대1 임대 트레이드에 합의, 서재덕을 내주고 권영민과 박주형을 데려왔다. 하지만 규정위반 논란이 일며 트레이드는 결국 무산됐고 잠깐 헤어졌던 전광인과 서재덕은 그렇게 다시 뭉쳤다.
결국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인가 보네요.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만큼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서- 대학 시절 둘이서 PC방에 가기도 하고 (오)재성이(한국전력)를 많이 괴롭혔어요. 오후 11시가 되면 다 자야 했어요. 그런데 편의점에 가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뭐가 먹고 싶기는 한데 또 나가기는 귀찮고. 그 때 재성이를 깨워서 “배 안고파? 뭐 안 먹을래?”라고 꼬드겨요. 그럼 재성이가 자는 척을 한단 말이에요. 그러면 “안 일어나?”하면서 계속 괴롭혔죠(웃음).
전- 재성이가 가운데에 있으면 저희가 양 옆에 누워서 막 괴롭혔어요.
서- 저희가 재성이한테 망을 봐준다고 하고 내보내거든요. 그런데 하루는 재성이가 나가 있는데 감독님이 들어오시는 거예요. 재성이 버려두고 자는 척 했어요.
그럴 때는 정말 한마음이네요(웃음). 둘만의 세리머니도 있을 것 같은데요?
서- 보통은 웬만해서 경기 때 선수들 머리를 잘 안 건드려요. 그런데 광인이는 머리가 벗겨질 듯이 건드려요.
전- 득점하면 너무 좋다 보니까(웃음). 어느 날은 제가 블로킹을 하고 재덕이형한테 뛰어갔어요. 그런데 제 어깨가 형 턱을 쳤나봐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좋다고 더 했던 적도 있죠.
전 선수는 별로 인기가 없다고 하는데.
전- 재덕이형은 얼굴이 귀엽잖아요. 그런데 저는 솔직히 말해서 잘생긴 것도 아니고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좋아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갑자기 한국전력 내 인기순위가 궁금해지는데요?
전- 재덕이 형이 1위죠. 2번째는 (최)석기 형이고 또 재성이가 인기가 많더라고요. 저는 4번째 정도?
서- 나 유부남이야, 왜 그래 광인아. 제가 생각하기에 1위는 석기 형이요. 그리고 2위는 저?(웃음) 3위는 광인이요. 그런데 배구 인기로 하면 광인이가 최고죠. 탑이에요. 밖에 나가면 광인이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전- 신기한 게 알아보시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경기장에는 안 오시나 봐요(웃음).
서 선수는 올해 결혼했죠? 전 선수는 부럽지 않아요?
전- 저는 아직 철이 안 들었어요. 철이 좀 들어야 결혼하죠.
서- 원래 남자는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철이 안 든대요(웃음).
전- 작년인가? 저희끼리 결혼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 때 했던 얘기가 “결혼하게 되면 용돈 받아서 쓰겠지? 늦게 결혼하는 사람이 빨리 결혼하는 사람 맛있는 거 사주자”였죠.
서- 그런데 제 카드 값이 더 많이 나가요. 광인이가 일부러 지갑을 안 가지고 다녀요. 저희가 막 프로에 왔을 때 이런 말을 했었어요. 나중에 연봉 많이 받는 사람이 밥을 사자고. 그런데 퍽이나(웃음). 안 믿기는 했죠.
전- 에이 저도 사죠. 그리고 형이 이제 용돈 받아쓰니까 제가 사줘야죠.
신영철 감독이 전 선수에게 “네 호주머니를 열어서 동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라”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는데.
전- 작년에는 재덕이 형이 잘 샀어요. 숙소에 커피 사가지고 오면 같이 나눠먹고는 했죠. 올해는 제가 그래요. 많이는 안 되지만 커피 몇 잔씩 사오면 나눠먹고 있어요.
서- 왜 난 못 먹어봤지?
전- 이제 방이 달라요(웃음). 지난 시즌 저희가 잘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인기가 전에 비해 많아졌어요. 그러다보니 선물을 많이 받았죠. 그 때는 형이랑 방을 같이 썼는데 서로 많이 받다 보니까 방에 두면 발 디딜 틈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옷장 하나를 비워서 먹을 것만 채워놨어요. 매일 꺼내먹었죠.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많이 못 받았어요.
서- 그 때는 방이 더러웠는데(웃음). 지금은 깨끗해요. 먼지 하나 없이. 지난 시즌에 올시즌 것까지 다 받았나 봐요.
정말 쿵짝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서로가 있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서- 하소연하기 편하죠. 광인이한테는 정말 속마음까지 편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전- 싫은 것과 좋은 것이 서로 비슷해요. 그러다보니 같이 이야기해보면 잘 통해요.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신다면?
전- 만약 남에게 형에 대해서 말하는 거라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진짜 좋은 형이야. 네가 잘하면 형도 그만큼 잘해줄 거야”라고요.
서- 광인이는 좋은 남자에요. 제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로맨티스트이고요. 그런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남자에요. 그래서 관리하기 조금 힘들 수도 있어요.
전- 저는 구속 받는 걸 진짜 싫어하거든요. 구속도 안 하려고 해요.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요. 신경이 쓰인다고 해도 내색은 하지 않고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한마디씩 해주세요.
서- 배구 오래하자
전- 이제 곧 있으면 애 아빠인데….
서- 말 안 해도 알 것 같아요.
전- 애 아빠인데 철 좀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제 가장인 만큼 잘했으면 좋겠어요. 분유 값 벌어야 하잖아요(웃음).
서- 너나 잘해(웃음)
<못다한 이야기>
“이 애기 하면 욕 엄청 먹을 것 같은데..”하며 전광인이 더스파이크 독자들을 위해 과감히 풀어 놓았다.
한국전력에는 조인성과(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원빈이 있다. 서로의 별명이 뭐냐는 질문에 전광인은 서재덕을 보며 “조인성?”이라고. 전광인은 “재덕이 형을 부르면 가끔 모르는 척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인성이형하고 부르면 ‘어, 왜?’하면서 쳐다봐요”라며 폭로했다. 그러자 서재덕은 “왜 그래 빈아?”라고 응수했다. 순간 귀를 의심한 기자는 “원빈?”이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전광인 목소리가 커졌다.
“조빈! 조빈! 노라조 조빈이요!”
전광인 별명이 원빈인지 조빈인지는 독자 판단에 맡기겠다.
#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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